| 이 책을 읽는 분에게 |
한국에서보다 독일에 더 많이 알려진 이미륵은 1920년 5월 26일 독일 땅에 도착하여 뷔르츠부르크대학 및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의학공부를 하고, 1925년부터 뮌헨대학교에서 공부를 계속하여 1928년에는 동물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그러나 그는 곧 창작활동에 열중, 주로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단편과 이야기들을 독일의 신문이나 잡지에 발표하였다. 그의 대표작 《압록강은 흐른다》가 1946년 피퍼출판사에서 발간되어 독자들의 호응을 받으면서 작가 이미륵은 독일문단에 널리 알려졌고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작가활동을 하면서도 1948년부터 뮌헨대학 동양학부에서 한학과 한국학을 강의하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갑자기 그를 덮친 병마로 이미륵은 1950년 3월 20일 뮌헨 교외의 그래펠핑에서 타계하였다. 《압록강은 흐른다》의 속편과 일기 등 중요한 자료들이 소실되었다는 독일 친구들의 말을 듣고 당시에 그를 아끼던 벗들과 함께 역자도 가슴이 너무나 아팠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그리고 1960년대 어느 날 그래펠핑 공동묘지에서 잡초가 우거진 고인의 묘소를 바라보며 추모와 연구를 다짐했던 역자로서는 99년 독일 뮌헨의 괴테포름에서 거행된 이미륵탄생 100주년 기념행사에서 느꼈던 형언할 수 없는 흥분과 감회를 다시 한 번 느끼지 않을 수 없다. 300명 남짓 들어갈 수 있는 강당은 그보다 훨씬 많은 인파로 가득 찼었고, 많은 독일 언론들이 취재에 열을 올렸고, 젊은 학생들이 한국 작가 이미륵의 작품집을 사려고 줄을 섰었다. 우리 정부에서 파견한 국립국악원 정가·정악단의 공연은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이렇게 유명한 이미륵의 작품들을, 즉 《압록강은 흐른다》의 속편 일부와, 서간문, 이야기의 원고, 논문, 그리고 많은 사진들을 지금으로부터 30년 전(1971) 역자가 독일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에 입수하여 이를 지난 몇 년간 전시회와 방송, 강연 등을 통하여 한국의 독자들에게 소개한 바 있다. 그리고 중편 〈무던이〉와 〈이야기〉도 번역, 소개한 바 있으나 ‘이야기’의 일부가 소개되지 못했던 것들, 그리고 새로 찾은 원고 몇 개를 다시 엮어서 여기에 소개하는 바이다.
작가 이미륵은 ‘이야기’의 머리말에 “나의 사랑하는 독일 친구들이 읽으면서 유머로 가득 찬 즐거운 시간이 됐으면 한없이 기쁘겠다”고 써놓았다. 역자의 심정도 다를 바 없다. 모쪼록 독자들도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우리 조상들이 흥미롭게 나눈 웃음 가득한 옛이야기들을 되새기며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 옮긴이 정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