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하기 딱 좋은 물건이 있습니다,
보여 드릴까?
나대리는 새벽같이 출근하고,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오늘은 사랑하는 딸의 생일이라서 서둘러 일을 마쳤지만, 퇴근길엔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습니다. 매일 일에 치여 선물도 미리 준비하지 못한 나대리는 케이크 하나 겨우 사서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복잡한 퇴근 시간, 사람들로 북적이는 지하철에 올라 운 좋게 자리에 앉은 나대리는 선물로 무엇이 좋을까 생각에 잠깁니다.
그때 지하철 문이 열리고 어릿광대처럼 괴상한 차림새의 기묘한 할아버지가 여행 가방을 끌고 들어옵니다. “손님, 아이에게 선물하기 딱 좋은 물건들입니다. 보여 드릴까?”
사람들로 북적이던 지하철도 갑자기 한산해지고 할아버지는 나대리만을 위한 호객 행위를 시작합니다. 나대리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열차 안은 마술쇼를 보는 듯 신기한 일들이 벌어집니다.
아빠,
이제 얼른 집에 오세요, 네?
할아버지는 커다란 가방에서 앞뒤로 굴러다니는 토끼, 점점 몸집이 커지는 코끼리, 나비를 만들어 내는 지팡이, 우주선으로 변하는 블록 등을 차례차례 꺼냅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하나같이 모두 서둘러 열차 밖으로 뛰쳐나가 버립니다. 그럴 때마다 어디에선가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마치 대변인이라고 되는 듯, 나대리의 손아귀에서 선물들이 빠져나간 이유를 시시콜콜 말해 줍니다.
할아버지가 마지막 선물을 건네자 아이는 나대리에게 가장 좋은 선물에 대해 충고합니다. “아빠, 이제 얼른 집에 오세요, 네?”
나대리가 집에 도착했을 때는 온 세상에 까만 어둠이 깔려 있었습니다. 아이는 이미 잠들어 있었습니다. 아이 방에는 할아버지가 권하던 선물들이 자리에 놓여 있었습니다.
당신 가까이 존재하는 마법의 세계,
자, 함께 떠나 볼까요?
직장인들이 출퇴근 교통수단으로 매일 아침저녁으로 이용하는 지하철은 지극히 평범한 공간이지만, 딸에게 빨리 가고 싶은 나대리의 마음이 이곳을 마법의 세계로 만듭니다. 하지만 마법의 공간에서 만난 것들은 나대리의 일상을 채워 주던 평범한 것들이었습니다. 이 책은 평범한 공간이 비현실적인 꿈의 세계로 이어지는 모습을 순수한 아이들의 그림처럼 발랄하게 그리면서, 이를 통해서 소소한 일상의 의미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