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성종 19년(1488)에 씌어진 최부의‘표해록’은 우리에게 낯선 고전이다. 하지만 강원 과학고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김충수 선생은 청소년에게 소개할 우리 고전으로, 주저 없이 ‘표해록’을 꼽았다. 청소년들에게 동서양의 고전을 오늘의 시각으로 쉽고 생생하게 해설해 주는 ‘책 읽는 고래 고전’시리즈 네 번째 책, 『표해록-바다 건너 뭍길 따라 붓으로 그려 낸 명나라 풍경』은 이렇게 해서 탄생했다.
대학 입시 논술 열풍 때문에 고전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청소년들이 고전을 제대로 읽기란 쉽지 않다. 간단한 해설과 요약된 줄거리를 ‘습득’하기에도 시간이 없을 정도니까 말이다. 저자는 이런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요약이나 해설 대신에 원문에 충실한 번역을 통해 독자들을 ‘표해록’의 세계로 초대한다. 한 권을 읽더라도 자기 생각으로 고전을 읽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교육 현장에서 몸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록 문학인 ‘표해록’은 글을 직접 읽지 않고서는 그 참맛과 의미를 알기가 어렵다.
고전을 그대로 읽는다니 너무 어렵고 지루하지는 않을까,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오랫동안 국어 교사로 아이들을 만나온 저자의 경험을 살려,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게 최대한 쉽게 풀어 썼다. 국어 시간에 학생들과 함께 찬찬히 읽어나가듯, 저자는 꼭 알아야 할 낱말은 놓치지 않고 설명을 달아 이해를 돕고, 단 한 줄의 사진 설명에도 공을 들여, 15세기 조선 선비가 중국에서 무엇을 보고 듣고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생생하게 전한다.
또한 ‘표해록 더 잘 읽기’를 통해, ‘표해록’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할 뿐 아니라 그 시대의 문화에 대한 설명을 곁들였다. 예를 들어 ‘~위’ ‘~사’ ‘~성’ 등 ‘표해록’에 수없이 나오는 지명을 쉽게 이해하는 법을 소개하고(58쪽 표해록에 나오는 지명), 최부가 왜 그렇게 상복을 벗지 않으려고 하는지를 설명하며(56쪽 주문공 가례), 옷차림 속에 나타난 중국인의 생각을 살펴본다(160쪽).
‘이야기 한 자락’이라는 코너를 따로 두어, 와신상담, 맹강녀 이야기, 장량이 병서를 얻은 이야기, 운하를 뚫은 우 임금의 이야기 등 ‘표해록’ 속에 언급된 옛이야기들도 함께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