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교회의 구약성경 문답〉 감수의 글
구약성경 안에서 하느님의 섭리와 자비와 사랑을
깨닫도록 안내하는 길잡이가 되길 바라면서
〈가톨릭교회의 구약성경 문답〉의 출판을 반가운 마음으로 환영하며 이 책을 쓰신 김성열 회장님의 사도적 열정과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김회장님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를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신을 포함한 많은 가톨릭신자들이 신약성경에 대해서는 비교적 많이 알고 있는 반면에 구약성경에 대해서는 대부분 잘 알지 못하고 있음을 안타까워하던 중, 자신부터 열심히 읽고 공부하고 묵상해야겠다고 다짐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를 하게 되었고, 그 결실을 신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우리 신자들 중 많은 이들이 구약성경을 가까이 하지 않고 잘 이해하지도 못한다는 것은 유감스럽지만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언뜻 생각해도 그 이유를 몇 가지 찾아낼 수 있겠습니다.
무엇보다 성경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거나 자주 읽는 신자들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성경을 자주 읽는 신자들조차도 구약성경 읽는 것을 부담스러워합니다. 그리스도인의 신앙생활과 직접 연관되어 있다고 여기는 신약성경과 달리, 구약성경은 이스라엘 백성의 역사와 생활 이야기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구약의 하느님은 예수님이 알려주시는 자비롭고 사랑이 충만한 아버지와는 다른 모습으로 자주 묘사되기 때문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와 연계된 구원사 안에서 구약성경을 공부하지 않은 이에게 구약의 하느님은 매우 엄격하시고 분노하시고 질투하시고 벌하시는 모습으로 묘사되곤 하여 때로 두려움마저 느끼게 합니다.
미사와 전례에서 독서를 봉독할 때 신약성경이 차지하는 분량에 비해 구약성경의 분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도 또 다른 이유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신자들이 구약성경을 대하는 기회가 적어지고, 또 사제들의 강론 역시 주로 복음말씀을 중심으로 신약성경을 해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구약성경의 내용이 비과학적이고 비역사적이며 비합리적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약성경은 당시의 생활풍습이나 사고방식 그리고 언어적 습속을 이용하여 기록한 것으로서, 당시 백성의 눈높이를 고려하여 근동에서 사용하던 신화적 표현양식을 빌리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상황을 참작하지 않고 구약성경의 이야기들을 현대의 과학과 문화와 사고의 틀에서만 판단하고 이해하려 한다면 구약성경은 다분히 비현실적이고 비합리적인 것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들을 감안하여 신자들이 구약성경에 대해 좀 더 쉽고 친근하게 다가갈 계기가 필요하던 참에 〈가톨릭교회의 구약성경 문답〉이 출간하게 된 것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책은 구약성경에 대한 많은 궁금증을 해소하고 오해들을 풀어주며 신자들이 새로운 인식을 갖도록 돕는 유익한 안내서가 될 것입니다.
근래 우리 교회 안에 구약성경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책들이 다수 출간되고 있어 신자들의 영성생활에 유익을 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책들이 성경학자들과 성경교육 전문가들에 의해 집필되거나 번역된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평신도들이 쉽게 읽고 이해하기에 어려움을 느끼게 하는 것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가톨릭교회의 구약성경 문답〉은 저자가 의도한 대로, ‘평신도가 평신도의 눈높이에 맞추어’ 구약성경의 전반적 주요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요약 정리한 것이어서 독자가 누구든지 구약성경을 정독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고무시킵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독자들이 구약성경에 편안하게 접근하여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전체 내용을 네 부분으로 나누어 기술하고 있습니다.
1) 구약성경의 입문으로서 구약성경 전반에 대한 개괄
2) 구약성경에 담겨있는 하느님의 말씀과 자비와 사랑
3) 구약성경의 말씀과 사건 그리고 이야기들의 신비롭고 심오한 의미 탐구
4) 구약성경 속의 주요 인물들의 소명과 사명수행
그리고 저자는 구약의 역사 이야기와 거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행적에서, 그들이 때론 하느님께 배신행위를 할지라도 하느님은 인내로이 지속적인 자비와 사랑을 베풀어 주심을 강조하면서, 그것이 예수 그리스도를 정점으로 하는 구원사 안에서 오늘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어떠한 교훈을 주는지 성찰하고 묵상하도록 안내해 줍니다.
이 책은 평신도뿐만 아니라 사제나 수도자들에게도 구약성경에 친근감을 갖게 하여 하느님의 섭리와 자비, 사랑을 묵상하며 교육하는 데 유익한 참고서가 될 것입니다.
한국 천주교회 선교 200주년을 계기로 우리 교회 안에서 전개되고 있는 성경통독과 필사운동은 참으로 다행스럽고 은혜로운 일이라 여겨집니다. 이로써 신자들이 신약성경뿐만 아니라 구약성경을 전체적으로 대할 기회를 갖게 되었으며, 또한 성경말씀 한 구절 한 구절을 펜으로 꾹꾹 눌러 쓰면서 그 뜻을 마음에 새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성열 회장님이 쓰신 〈가톨릭교회의 구약성경 문답〉이 더 많은 신자들로 하여금 신약성경뿐만 아니라 구약성경에 대한 통독과 필사운동에 적극 참여하도록 촉진하는 데에도 기여하기를 희망합니다.
김성열 회장님은 이미 예비신자 교리교육과 신자들의 재교육용 〈가톨릭 교리문답〉과 〈103위 한국 순교성인 문답〉 그리고 〈가톨릭교회의 미사와 전례 문답〉, 〈가톨릭교회 사회교리 문답〉을 쓰셨는데, 그 책들은 국내 본당과 공소, 성지 등 교회기관들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 한인교회 공동체의 신자들로부터도 큰 호응을 받았습니다. 김회장님이 이번에 다섯 번째로 출판하신 책 〈가톨릭교회의 구약성경 문답〉도 도처에서 환영받길 기대하며, 이 책을 통해 많은 분들이 구약성경에 친근감을 느끼고 영적으로 큰 도움 받으시길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