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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보면 (양장)

걷다 보면 (양장)

  • 이윤희
  • |
  • 글로연
  • |
  • 2021-02-25 출간
  • |
  • 38페이지
  • |
  • 257 X 239 mm
  • |
  • ISBN 9788992704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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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건조하게 바라보던 길에 이야기를 불어넣다
길 위를 빽빽이 채운 보도블록, 조금씩 그 모양과 색깔이 다른 그들이 서로 어깨를 맞물리며 마주하고 있는 건조한 도시의 모습에서 작가는 이야기를 찾아 건넵니다. 그저 걸어가는 ‘길’이라고만 생각했던 삭막한 그곳에 작가가 불어넣은 숨은 생명의 창조와도 같은 거창한 영역은 아닙니다. 단순히 그들을 가만히 바라보며 귀를 기울이는 과정이지요. 그렇게 작가는 보도블록에 숨어 있던 사슴을 불러내고 여우와 생쥐의 관계를 눈치챕니다. 데구루루 굴러 온 공 하나, 풀 한 포기, 고양이, 하수구 뚜껑 등 모두 평소에 보는 것들이지만 작가가 그만의 눈길로 다시 조명하자, 그 길은 우리가 평소에 생각할 수 없었던 많은 이야기들이 담긴 또 하나의 세상으로 다가옵니다. 사각사각 연필선으로 그려낸 흑백 그림은 길 위에서 떠나는 상상 여행을 현실의 색에 얽매이지 않고 더 자유롭게 이끄는 묘약과도 같습니다.

연필선이 보여주는 세밀하고 풍부한 농담의 파노라마
아이들에게 가장 친근한 필기도구인 연필, 그림도구로는 소박해 보이는 그 연필만으로 작가는 아름다운 그림을 완성했습니다. 다양한 굵기와 진하기의 연필을 사용해 그려낸 흑백 그림은 동양화의 풍부한 농담뿐만 아니라, 연필선이 주는 세밀함 또한 온전히 담고 있습니다. 장면들을 유심히 보면 연필선 하나 하나가 이어져 면이 되고 형태를 이루되, 그 형태들은 경계선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더불어 서로의 형상에 스미도록 그려진 수많은 선을 응시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선이 그어진 방향과 이야기가 흐르는 쪽이 일치하여 독서의 편안함을 내밀하게 이끕니다. 여백을 살린 프레임은 연필 그림의 서정적이고 단아한 정취를 시각적으로 배가시키며 그 역할을 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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