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선생님은 생전에 이 책의 반응이 좋아서 계획한 대로 서문 모음집 시리즈가 이어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치셨다. 또 이 책의 표지가 잘 만들어졌다고 흡족해하셨다.
이 책은 이어령의 서문 모음집이다.
장을 나누고, 장마다 제목을 붙이고, 장별로 포함될 서문을 정하는 등 이 책과 관련한 모든 구성은 이어령 선생님께서 직접 하신 것이다. 더하여, 이어령 선생님께서는 자신이 쓴 저서가 방대한 만큼 단권이 아닌 시리즈로 서문 모음집을 기획하시면서 차후에도 후속 작이 차질 없이 발간되기를 기대하셨다.
보통 서문이라고 하면, 책을 내게 된 경위를 소개하고, 책의 내용이나 성격에 대해 간단히 언급하며, 도움 준 이들을 향해 감사 인사를 드리는 정도로 꾸려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어령의 서문은 그렇지 않다. 일찍이 ≪문학사상≫의 권두언을 모아낸 『말』(문학세계사, 1982)이 보여준 것처럼, 이어령의 서문은 하나하나가, 그리고, 그 전체가 한 편의 아포리즘Aphorism이다.
‘뿌리의 언어’, ‘불꽃의 언어’, ‘젊음의 언어’, ‘바람의 언어’, ‘바다의 언어’, ‘생명의 언어’, ‘영혼의 언어’라는 장 제목은 아주 인상적이자 직관적이어서 그 각각에 수록된 서문이 어떠한 성격인지를 잘 알려준다. 개별 서문도 특유의 화술로 인해 전혀 어렵지 않으며 차라리 술술 읽힌다.
주제별로 묶인 일곱 개의 장 속에 서른여덟 편의 서문은 각자의 역할을 하면서도 하나의 유기체로 작동하는바, 읽는 이에게 사색할 거리를 제공하고 깊이 있는 통찰을 제시한다. 그런 까닭에, 이 책은 서문 모음집일지언정 단순한 색인索引 같은 것이 아니라 완성된 작품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전체적인 맥락 이해에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각 장과 관련한 개괄적인 소개를 두세 문단 정도로 간단히 붙여두었다.
-해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