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받지 않아도 강해질 수 있습니다!”
자존감, 공감, 욜로, 소확행, 다 괜찮다는 말…
우리 사회에 넘쳐나는 달콤한 유행어와 거짓 위로에 속아
독립과 책임에서 도피한 이들을 향한 정신과 의사의 조언
자존감을 높이라고 한다. 공감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한다고 한다. 화나면 화내고, 하다못해 소리 내어 울어버리라고 한다. 한 번뿐인 인생, 남 시선 신경 쓰지 말고 살고 싶은 대로 살라고 한다. TV에서, 강연에서, 베스트셀러에서 전문가들이 하는 조언이다. 이에 대해 『강해질 권리』의 저자인 현직 정신과의사 김민후는 “이런 식의 달콤한 꼬드김은 얼핏 듣기에 솔깃할 뿐 결국 헛소리”라고 말한다.
저자는 요즘 우리 사회에 유행하는 자존감, 공감, 욜로, 소확행, 온갖 위로의 말들이 정신력이 나약한 사람들에게 ‘약’ 아닌 ‘독’이 되고 있음을 경고한다. 이른바 심리 문제 전문가들의 잘못된 처방으로 인해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고통을 극복하려고 노력하기보다 포기하고, 의지하고, 남 탓, 환경 탓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비판한다. 또한 모든 인생에 주어진 과업, 즉 ‘독립’과 ‘책임’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강해져야 하며, 그 방법으로서 ‘스스로를 동정하지 말고’, ‘신체를 단련하며’, ‘열등감을 변화의 원동력 삼으며,’ ‘인생의 목표를 자기 기분 두지 않는’ 등 다양한 지침을 제안한다.
“조금 따끔할 수 있습니다”
사는 게 무섭나요? 도망치고 싶나요?
나약한 마음을 다잡아줄 꽤 독한 심리상담
직업의 특성상 저자는 심리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매일 만난다. 환자 대부분은 좋아지고 싶은 의욕을 갖고 치료자에 잘 협조한다. 그런데 변화해보자는 조언을 잔소리로 받아들이는 삐딱한 자포자기 환자들도 종종 만난다.
“가난하고 못난 부모 밑에서 태어나 고생하며 사는 게 억울해요. 세상이 공평하지 않은데 열심히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요?”
“내 모든 게 혐오스러워요. 사회생활이 안 맞아서 일을 못 하는 건데 왜 자꾸 일하라고만 하세요?”
“상담 선생님이 부모가 나한테 공감을 안 해주고 부정적인 피드백만 주면서 키워 자존감을 다 잃어버린 게 원인이래요.”
물론 병증이 깊어 약물치료가 필요한 환자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말 그대로 정신력이 약한 사람들이다. 나약함의 늪에 빠져 온갖 매체에서 들었던 달콤한 말만 찾는다. 그들에게 저자는 위로와 공감의 말 대신 ‘강해질 권리’를 되찾으라고 말한다.
정신력 강화를 위한 지침을 설명하기에 앞서, ‘자존감’과 ‘공감’, 그리고 이른바 ‘욜로’, ‘소확행’, ‘파이어족(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의 무비판적 수용과 이로 인한 사회문제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한다. 비판의 근거를 위해 정신과학적 지식과 경험은 물론 인문학, 사회학, 종교학, 문학 분야를 넘나든 흥미로운 인용과 비유, 스토리텔링을 풀어낸다.
‘지금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기보다
‘내가 사랑할 수 있는 나’가 되기를…
그렇다면 정신력을 강화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대원칙은 ‘자기 극복’이다. 외부의 강제가 아니라 자유의지에 따라 스스로를 극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구체적 방법으로, 스스로를 동정하지 않고, 생색내지 않으며, 변명하지 않고, 자랑하지 않으며, 일찍 일어나고, 신체를 단련한다. 조금만 노력하면 가능하다.
나아가 열등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변화를 위한 원동력으로 삼고, ‘사고실험’을 통해 상황을 객관화하여 다른 관점에서 보며, 개성과 창의성을 논하기 전에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기본과 실력을 찾는다. 자신의 선택을 의연하게 받아들이며, 변덕스러운 기분에 굴복하는 대신 최악의 기분에서도 지금 해야 일을 묵묵히 한다.
이렇게 제안하면 “저는 이 상태가 더 편한데 왜요?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즐겁고 편한 것만 하면서 행복하게 살면 되잖아요. 인생에 정답이 있나요?”라고 묻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서 그것이 ‘지금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그러면 이렇게 대답해준다고 한다. “나태하고 나약하게 살아가는 무책임한 자신을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해야 우울증이 낫는다는 말은 헛소리에 불과하며, 그것은 스스로에 대한 기만일 뿐 진실로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될 수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