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상 반란 사건의 이면
우리나라가 선진국 클럽이라는 OECD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던 1996년 8월 2일 새벽, 남태평양의 먼바다에서 선상 반란 사건이 발생한다. 열악한 노동 환경 등에 불만을 품은 조선족 선원들이 한국인 간부 선원 등을 잔혹하게 살해한 것이다.
소설집의 표제작인 『페스카마』는 페스카마15호 사건이 모티프다.
작가가 이 사건을 소재로 소설을 쓴 것은 페스카마 15호 사건을 자본주의의 폐해가 고스란히 드러난 상징적인 사건으로 읽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참치잡이 원양어선인 페스카마 15호는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자본주의에 충실한 사실상의 회사로서 사건의 이면에는 성과급 계약, 노동 착취, 인권유린, 비정규직 문제 같은 자본주의적 폐해가 있었다는 점을 말한다.
직장과 취업, 노동 문제 등을 주제로 한 변주곡!
직장과 취업, 노동 문제 등을 소재로 한 『욕망의 배 페스카마』는 우리나라의 출판계에서 보기 드문 콘셉트 소설집이다.
이 소설집에 수록된 『패밀리 비즈니스』, 『카메라맨』, 『하얀 개』, 『부부젤라』, 『통차이』, 『의원면직』, 『벽소령의 여름』, 『페스카마』 등 여덟 편의 작품은 취업, 직장 폭력, 창업, 사내 불륜, 원치 않는 퇴직과 그로 인한 소외와 가정의 붕괴, 가혹한 노동 환경 등 직장과 노동에 관련된 일정한 콘셉트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IMF를 졸업했다고? 그게 아니라 IMF 체제에 편입된 것
정치적 색깔이 다른 3대 백수의 화합을 그린 첫 작품 『패밀리 비즈니스』의 앞부분에서는 IMF 사태의 발발을 그렸으며 마지막에 수록한 『페스카마』는 IMF 사태가 닥치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IMF 사태의 시작을 담은 두 작품을 수미쌍관 형태로 소설집의 앞과 끝에 배치한 것은 우리 사회가 여전히 약육강식을 추구하는 IMF 체제의 소용돌이에 빠져있음을 나타내기 위한 의도다.
콘셉트 소설집의 완성도 높인 소설 간의 유기적 연결 구조
구조적인 면에서 『욕망의 배, 페스카마』는 소설집에 수록된 특정 소설에서 제기한 문제를 다른 소설 속에서 다시 전개하는 독창적인 형식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창업 대신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는 퇴직 노동자들의 현실이 『하얀 개』에서 언급되는데, 이 문제는 대기업의 골목 상권 진출을 그린 『통차이』를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또한 직장 갑질을 『하얀 개는 피해자의 시각으로 그린 반면, 『부부젤라』는 가해자의 입장에서 다루어 이 문제에 대해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입체적인 접근 방법을 시도했다.
이처럼 수록된 소설들이 유기적 연결구조를 갖는 것은 결국, 이 소설집 속의 이야기들이 우리 사회의 풍경이자 구성원들이 사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우리 문학계에서 볼 수 없는 참신한 시도
이처럼 정성문의 첫 소설집 『욕망의 배 패스카마』는 서로 관련성이 있는 콘셉트로 소설집 전체를 꾸몄다는 점, 동일한 주인공이나 인물을 내세워 연작 형태로 작품집을 구성하지 않았으면서도 유기적으로 수록작들을 연결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문학계에서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시도다.
전혀 다른 그림에서 같은 소재를 찾듯 작품과 작품을 잇는 소재들을 찾아보는 것도 이 독특한 소설집을 읽는 소소한 재미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