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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뮬라크르 에도

시뮬라크르 에도

  • 손정아
  • |
  • 역락
  • |
  • 2021-05-18 출간
  • |
  • 196페이지
  • |
  • 130 X 210 mm
  • |
  • ISBN 9791162445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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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일본의 근대화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한 메이지 시대로 들어가기 전, 에도 후기는 그야말로 혼란과 격변의 시기였다. 막부와 조정을 각각 이용하고자 하는 큰 두 세력과 서양 열강들의 계속되는 개국 요구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을 초래했다. 그러나 에도 시대의 막이 내려오는 와중에도 다른 한편에서는 문화의 꽃을 피운 시기이기도 하다. 인쇄술의 보급과 발달로 다양한 출판물이 간행되었으며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긴 서민들은 가부키를 즐기며 그와 관련된 우키요에 그림을 소장하였다. 또한 서민들은 문화를 즐길 뿐만 아니라 직접 창작까지 하게 되는데, 교카(풍자와 익살을 주로 한 짧은 시)를 만드는 문화 살롱과도 같은 모임을 통해 그 창작의 내용과 종류는 점점 다양해진다.
에도 문화는 주로 공동 작업으로 이루어졌다. 한모토(版元)라고 불리는 출판업자는 단순히 작품을 찍어내는 곳의 사장만은 아니었다. 서적이든 그림이든 제작 구상은 먼저 이 한모토로부터 시작되었으니 오늘날로 치면 프로듀서와 같은 존재였다. 에도 후기 때 나온 책과 그림들은 바로 이 한모토에 의해 성공하고 또 실패했다. 오늘날 일본 각 지역의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TSUTAYA’는 쓰타야 주자부로라는 에도 시대 가장 유명한 한모토의 이름에서 나온 것이다. 쓰타야는 공인된 유곽 요시와라 근처 작은 책방의 주인이었다. 그는 우타마로라는 아이돌을 탄생시켰으며 샤라쿠라는 미스터리 화가를 통해 앞서간 예술의 표본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한 산토 교덴 등의 베스트셀러 작가의 작품을 지속적으로 출판했는데 그중 몇몇 작품으로 인해 막부로부터 재산을 몰수당하고 일정 기간 손을 사용하지 못하는 형벌을 받기도 한다.
쓰타야와 콤비를 이룬 대표적인 작가인 산토 교덴은 사회 풍자와 비판을 드러내면서도 오락성이 짙은 기뵤시(그림 소설로 책 표지가 노란색이라 붙은 이름)라는 장르를 통해 일본의 옛 전설과 영웅담뿐만 아니라 당대 유행하는 인물이나 물건 등을 소개하는 책을 썼다. 또 다른 작가 사쿠라가와 지히나리는 특히 옛날이야기를 소재로 리메이크하는 작품을 많이 썼으며 그 안에서 가부키 팬덤을 드러내었다.
그림 소설 삽화가로 활동하던 에도 후기 화가들은 우키요에를 통해 더욱더 견고한 자신들의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덴포 개혁이라는 규제에도 불구하고 우타가와 구니요시는 기존의 인기 제재였던 미인과 배우 그림에서 탈피하여 애니멀 콘텐츠를 활용한 다양한 우키요에의 세부 장르들을 만들어 낸다. 여기서 또 한 번, 일본 옛날이야기들은 패러디되고 캐릭터들은 재창조되어 새로운 아이템으로 등장한다. 달리 시각미디어가 발달되어 있지 않았던 이 시기에 우키요에는 다양한 장르의 기능을 대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진이 발달하게 되는 등 근대 미디어들이 일본에서 자리잡기 시작하자 직접 손으로 새기는 판화의 방식을 거쳐야 하는 우키요에는 점점 설 자리를 잃게 된다. 그 마지막 족적에 있던 화가들이 구니요시와 그의 제자들이다. 그들은 이전에는 사용하지 않았던 소재들을 다양하게 우키요에로 옮겨 왔고 우키요에 또한 신문이나 게임 등의 기능을 더해 변모시켜 얼마간 그 생명력을 이어간다. 구니요시 동문들의 그림에는 일본 고전을 활용하여 다이내믹하게 묘사한 대작이 있는가 하면, 격동의 에도 말기와 메이지 초기를 거치면서 이국에 대한 호기심과 혼란한 사회 곳곳의 모습을 그린 것도 있다.
메이지로 접어들면서 일본은 갑작스레 근대화를 지향하며 에도의 흔적을 없애고자 하는 태도를 취한다. 이것은 마치 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이면서도 미국을 적대시하지 않고 바로 순응적 태도를 취했던 양상과 어딘가 비슷하다. 대정봉환으로 일본의 왕에게 다시 권력이 이양되어 일본적인 것을 더 중시하며 전통 문화를 살릴 수 있었던 새로운 시대에 오히려 정치 세력들은 열강의 꿈을 꾸며 일본의 전통 색채를 지우기 시작했던 것이다.
따라서 출판업자ㆍ작가ㆍ우키요에 화가들이 꾸려놓았던 에도 문화는 근대화 물결 속에서 잊히다가 현대에 들어와 재조명을 받기 시작한다. 서양 인상주의 화가들이 발견한 우키요에의 예술적 가치가 뒤늦게 일본에서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각종 영화나 드라마에서 한모토와 작가들이 등장인물이 되고 다양한 에도 문화들이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지고 있다.
오늘날의 일본적인 것, 일본의 문화력을 논할 때 이제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에도 후기 문화다. 그러나 에도 여행을 시작해 보면 그 안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와 같은 유일무이의 가치를 논할 만한 예술적 방식과 특징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그곳에는 한 가지 소스를 여러 번 이용하는 패러디의 특징이 발견된다. 감히 철학 용어를 빌려오자면, 에도 문화는 모방과 창조의 무한 반복을 통해 원본을 잊고 무수한 복제를 경험하게 하는 ‘시뮬라크르’의 성질을 보여준다.
특히 에도의 출판문화는 순간적으로 생성되고 사라지며 복제하는 시뮬라크르와 무척 닮아있다. 오리지널과의 상관관계를 따지지 않고 행여 오리지널이 존재한다 해도 유사(類似)의 개념으로 그것과의 관계에서 오는 가치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사본들의 사본, 상사(相似)와 상사들의 반복, 그 사이에서의 미묘한 차이들이 에도 문화를 점령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에도 시대만큼 오리지널이 아닌 것들이 당당하게 문화콘텐츠로서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며 우위를 점령했던 적이 없다. 옛 전설이 연극으로, 그림책으로, 우키요에로 표현된다. 그러나 누구도 주인(patron)을 찾지 않는다. 눈앞의 작품으로서 표현되고 소비되며 즐긴다. 공통된 세계에서 형성되어 주인을 알 수 없는 패러디 작품은 장르를 교차하면서 일본 미디어믹스의 원형을 이루기 시작한다. 이 에도 시대의 패러디가 일본 문화의 시뮬라크르의 증거이다. 에도 후기 문화의 장은 시뮬라크르가 움직이는 시대였다. 서민들이 소비한 문화들이 판화방식을 통해 제공되었다는 기술적 측면이 한 요인이기도 하지만, 이미 문화 창작자들이 모방과 창조의 반복으로 일궈내는 결과물에 그 어떤 제약도 두지 않았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그러한 시뮬라크르의 증거들을 탐색해 보려 한다. 에도의 가상현실은 현대 일본 문화를 있게 한 작은 축소판이었다. 동일한 것으로의 수렴이 불가하고 거대해진 오늘날 일본 대중문화는 어쩌면 복제에 마침표를 찍을 수 없는 운명을 지닌 에도 문화의 지친 잔존물로서 존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시뮬라크르 에도의 정체를 찾는 여행을 떠나보자.


