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흔적을 간직한 사물,
진실한 삶 속에서 마주한 자아 그리고 각성
- 이희단 작가 단편소설집
상처 받은 기억을 부드럽게 쓰다듬는 작가의 손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들의 삶 역시 따스한 위로와 감동으로 윤이 나고 있다.
『청나일 쪽으로』는 이희단 작가의 첫 소설집으로 청나일에서만 나는 푸른 원두를 비롯해 게(蟹), 연인의 눈을 닮은 돌, 칼미아꽃, 지인이 남기고 간 시계 등 다양한 사물이 등장한다. 작가는 이 다양한 사물과 그 사물을 둘러싼 사연과 아픔 그리고 희망에 대해 말하며 꿋꿋이 앞으로 나아가는 화자를 우리에게 소개한다. 8편의 단편에 등장하는 ‘나’들은 그렇게 멀고 먼 길을 돌아 우리에게 속삭인다. 상처와 그 상처를 보듬고 살아가는 삶의 방식에 대해 그리고 어쩌면 모르고 지나쳐 왔을 지도 모를 사랑에 대해, 그러며 덤덤한 투로 들려준다.
여전히 사랑해마지 않는 일상을 보듬는 방식에 대해…
이 단편집의 매력은 다양한 사물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 그것에도 있지만 각기 다른 공간, 도시, 문화권에서 서사가 펼쳐진다는 점에서 또한 이색적이다.
「게」의 마이애미, 「돌의 기억」의 LA, 「오직 하나뿐인」의 스페인, 「청나일 쪽으로」의 이집트, 「페트라의 돌」의 요르단 등 각기 다른 공간으로 우리들을 살포시 데려다 놓고는 그곳에서 비밀을 꺼내 놓듯 화자의 일상에 대해, 사랑과 상처에 대해 털어 놓는다. 이 때문에 이국적인 장소와 그 장소에서 기인하는 묘한 매력에 흠뻑 빠져들길 원하는 독자라면 이 단편집이 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 작품의 매력은 그렇듯 생경한 장소에서 다시금 마주하게 되는 우리들 일상의 의미, 그 소중함을 반추하는 데에 있다.
그러며 마지막에 가서는 장소와 국가, 모든 사물을 초월하는
삶의 단단한 진언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우리 삶 평범하고도 깊숙한 곳, 거기 사랑이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