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운동, 평화운동, 인권운동 현장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안김현정 작가의 단편소설집 『세상 끝의 손 배달부』는 활동가이자 기획자, 예술가로 살아가는 작가의 독특한 생각과 살아있는 현장감을 담고 있다. ‘안김현정의 소설은 원인을 낱낱이 눈에 새기면서도 구태여 파고들진 않는다. 그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지르밟은 채 춤을 춘다. 발바닥이 물집투성이가 되든, 피가 나든, 혹은 타들어 가든 아랑곳하지 않고 피워낸 춤에선 힘겹게 지켜온 환상이 피어난다.’(보은, 예술가) 그의 대표작 「손 배달부」는 사람들의 ‘잘려진 손’이 의미하는 바를 유쾌한 음악과 신화를 활용해 청년들의 현실 속에서 펼쳐 보인다.
“어허 지구 좋을씨고 / 솜씨가 안 묻혔네 / 어헐씨구 파만 주게 / 옥추공산 달 넘어갔다 / 집으로 돌아가자“
깊고 푸른 밤, 아득한 숲에 한 소녀가 배를 타고 호수로 들어간다. 소녀가 그물을 던져 끌어올리자 사람들의 잘린 손이 한가득 실려나온다. 소녀는 지게에 손을 가득 담고 숲을 내려온다. ‘고수익 꿀알바, 프리미엄 택배 서비스 알바생 모집’. 지원은 대학 졸업 후 딱히 취업하지 않은 채 고향집으로 돌아왔다. 가수의 꿈을 꾸고 있지만 생활비를 위해 ‘잘린 손’을 배달하는 알바를 시작한다. 이 고수익 꿀알바의 유일한 단점은 직접 수령인에게 전달해줘야 한다는 것인데, 기어코 배달 사고가 발생하고 만다. 게다가 가장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동창 재원과 배달 사고로 얽히게 된다. 의도치 않게 사람들의 ‘손’ 배달을 하게 된 지원과 재원이 방문하는 곳은 과연 세상 끝 어디일까.
『세상 끝의 손 배달부』에 실린 「우체국 6호 박스 세 개」는 세상 끝으로의 여행으로 안내한다. 우체국에서 파는 가장 큰 6호 박스 세 개를 사와서 자신의 모든 것이었을 책과, 옷, 추억이 어린 물건들을 한가득 싣고 자신의 이름과 가족, 이 땅에서의 인연을 모두 뒤로한 채 떠나는 이의 이야기. 죽지 않기 위해서 떠나고, 살기 위해서 불을 지르는 사람의 마음을 바라보며 우리는 모두 세상 끝으로 떠나는 ‘한나’가 된다.
서른이 되면 삶이 훨씬 안정되지 않을까? 그렇지만 만약 서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인생이 별로라면? 그래도 살아는 있을 테니까, 이왕 살고 있을 거라면 거지같은 일상을 던져버리고 스페인으로 가자. 이름은 카르멘으로 하자. 스페인에서 낮에는 사과를 팔고 밤에는 춤을 추자. 그럼 적어도 지금의 삶이든 그때의 삶이든 그 어느 때보다도 살만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행위가 의미 있는 이유는 삶에 대한 개척의 의지를 표명했다는 것과 새로운 주체로 거듭나고자 스스로 결단을 내렸다는 데 있다. 그것이 비록 실패로 끝난다고 할지언정 그러한 여정 자체를 비난한 필요가 있을까. 그러한 여정을 지켜보며 묵묵히 응원해주는 것. 그것이 안김현정의 소설을 읽는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의 최대치가 아닐까.’(진기환 문화평론가)
안김현정의 〈세상 끝의 손 배달부〉는 아이러니하지만 세상이 끝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극대화된다. 망해야 할 것 같은 이 세상이 결코 망하지 않아 어떻게든 이 문제 많은 세상의 무게를 온전히 감내하며 자기 삶의 궤적을 그려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흡입력 있게 풀어낸다. 현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 상상과 눈물 사이로 빛나는 유쾌함이 우리 사회의 못난 모습을 꾸밈없이 조망하며, 독자를 어디론가 데려간다. 그 끝에 무엇이 있을지 따라가보는 것을 권한다.