목차


들어가며

제1장. 프로듀서 쓰타야에게 맡겨주세요
1. 요시와라의 작은 책방
2. 걸어 다니는 출판브랜드
3. 쓰타야의 아이돌, 우타마로
4. 샤라쿠는 누구인가
5. 블랙리스트와 말로

제2장. 오락 소설 아이디어의 시대
1. 두 남매의 전설, 그림책이 되다
2. 닭의 해(己酉)니, 이런 것은 어떤가
3. 재탕 권하는 사회
4. 스토리는 살아있다
5. 스타워즈식 흥행을 꿈꾸다

제3장. 애니멀 콘텐츠는 에도 시대부터
1. 기산지, 너구리를 부활시키다
2. 복제되는 긴타마, 여기저기
3. 시리즈로 탄생한 ‘고마’
4. 고양이들 모두 이름 있어요!
5. 참새도, 금붕어도, 이것도 저것도

제4장. 문화콘텐츠 개발자, 구니요시
1. 그림으로 읽는 글자
2. 겉보기엔 무섭지만
3. ‘가와이’와 ‘오모시로이’
4. 현대 만화에 등장하다
5. 구니요시 스쿨

제5장. 우키요에의 하이브리드적 변형
1. 구니요시 제자들, 신문을 만들다
2. 가짜 뉴스 전성시대
3. 전쟁에 이용되다7
4. 게임으로 문명을 읽다
5. 우키요에에서 사진으로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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