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동화집 방정환의 『사랑의 선물』!
출간 100년 만에 처음으로 짚어본 문학적 사회적 성과와 가치들!
지난 2022년은 방정환의 번역동화집 『사랑의 선물』이 출간된 지 100년이 되는 해였다. 이 책은 방정환의 번역동화집 『사랑의 선물』이 지닌 문학적 사회적 의의를 처음으로 집중 분석 고찰한 연구서다. 방정환은 조선의 어린이들을 위한 ‘사랑의 선물’로 외국의 유명한 동화 10편을 번역한 최초의 동화집을 1922년 7월 출간하였다. 이름하여 『사랑의 선물』이 그것이다.
저자는 일본에서 유학하는 동안 오사카대학 대학원 언어문화학과 박사논문으로 방정환 연구를 수행하였다. 이 책은 그 성과를 토대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동안 아무도 손대지 않은 『사랑의 선물』을 단독으로 연구 저술한 것은 저자가 처음이다. 『사랑의 선물』에 수록된 작품들을 대상으로 각 작품의 일본어 저본을 찾아내 저본과의 비교 분석을 통해 방정환의 번역동화의 특징을 고찰했다. 나아가 1923년 1월 『개벽』에 발표한 「새로 개척되는 동화에 관하여」를 통해 방정환이 일본에서 유학했을 당시 오가와 미메이와 아키타 우자쿠의 동화론을 중심으로 한 일본 아동문학과의 영향 관계에 대해서도 분석하고 있다.
1920년대 『개벽』 『동아일보』 『어린이』 등에 실린 『사랑의 선물』 광고를 보면 당시 이 동화집이 얼마나 호평을 받았는지, 방정환의 명성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잘 엿볼 수 있다. ‘눈물이 날 정도로 슬픈 이야기 책’이라는 점이 가장 강조되었지만, 이를 통해 식민지 조선의 슬픈 현실을 환기시키는 강력한 매체로 작용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어떻든 한 권의 단행본이 7년에 걸쳐 11쇄나 발행되었다는 사실은 이 책이 얼마나 독자들에게 사랑받았는가를 시사하고 있다. 또한 이 한 권의 책이 10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잊혀지지 않고 한국아동문학을 대표하는 기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랑의 선물』의 의의를 인정할 수밖에 없고, 또한 좀더 본격적으로 연구되어야 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을 되새기게 된다.
이 책은 방정환의 『사랑의 선물』에 수록된 열 편의 동화 전부와 1922년『개벽』지에 발표된 「호수의 여왕」과 「털보 장사」 두 편을 연구 대상에 추가해 집중 분석하고 있다.
방정환은 1920년 9월 일본으로 건너가 1년 남짓 유학을 했다. 그 기간 동안 일본 아동문학의 생생한 현장을 직접 체험한 것으로 보이는데, 일본의 수많은 동화집과 아동잡지를 섭렵하면서 마음에 드는 세계 여러 나라의 동화 열 편을 골라 한국어로 번역했고, 이를 유학 중이던 1921년 조선으로 보내 1922년 7월에 개벽사에서 출판되기에 이른 것이다.
지금까지 방정환이 어떤 텍스트를 토대로 번역해 『사랑의 선물』에 수록했는지 밝혀진 바가 없었다. 저자는 「왕자와 제비」의 삽화가 일본 아동잡지 『킨노후네』에 실린 사이토 사지로의 「왕자와 제비」 그림과 동일하다는 것을 발견했고, 이후 당시 일본 아동잡지와 단행본에 실려 있는 동일 작품을 찾아내 비교 검토하면서 방정환이 번역 대상으로 삼은 저본을 확정하기에 이른다. 그 성과를 정리한 것이 이 책이다.
방정환은 일본 아동잡지인 『킨노후네』와 『오토기노세카이』와 『도우와』, 일본의 ‘모범가정문고’ 시리즈의 『그림 오토기바나시』와 『세계동화보옥집』, 『안데르센 오토기바나시』, 『쿠오레』, 『당나귀 가죽』 등의 단행본에 실린 열 편의 동화를 저본으로 삼아 번역한 것으로 밝혀졌다. 저자는 이 책에서 원작과 일본어 저본을 검증해 확정한 후 방정환 번역동화와 일본어 저본을 비교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방정환이 번역 과정에서 삭제하거나 추가하거나 변형한 부분을 확인하고, 이를 통해 수용자적 측면에서 방정환의 의식과 식민지 현실 의식을 살펴볼 수 있었다. 나아가 이러한 작업은 ‘동화’라는 장르가 수입되기까지의 일본과의 영향 관계와 변별점 등을 살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유 유익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결국 방정환이 일본의 동화를 받아들이면서 어떤 부분에서 창의적으로 재생산하고 있는지에 주목하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창의적 특성이 한국 동화문학의 토대가 되었음을 재확인하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저자의 논지는 7장에서 방정환이 쓴 최초의 동화론으로 평가되는 「새로 개척되는 동화에 관하여」와 일본 동화론과의 영향관계를 살피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타카기 토시오의 저서 『동화의 연구』, 아키타 우자쿠의 논문 「예술 표현으로써의 동화」, 그리고 오가와 미메이의 논문 「내가 동화를 쓸 때의 마음가짐」, 그리고 동화연구지 『동화연구』의 창간사 「문화생활과 아동예술」, 이 네 편의 글과 방정환의 동화론을 비교 분석함으로써 이 이론들이 방정환의 동화론에 끼친 직접적인 영향 관계에 대해서 고찰하였다. 저자는 방정환의 논문 내용 중 동화에 관한 많은 논술들이 위에서 소개한 네 편의 논문들을 번역하여 옮긴 것임을 확인하고 있다. 이를 통해 방정환의 동화론에 오가와 미메이를 중심으로 한 일본 다이쇼시대의 작가들이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 고찰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물론 여기서 방정환 나름의 재해석과 창조적 의식이 발휘될 수밖에 없었고, 이러한 발상이 근대 한국 동화문학을 형성해 가는 밑거름이 되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이 책에서 논하고 있는 『사랑의 선물』은 1920년대 근대 한국 아동문학은 물론이고 현대 아동문학에 이르기까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한국 아동문학의 기원과 형성에 관한 사유의 토대일 뿐 아니라 한일 근대 아동문학의 역사에서 불가피하게 수행되어온 영향관계를 입증하는 사료로서도 의미가 있다. 앞으로 방정환과 한국아동문학, 그리고 『사랑의 선물』에 관한 보다 깊이 있고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