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 진돌이
잎샘추위가 동그마니 남았던 그해 봄.
그녀에게 다가온 진돗개 한 마리.
넌 누구니?
어디서 왔니?
널 뭐라 부를까?
입안에서 ‘진돌’이란 말이 자연스레 맴돌았다.
아하, 넌 진돌이구나.
어서와, 진돌아.
앞으로 내가 널 지켜 줄게.
진돌이가 별길 따라 떠날 때까지,
그녀와 진돌이는 14년을 함께 살았다.
반려견, 나의 세상은 너
그림을 그리고 피아노를 치는 그녀.
어제와 같은 오늘을 무연히 보내고 집에 들어온 어느 날.
아파트 13층 베란다 밖을 진돌이가 하염없이 내다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니?
혼자서 많이 외로웠니?
넌 너를 그리워하고 있었구나.
그날부터 그녀는 진돌이를 화폭에 담기 시작했다.
함께 피아노를 치고, 어스름 길을 걷고, 보물을 찾고, 미로에 갇히기도 하고, 막다른 길을 만나기도 했다.
그 순간순간들을 그녀는 그림으로 기록했다.
너를 알아볼 수 있을까.
나는 나를 만날 수 있을까.
순수하지만 어리석고 연약했던 그녀와 진돌이.
그녀는 진돌이의 쓸쓸함을 업어 주었고, 진돌이는 그녀를 지켜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