깊고 푸른 밤, 아득한 숲에 한 소녀가 배를 타고 호수로 들어간다. 소녀가 그물을 던져 끌어올리자 사람들의 잘린 손이 한가득 실려나온다. 소녀는 지게에 손을 가득 담고 숲을 내려온다. ‘고수익 꿀알바, 프리미엄 택배 서비스 알바생 모집’. 지원은 대학 졸업 후 딱히 취업하지 않은 채 고향집으로 돌아왔다. 가수의 꿈을 꾸고 있지만 생활비를 위해 ‘잘린 손’을 배달하는 알바를 시작한다. 이 고수익 꿀알바의 유일한 단점은 직접 수령인에게 전달해줘야 한다는 것인데, 기어코 배달 사고가 발생하고 만다. 게다가 가장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동창 재원과 배달 사고로 얽히게 된다. 의도치 않게 사람들의 ‘손’ 배달을 하게 된 지원과 재원이 방문하는 곳은 과연 세상 끝 어디일까.
『세상 끝의 손 배달부』에 실린 「우체국 6호 박스 세 개」는 세상 끝으로의 여행으로 안내한다. 우체국에서 파는 가장 큰 6호 박스 세 개를 사와서 자신의 모든 것이었을 책과, 옷, 추억이 어린 물건들을 한가득 싣고 자신의 이름과 가족, 이 땅에서의 인연을 모두 뒤로한 채 떠나는 이의 이야기. 죽지 않기 위해서 떠나고, 살기 위해서 불을 지르는 사람의 마음을 바라보며 우리는 모두 세상 끝으로 떠나는 ‘한나’가 된다.
서른이 되면 삶이 훨씬 안정되지 않을까? 그렇지만 만약 서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인생이 별로라면? 그래도 살아는 있을 테니까, 이왕 살고 있을 거라면 거지같은 일상을 던져버리고 스페인으로 가자. 이름은 카르멘으로 하자. 스페인에서 낮에는 사과를 팔고 밤에는 춤을 추자. 그럼 적어도 지금의 삶이든 그때의 삶이든 그 어느 때보다도 살만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행위가 의미 있는 이유는 삶에 대한 개척의 의지를 표명했다는 것과 새로운 주체로 거듭나고자 스스로 결단을 내렸다는 데 있다. 그것이 비록 실패로 끝난다고 할지언정 그러한 여정 자체를 비난한 필요가 있을까. 그러한 여정을 지켜보며 묵묵히 응원해주는 것. 그것이 안김현정의 소설을 읽는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의 최대치가 아닐까.’(진기환 문화평론가)
‘나는 한동안 악몽을 꾼 내담자의 꿈에 머물렀다. 문득 정신을 차렸을 때는 수상한 고수익 프리미엄 알바를 제공하는 소녀가 나타나 있었다. 잘린 손들을 거둬 손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되찾아주는 어느 배달부를 찾는 신선.’(본문 내 작가노트)
우리가 미처 발화하지 못한 속마음, 크게 꺼내지 못한 속삭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상상, 놓쳐버린 후회, 베개 밑에 묻어놓은 소원이 모여 사는 세계가 있다면 그곳이 바로 작가가 글로 지어놓은 세상의 끝 어딘가일 것이다. 사람의 선함을 믿으며 세상의 어지러움을 증오하지만 그럼에도 언제나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행동하는 사람의 소설. 그의 모든 걸음과 이야기에는 언제나 확신과 망설임과 사랑이 있음을 목격하였으니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안심하고 세상의 끝에서 온 이야기를 즐기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