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삼국의 한자음 연구는 주로 한자음의 형성과 변화, 즉 역사적 淵源 추적에 집중되어 왔다. 현대 한자음 대상의 대응 관계 연구는 비교적 적다. 한·중·일 현대 한자음은 같은 뿌리에서 출발하였지만, 그동안 독자적인 음운 변화를 겪으며 현재는 여러 면에서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달라진 삼국 현대 한자음의 대응 관계와 그 원인을 밝히는 것이 본서의 목적이다.
본서는 삼국 상용한자 4,262자의 한자음 정보를 수집하여 RUBY ver 2.2 기반의 프로그램을 통해 삼국 현대 한자음의 대응 관계를 산출하였다. 산출한 대응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삼국 한자음의 형성 및 음운체계의 통시적인 변화를 정리하고, 삼국 현대의 음운체계를 대조해 보았다. 이를 토대로 중국 한자음을 기준으로 삼국 현대 한자음의 음소 및 음절 대응 양상을 기술하고, 대응의 추세를 파악하여 우세한 유형을 중심으로 대응된 원인을 분석하였다. 자세한 논의는 다음과 같이 진행하였다.
2장에서는 한자음의 형성 및 그의 통시적인 변천 과정을 서술하고 현대 한·중·일 삼국의 음운체계를 대조해 본다. 한자음은 음운체계에 기반하고 있기에 음운체계의 통시적 변화가 현대 한자음의 대응 양상을 설명하는 데에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대응 양상을 검토하기 전에 삼국의 음운체계를 먼저 다루어야 한다. 중국어 음운체계의 통시적인 변천 양상부터 검토한다. 그 다음에 한국 한자음 및 일본 한자음의 형성 과정을 간단히 설명하고 음운체계의 통시적 변화를 다룬다. 이어서 현대 삼국의 음운체계를 자음체계, 모음체계의 순서로 검토하고 음운을 대조해 본다. 2장은 향후 논의의 중요한 토대가 된다.
3장과 4장은 중국 한자음을 기준으로 음소 차원에서 한·중·일 현대 한자음의 대응 양상을 고찰한다. 3장에서는 음절의 초성과 종성을 구성하는 자음의 대응 양상을 살펴본다. 그리고 2차적으로 조음방법의 순서로 파열음, 파찰음, 마찰음, 비음, 유음의 대응 관계를 일일이 확인하고 대응의 원인을 해명할 것이다. 4장에서는 한·중·일 현대 한자음에서 중성을 담당하는 모음의 대응 관계를 알아본다. 단모음, 복모음의 순서대로 대응 양상을 검토하고 각 대응이 나타난 원인을 밝혀낸다. 3장과 4장의 논의를 통해 한·중·일 현대 한자음의 대응 관계를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음절 층위의 대응 양상을 분석하는 바탕도 만들어진다.
5장에서는 음절 층위에서 한·중·일 현대 한자음의 대응 양상을 살펴본다. 중국 한자음을 기준으로 음절의 유형에 따라 먼저 CV 음절 한자음의 대응 양상을 분석하고 그 다음은 초성이 없는 VC 음절의 대응 양상을 검토한다. 이러한 단계를 걸쳐 최종적으로 초성, 중성, 종성을 모두 갖춘 CVC 음절의 대응 양상을 고찰한다. 음절에는 결합 관계에서의 변화가 뚜렷이 관찰되기 때문에 음소 차원에서 발견하지 못한 양상이 기대된다. 또한 음절 대응 양상과 어울러 보면 3장과 4장에서 다루었던 자음과 모음의 대응 관계를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처럼 본서는 음소 및 음절의 차원에서 한·중·일 현대 한자음의 대응 양상을 살펴보고 대응된 원인을 밝혀낸다. 그 결과 삼국 현대 한자음의 대응에서 삼국 현대 음운체계에 부합한 대응도 있지만, 중국어 유성음의 소실과 모음의 변천, 한국어의 단(單)모음화와 구개음화 그리고 일본어 ハ행 자음의 음가 변화 등 통시적인 음운 변화로 인해 형성된 대응도 적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외에는 본서는 아래의 두 가지 사실을 확인하였다. 첫째, 한국과 일본 한자음은 어느 특정 시기의 중국 한자음을 일정하게 수용한 것이 아니라 긴 세월에 걸쳐 다층적으로 수용하였다는 것이다. 둘째, 한국과 일본 현대 한자음은 심한 변천을 거친 중국 현대 한자음보다 수용 당시 중국 원음의 음운 특색을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본서는 이전에 거론되지 않은 한·중·일 현대 한자음의 대응 양상 자료를 제시하였는데, 이는 삼국 언어의 친속 관계 연구에 방증이 될 뿐만 아니라 한자음 교육 및 학습에도 다각적으로 활용될 수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본서는 저자의 박사논문을 다시 정리하여 만든 것이다. 논문부터 출판까지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다. 이번 기회로 이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학술 연구의 길을 인도해 주시고 본서의 주제 선정부터 자료 수집 등 사소한 디테일까지 아낌없이 지도해 주신 한성우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자료 분석하는 데 필요한 도구를 만들어 주신 서울대학교 박진호 선생님, 논문에 좋은 조언을 해 주신 서울대학교 장윤희 선생님, 인하대학교 안명철 선생님, 백은희 선생님, 민병찬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보낸다. 책 출판에 애써주신 한국문화사 한병순 부장님과 관계자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그리고 인하대 한국학과에서 같이 공부하고 제 유학 생활에 도와준 선후배들께 감사한다. 마지막에 언제나 저를 믿고 따뜻하게 지지해 준 가족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