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심각한 정신적 공황과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을 여러 번 경험했다 전한다. 인생이 밑바닥을 쳤을 땐 각종 병명으로 가득 찬 진단서와 약물 이름이 빼곡히 적힌 처방전을 들고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해야 했다. 십대에겐 무척이나 버거웠던 치료는 좀처럼 끝날 줄을 몰랐고 정신병동에도 수차례 입원했다. 한국에서도, 심지어 이국땅 독일에서도.
잊으려 해도 도저히 잊을 수가 없고, 덮으려 해도 당최 덮어지지 않는 그 시간대를 그저 인생의 침체기, 무덤, 함정, 암 덩어리라 여기며 의식 저편으로 밀어 넣고 달리 살아보려고 발버둥 치던 작가는 어느덧 세월이 흐르고 상처는 희미해졌지만 다시 쓰려는 용기를 좀처럼 낼 수 없었다.
서울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장애를 경험한 예술인의 인생사를 작품으로 펼쳐 놓을 수 있는, 작가로서는 놓치고 싶지 않은 기회를 얻었지만, 자전적 스토리를 펼쳐 놓기 전의 심리적 중압감이 상당했다고도 전한다. “정신질환이란 표현은 아직도 여전히 실로 민감하고 조심스러우며 거부감이 들고 순순히 받아들이기 힘들다. 어떤 모양새였건 이 땅에 태어난 순간부터 하루하루 생활하고 기능했다 항변하지만, 이 낙인엔 감내해야 할 사회적 편견이 여전히 너무나 강해 보인다”고 담담히 고백한다.
신앙인이 된 작가는 문득 자기와 같은 고통을 겪은 이들에게 자신의 이야기가 자그마한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거란 희망을 품기 시작하여 이 글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종교적 색채로 의도치 않게 신비주의로 비칠까 우려스러웠다고도 하지만, 불교에 귀의한 작가는 자신이 회복된 지난하고도 기나긴 여정을 되돌아보며 고통 속의 인간에게 위안이 될 수 있길 진심으로 기원할 수 있으며, 자신의 경험을 담아 실화에 바탕을 두었지만 문학이어서 부르기 너무도 자유로운 노래를 마음껏 부르는 심정으로 여주인공 리사의 입을 빌려 자신의 우여곡절 많은 인생을 펼쳐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