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와 천안함 사건은
아직은 그 이름을 알지 못하는,
또다른 슬픔의 과거일 수도 있습니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의 저자 김승섭 교수의 신작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
‘이야기’할 수 있다면, 슬픔은 견뎌질 수 있다
트라우마 생존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기 위해서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생존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당신 잘못이 아니다”라고 답해주고 그 고통을 비하하는 사람들에 맞서 함께 싸워주는 이들이 있어야 합니다. 그럴 때 생존자의 몸속에서 고통의 에너지로 머물던 사건은 언어로 만들어진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세월호 생존학생 연구와 천안함 생존장병 연구를 진행했던 제가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미약하게나마 그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데 기여하고자 쓴 글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정치적으로 가장 예민한 사건이자, 여전히 진보와 보수 진영에서 각기 정치적 이득을 위해 이용하고 있는 사건을 두고서 책을 쓴다는 일이 실은 두려웠습니다. 글을 읽기도 전에 “너는 어느 편이냐”라고 물을 것이 분명한 한국 사회에서 두 사건 모두에서 동료를 잃은 채 살아남은 사람들이 있다고, 그 생존자들의 트라우마에 귀를 기울이면 우리가 어떤 태도로 과거를 살아왔는지 더 잘 알 수 있지 않겠냐는 말이 과연 받아들여질지 걱정스러웠습니다.
저는 사람들 사이의 이해관계에 따른 대립이 더욱 첨예해지기를 바랍니다. 다만 그 대립이 정치적 선동으로 인한 공허한 충돌이 아니라, 구체적인 얼굴을 가진 사람들이 살아가는 생생한 현실에 뿌리박은 갈등이기를 바랍니다. 그런 갈등이 더 많아져야 합니다. 그런 진통을 겪지 않고 생겨나는 대안은 현실에서 힘을 가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후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