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천선란이 새롭게 제안하는
미니멀리즘 클래식
팡세 클래식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이상한 나라에도
앨리스가 필요하다 _소설가 천선란
토끼를 따라가다가 이상하고 신비한 세계로 빠져드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상한 뭔가를 마시자 갑자기 몸이 커지고 눈물 연못을 생겨난다. 쥐와 도도새도 만난다. 신비한 체셔 고양이, 미친 토끼와 모자 장수,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는 파랑 애벌레, 입만 열면 ‘저자의 목을 베라’고 외치는 카드 여왕, 툭하면 눈물을 흘리는 가짜 거북. 이들은 현실에서는 상상하지 못했던 놀라운 사건들과 재치 있는 웃음, 눈물 나는 풍자를 보여주며 그것이 어쩌면 우리 삶의 진짜 모습일 수도 있겠다는 놀라운 착각과 현실을 증명한다. 앨리스는 한때 어린아이였던 사람들, 지금도 어린아이인 사람들, 그리고 영혼의 늙음을 거부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는 클래식이다. 누구나 일상에서 클래식을 편안하게 곁에 둘 수 있도록, 원작을 읽기 쉽고 편안하게 다듬어 엮었다.
소설가 천선란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수상, ‘천 개의 파랑’ 작가)
우리는 크기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 능력은 몸의 절대적인 크기를 바꿀 수 있다는 말이 아니라, 상황과 사람 앞에서 변한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는 작은 사람이 되기도 하고 큰 사람이 되기도 한다. 살아남기 위한 수단이지만 우리는 그럴 때마다 세계가 낯설어지거나 앨리스처럼 울어 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앨리스는 한낮에 꿈을 꾸며 이상한 세계로 들어간다. 그곳은 규칙도 엉망진창이고 무자비하며 서로를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앨리스는 그곳에서 멋대로 커지고 작아지는 몸에 늘 놀라고 낯설어하며 자신의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그 모습은 마치 어린아이가 무자비한 어른의 세계로 들어간 것 같아, 책을 읽으며 앨리스를 응원하게 된다. 앨리스가 맞이한 그 이상한 세계는 불친절하다. 말이 되지 않는 규칙을 그때그때 만들고, ‘목을 치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사는 여왕이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앨리스가 이 규칙들에 수긍하지 않고 반박하며 저항한다는 점이다. 이상한 것을 이상하다고 말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지만 당연해서 뱉기 힘든 말이기도 하다. 앨리스가 그 세계를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도 결국 그 규칙이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자신만의 규칙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앨리스의 언니가 앨리스가 갔다던 그 이상한 세계의 이야기를상상하며 앨리스가 언제나 지금과 같은 순수함을 잃지 않기를 소망하는 이유도, 앨리스가 언제까지나 자신의 크기를 상황에 맞추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이상한 나라에도 앨리스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