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에 접근할 때 임상 실천가가 빠질 위험은 무엇인가?
트라우마에 근거한 심리적 장애에 대한 ‘접근’은 진단과 치료 모두에서 진중함과 세밀함이 요구된다. 치료자로서 우리는 트라우마로 고뇌하고 고통을 호소하는 복잡한 마음과 심각한 폐해에 자주 직면한다. 자칫하면 치료자로서 무력감이나 절망감, 깊은 고뇌에 자주 빠지거나, 반대로 모든 것이든 할 수 있다는 전능감,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전지감의 옷을 입고 트라우마를 완전히 해소할 수 있다는 듯이 행동해버린다.
심적 외상/트라우마라는 것은 상처의 비유 외에는 다른 어떤 것도 아니다. 메타포라고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점을 간과하면 트라우마를 마치 신체 외상 그 자체로 보고 매우 단순한 ‘인과론’으로 쉽게 파악해버리기 때문이다. 즉 외부의 폭력적 공격으로 피를 흘린 상처 입은 마음이 실제로 있는 것으로 상상하며, 상처 입은 자리에 직접 조치하려 하고 마치 그 조치로 상처가 치유되었다고 받아들인다.
그러나 마음의 트라우마는 직선적인 인과론으로 쉽게 설명될 정도로 단순하지 않다는 것은 실제 임상 경험에 임하는 사람들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마음 관련 임상에 임하는 사람에게 요구되는 것은 그들이 자주 마주치는 사람들이 호소하거나 증상으로 드러나는 트라우마만 주시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호소하고 고뇌하는 그 ‘사람’을 계속 주시하고, 그가 고통에 계속 ‘접촉’하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때로 고통을 껴안고 있는 사람을 계속 주시하는 것이고, 배후에 잠재해 있는 트라우마를 계속 다시 찾아내고, 그것과 ‘직접 관계’하게 하는 기회를 얻는 것을 말한다.
정신분석 임상 실천에서 ‘자신을 사용’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 책 전체는 정신분석 임상가들이 이러한 자신의 임상을 제시하고 있다. 실천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치료자가 환자를 이해하기 위해 ‘자신을 사용하는 것’에 얼마나 깊이 마음을 쓰고 생각을 다지고 있는지 알게 해준다.
이 책은 모두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총설로, 정신분석 관점에서 트라우마를 다시 검토한다. 두 가지 설명으로 독자들을 다양한 견해와 입장, 영역으로 안내할 것이다. 이어지는 제2부는 ‘접근 방식’으로 임상 현장과 직접 연결한다. 정신분석적 ‘접근’은 눈앞의 사람과 만남이라는 점에서 치료사의 ‘첫 경험’과 자세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그 사람이 트라우마를 경험하고 있을 가능성을 진중하게 고려하는 것과 치료사가 취해야 할 특이한 관점 도입이 두 사람의 필자가 제시하고 있다.
3부에서는 정신분석 임상가가 얼마나 세심한 관찰과 주의, 깊은 이해와 배려, 무엇보다도 그 사람과 삶에 경의를 표하며 진지하게 관여하는지를 보여준다. 9편으로 이루어진 개인 정신분석적 심리치료의 임상 현장 사례를 통해 이해하게 될 것이다
4부 트라우마 매니지먼트에서는 정신분석적 자세, 개입 기법, 지식을 접하게 되고, 5부에서는 트라우마가 발생하는 재해 피해 지원에도 정신분석 응용이 매우 필요하고 유효하다는 것을 원전 피해지역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이처럼 트라우마에 대한 정신분석적 ‘접근’은 임상 현장에서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
임상 실천에서의 성찰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대인관계 분야에서 ‘정신분석의 철학과 이론’을 중심 이론으로 삼고, ‘접근-기법’ 모색의 거처로 활용하는 이유는 임상-정신분석에서 실천과 이론이 지닌 엄밀함과 긴장이 주는 진정성 때문으로 보인다. ‘임상-정신분석 열 걸음의 실천은 이론 한 걸음이고, 이론 한 걸음은 열 걸음의 실천을 안내한다.’ 이렇듯 임상 실천가는 이론이 주는 엄밀성과 긴장의 전율을 지닌 채 임상 실천의 길을 한 걸음씩 내디딘다.
이 책 사례의 ‘임상-글쓰기’를 보면 이 같은 긴장을 맛볼 수 있다. ‘실천 안에서의 성찰reflection-in-action’, ‘실천 직후의 성찰reflection-on-action’에 근거하고, 시간이 지난 후 또는 새로운 글쓰기에 직면해 ‘실천에 대한 성찰reflection-to-action’을 통해 ‘이론적 실천’에서 ‘실천적 이론’으로 나아가는/소화하는 진지함을 마주한다. 트라우마를 중심에 두고 ‘정신분석’과 ‘심리치료’를 ‘적的’으로 연결한 ‘정신분석적 심리치료’의 실천 성과물이기에 다른 분야의 ‘정신분석 임상 실천가’에게 내용 이상의 배움으로 안내한다.
이 글의 필자들은 정신분석 심리치료사들이 대부분이다. 일부는 정신분석가-되기 훈련 여정을 겸할 수 있다. 필요한 이론을 검토하고 정신분석 임상 실천과 자기 성찰을 사례를 통해 진지하게 엮어서 보여준다. 부드러운 종결에서 급작스러운 종결, 중단에 이르기까지 사례 경과를 최대한 복원해내며 자신을 뼈아프게 성찰하는 모습은 독자에게도 큰 귀감이 될 것이다. 또 원전 피해 재난 지역을 5년이나 다니며 마을-치료사 수준에서 살펴보고 마을 구성원과 보건사와 각각의 관계를 구성요소로 보고 분석하는 사례는 또 다른 소득이 될 것이다. 정신분석 임상 실천가라면 분야를 불문하고 사례와 실천으로 배우고, 분석 주체와 그 관계에서 배우는 필자들의 자세를 배워야 할 것이다. 이 책은 또한 다른 시리즈인 〈호모코치쿠스〉 서른네 번째 책인 『트라우마와 코칭』과 형제다. 함께 연계해서 살펴보면 좋은 비교가 될 것이다.
아울러 이 책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정신분석을 전공한 역자의 꼼꼼한 주석을 통해, 정신분석 이론의 기본부터 심화 수준까지 보충설명을 제시하고 있으며, 임상 사례를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각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임상 실천가들에게는 유용한 가이드 역할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