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과 아날로그적 인간의 공존을 위하여
과학의 발전, 기술의 진화는 4차산업혁명, 초연결시대로의 진입을 가능하게 했다. 초연결시대 우리는 정보과학기술,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알고리즘 등 대충 파악하기에도 버겁고 생경한 것들을 타고 향방을 가늠할 수 없는 곳으로 빠르게 이동 중이다. 너무 빠르게 변화해 가는 세상 속에서 흔들리는 시선만큼이나 우리의 정체성도 흔들리고, 주변의 대상들도 모두 혼재되고 혼란스럽다. 인문학자들의 탈경계적 관점의 다양한 해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책은 과학철학사, 국어학, 영화, 예술, 문화 등 여덟 개의 시선을 통해 초연결사회를 조망한다. 여덟 개의 인문학적 시선은 초연결사회에서 인공지능, 알고리즘, 네트워크에 함몰되지 않으려면 습관적이고 무비판적 인식을 지양하고 성찰, 비판, 자아와 반자아의 상호작용, 상상력 등을 통해 사피엔스로서 자유로운 시선을 유지해야 함을 보여 준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인문학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차원을 넘어 인간과 비인간 사이 연결에 대한 새로운 관계 문법에 대해 숙고해야 한다.
초연결사회 기계와 인간은 어떤 관계를 설정해야 할까?
초연결사회에서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소통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정보나 지식의 불균형은 오히려 단절, 불통, 갈등,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다. 초연결시대에 지식의 양적 평등은 이루어질 수 있겠지만, 이것이 질적 평등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불평등은 심화될 것이다. 우리가 쉽게 간과하는 것은 초연결시대, 초연결사회가 과학기술과 시스템과 관련된 것이지만 이것이 인간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점이다. 과학기술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수록 인간과 인간 삶에 대한 논의가 동시에 진행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사물이 창의적이고 자율적으로 소통하는 초연결시대로 진입했지만, 인간은 여전히 아날로그적 존재로 살아가고 있다. 인간의 존재 방식과 빠르게 진화하는 미래 사회 사이의 간극은 점점 넓어지고 있다. 현재와 가까운 미래에 인간은 어떠한 존재로 살아가야 하고, 기계와 인간은 어떤 관계를 설정해야 할까. 그리고 부단히 변화하는 시대인 초연결시대에서 인간의 존재 의미, 인간 삶의 의미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알고리즘이 아니라 상상력이 필요한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