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에서 발견하는 우리 시대 새로운 사랑법
마사 누스바움은 사랑을 탐구하려면 철학이 아니라 문학에 기대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사랑은 다른 어떤 열정보다 더 신비롭고 사랑의 이유를 목록화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이야기에 의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사랑의 경험이 어떤 것이고 사랑의 기능이 무엇인지에 대한 가장 믿을 만한 대답은 사랑을 깊이 생각한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충만하게 산 사람에게서 나온다. 사랑은 추상적 정의나 공식으로 규정할 수 없는 개개 사례로 존재한다. 그렇다면 사랑의 실패와 성공, 사랑의 깊이와 넓이, 사랑의 모양과 색깔은 각각의 사례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사례는 사랑에 대한 추상적 사유를 전개하는 철학자가 아니라 소설 속 인물들과 그들이 만들어가는 사건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위대한 문학은 본질적으로 위대한 사랑 이야기이다. 사랑을 직접 다루고 있느냐 아니냐에 상관없이 그렇다. 인간의 근원적인 갈망을 건드리지 않는 문학, 인간을 그 기저에서 뒤흔드는 열정을 다루지 않는 문학, 그 갈망과 열정을 온갖 적대적 힘들과의 관계 속에서 드러내지 않는 문학이 위대한 문학의 경지에 오를 수는 없다. 고전의 반열에 오른 세계문학을 통해 사랑에 접근해보려고 한 까닭이 이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진단하듯, 우리 시대는 한편에선 사랑의 열정이 놀랄 만큼 차갑게 식어버렸고, 다른 한편에선 우리의 행복과 자존감을 결정짓는 사랑이 여전히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우리는 사랑에 너무 냉소적이거나, 반대로 사랑을 지나치게 이상화한다. 그러면서 정작 사랑에 대해 성찰하지 않고 사랑에 정성을 기울이지 않는다. 자신을 그 전체로 온전히 실현하는 방식으로서 사랑할 줄 아는 능력이 중요한 인간적 역량이라면, 우리는 이 역량의 쇠퇴를 막고 인간적 유대를 키우기 위해 우리 시대에 맞는 새로운 사랑법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그 길로 나아가기 위한 통로로 세계문학 읽기를 택했다. 사랑을 심도 있게 그리고 있는 문학작품을 통해 사랑의 다면성과 역사성을 들여다보고 사랑을 공부하는 기회로 삼고자 했다. 세계문학이라는 광학기계에 세밀하게 잡힌 연인들의 모습, 그들의 몸과 마음을 짓누르는 시대의 무게와 그것을 뚫고 나아가기 위해 그들이 벌인 고투의 흔적들을 들여다보려고 했다. 세계문학을 통해 사랑에 접근해본 이 책은 근대소설과 감정의 역사적 변화라는 주제로 2018년부터 2019년까지 2년 동안 함께 공부한 감정문화연구소의 연구 모임이 대중 독자들과 만나기 위해 기획한 것이다. 사랑은 무엇이고, 역사 속에서 사랑이 어떻게 변화해왔으며 현재 어떤 상태에 처해 있는지 아는 일은 쉽지 않다. 진부해 보이지만 정말 다루기 힘든 주제가 사랑이라는 것을 절감하는 순간이야말로 문학을 통해 진정한 우리 시대의 사랑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답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접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