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러움과 외로움의 땅이자 천혜의 관광지로 꼽히는 제주도.
그리고 그 제주도를 작게 축소해 놓은 듯한 섬, 가파도!
도시 사람들의 살아보기 로망 중 하나가 제주도에서 살아보는 것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소수의 사람도 있지만 지인들과 이야기해 보면 제주도에 살아보기 비중이 높은 편이다. 그러나 로망과 살아보는 것은 극과 극임을 잊어서는 아니 된다. 고물가, 텃새, 불친절, 문화생활 부족, 교통 불편, 인맥 단절, 외로움 등, 이미 다들 알고 있는 내용이겠지만 실제로 부딪혀 보면 이론과 현실의 괴리로 이해 못 하여 실망하거나 현실이 거대한 벽처럼 다가오기 때문이다.
삶과 여행의 구분에서 공통점은 “삶을 추구하는 방법과 인생은 끝이 정해져 있고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며 다른 점은 “보는 눈, 생각과 행동하는 방법 등이 반대의 각도”라는 것이다. 삶과 여행의 의미에서 논리적으로 따져 보자. 과연 삶을 여행같이 산다면 행복지수는 높아질까? 인생을 더 많이 알게 하고, 더 깊게 배우게 할까?
강원도 설악산 대청봉에 등산하여 이른 아침 일출을 본다면 얼마나 황홀하고 멋진 풍경 속에 사느냐고 감동하겠지만, 그곳에서 생활하는 분은 과거 생필품을 지게로 그 높은 곳까지 직접 나르는데 얼마나 힘들지 생각만 하여도 온몸이 뻐근할 지경일 것이다.
하지만 꼭 단점만 있을까? 우리나라 태풍의 길목으로 수시로 바람이 불고 산도 계곡도 냇가도 없는 열악하고 변화무쌍하지만 너무도 아름다운 환경과 그 속에서 꿋꿋이 이겨내며 밝게 웃는 삼촌들이 있다.
봄은 유채꽃, 매화꽃, 벚꽃이 거리에 가득 차고, 여름에는 수박만 한 수국과 해바라기가 해안도로와 제주 전역에 넘쳐나고, 가을 에는 메밀꽃과 억새가 바다와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며, 겨울에는 동백꽃이 붉은 자태를 우아하게 뽐내는 꽃들의 고향이다. 관광객들이 자연환경에 흠뻑 빠져 즐기는 모습은 보는 이들도 하여금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이러하듯 제주에서도 이 순간 여행으로 지내는 것과 삶의 현장으로 지내는 것은 경험하지 않은 자는 비교하기 힘든 정반대의 삶이라는 새로운 원리를 경험으로 알게 되었고, 그 경험과 고뇌, 기쁨과 슬픔을 모두 이 책, 〈무사! 가파도〉 속에 고스란히 녹여 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