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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

  • 강혜진
  • |
  • |
  • 2020-10-30 출간
  • |
  • 60페이지
  • |
  • 262 X 239 X 12 mm /527g
  • |
  • ISBN 9791196541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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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기다리는 일은 조금 지루하지만…….

웜뱃과 고릴라가 버스를 기다립니다. 조금 지나자 할머니 한 분이 고릴라가 양보한 자리에 앉습니다. 할머니는 가방에서 껌을 꺼내 씹습니다. 기다리던 버스가 금세 왔네요. 할머니는 버스를 타고 떠납니다. 이제 웜뱃과 고릴라에게도 껌이 있습니다. 할머니가 주고 간 것이지요. 둘은 껌을 씹으며 즐겁게 버스를 기다립니다.
오물오물, 찹찹찹, 짝짝짝, 딱딱딱, 쭈우우욱!
껌은 모양에 정함이 없어 입에서 오물오물 갖고 놀기에 그만인 장난감입니다. 그래서인지 쓸쓸하게 버스를 기다리던 첫 모습과는 달리 둘은 마냥 신이 났어요. 의자에서 일어나 발을 구르고 뛰고 춤까지 추며 껌을 씹습니다. 이렇게 놀다 보면 버스 기다리는 일이 하나도 지루하지 않겠어요. 하지만 버스가 어디 그리 쉽게 올 리가 있겠어요?
아이고, 아프겠다! 마침내 고릴라가 일을 내고 맙니다. 혀를 깨물어 버렸지요. 입 안에서 놀던 껌도 멀리 날아가 버렸습니다. 껌도 잃고 혀도 잃어 말을 잃은 고릴라가 고작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눈물만 뚝뚝 흘리는 것뿐. 곁에서 고릴라를 바라보는 웜뱃 좀 보세요. 고릴라에게 커다란 손수건을 내미는 저 안타까운 얼굴이라니요. 껌을 잃은 고릴라는 이제 무슨 재미로 버스를 기다릴까요?

즐겁기도 하고 난처하기도 한 껌의 두 얼굴

웜뱃은 자신의 껌을 나눠 줍니다. 알고 보면 웜뱃이 씹던 껌이지만, 기다림의 기쁨을 잃은 고릴라한테는 그쯤이야 아무 문제도 아닌 것 같지요? 굳었던 고릴라의 얼굴도 활짝 피었습니다. 둘은 껌을 길게 늘어뜨려 두 덩이로 나누려 합니다. 그때 고양이 한 마리가 끼어들어 훼방을 놓습니다. 어느 샌가 두 마리가 더 달려와 껌 줄넘기를 하네요. 이제 껌은 자기만의 놀이에서 여러 아이의 놀이로 바뀝니다. 줄넘기를 마친 고양이들이 떠나자 웜뱃과 고릴라도 새로운 놀이를 찾았습니다. 바로 손가락으로 휙휙휙 감아 돌리다 쏘옥 입으로 가져가기!
둘은 즐겁게 걸으며 껌을 씹습니다. 그런데 그만, 고릴라가 아까 떨어뜨린 껌을 밟아 버렸습니다. 아무리 떼어내려 해도 더 엉망진창이 되어 갑니다. 껌은 왜 이럴까요? 씹을 땐 좋은데 혀를 깨물면 아프고, 밟으면 꿈틀하며 신발이며 손이며 몸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더구나 둘한테는 더 기막힌 일이 기다리고 있었지요. 웜뱃이 얽히고설킨 껌을 겨우 가위로 잘라내고 정신을 차리려는 순간, 마침내 기다리던 버스가 옵니다. 하지만 둘한테 버스 타는 일은 꿈결 같은 일. 웜뱃과 고릴라의 눈은 안타깝게 떠나 버린 버스 뒤꽁무니에 콕 박힐 뿐입니다.

꿈같은 놀이는 버스도 빨리 오게 합니다

둘은 이제 잔뜩 풀이 죽었습니다. 우리 세상은 버스가 오는 시간을 쉽게 알 수 있지만, 둘의 세상에서는 아닌가 봅니다. 언제 또 올지 모를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립니다. 고릴라가 가방에서 마실 걸 꺼내 웜뱃에게 건넵니다. 아마도 몸에 덕지덕지 붙은 껌을 떼어내느라 고생한 웜뱃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주는 선물인가 봐요.
우두커니 앉았던 고릴라가 가만히 껌 풍선을 붑니다. 오오, 웜뱃이 신기하게 바라봅니다. 웜뱃도 풍선을 불어 보려 하지만 쉽지만은 않네요. 드디어 웜뱃도 풍선 불기 성공! 둘은 조심조심 더 커다랗게 풍선을 붑니다. 커다란 풍선이 버스 정류장을 가득 채웁니다.
“팡”
그다음 버스는 왠지 빨리 온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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