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명운이 바람 앞 촛불처럼 간당간당하던 조선 말, 시대의 모순을 혁파할 '새로운 나라'를 세우고자 치밀한 전략하에 일기당천의 인재들을 모아가는
킹메이커의 거대한 야망과 모험!!
철종 14년, 훗날 대원군이 되는 이하응이 야심을 감춘 채 장동 김문 일가의 문전을 전전하며 유랑걸식을 하고 있 던 시기. 관상사 최천중은 곧 망하게 될 조선 왕조의 왕권을 이어, 시대의 모순을 혁파하고 새로운 왕국을 세울 자식을 가져야겠다고 마음먹는다. 관상사라는 직업을 갖고 있던 그는 주류의 시각으로 보면 세상으로부터 일탈 한 존재이다. 화려한 언사로 권문호족의 마음을 홀려 재산을 훑어내고, 천하를 도모하고자 '삼전도장'이라는 근 거지를 마련하여 전국의 각양각색한 인재를 모으기 시작한다. 그 첫 걸음은 자신의 사주를 바탕으로 절호의 상대 를 만나 왕재(王才)를 만드는 일이다. 어느 날 여주 신륵사에 불공을 드리러 온 부인을 보고 그 여인이 바로 왕재 를 품을 사람임을 알아보면서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역사에 조연은 없다. 모두가 저마다 인생의 주연이다.
《바람과 구름과 비碑》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 중 최천중 휘하에 모여드는 이들은 하나같이 혁명가로 될 태생 적 기질을 품고 태어났다. 하룻밤 자고 나면 권력의 풍향이 뒤바뀌는 난세에 역모나 사화에 연루되어 일문이 떼 죽음을 당하면서 천재일우로 혼자 살아남았거나, 천주학 혹은 동학에 연루되어 다른 식구들은 죽고 혼자만 목숨 을 부지했던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천중은 조실부모했으나, 천행으로 외가에 살면서 서당에 나가 공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신분사회인 조선에서 는 결코 출사할 수 없음을 깨닫고 그길로 공부를 접는다. 18세 되던 해에 산수도인을 따라가 10년간 명산승지를 돌아다니며 관상술과 점술을 익힌다. 그 후 속세로 나온 최천중은 나라의 기운이 쇠하고 있음을 명찰하고, 이상 국가를 세울 계획으로 재물을 모으는 동시에 천하의 인재와 기재들을 품어 안는다.
최천중과 기이하고도 절박한 남녀의 인연을 맺은 뒤 그의 절대적인 조언자 겸 조력자가 된 황봉련 역시 이루 말 할 수 없을 만큼 처절한 운명을 지니고 태어난 여인이다. 그 외에 등장하는 소설 속 수많은 인물들은 다들 저마다 의 기구한 사연을 지닌 채로 최천중의 대의에 합류되어간다. 이렇게 주변의 인물들이 모여 세상을 바꾸려는 한마
음으로 일어서는 것이 《바람과 구름과 비碑》의 중심 서사이다.
《바람과 구름과 비碑》의 주요 등장인물
최천중
천하제일의 점술사이며 관상사인 그는 천한 출생 신분으 로 과거를 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더 이상 서당에 가지 않 았다. 열여덟 살 되던 해 산수도인을 따라가 꼬박 10년 동안 명산승지를 돌아다니며 관상술과 점술을 익혔다. 속세에 나 온 지 두 해가 지난 뒤 나라의 기운이 쇠하고 있음을 점친 그는 자신이 왕이 될 아들을 낳을 사주임을 알고 왕재를 낳 을 밭을 찾아 전국을 주유하며 재물을 모으고 인재를 규합 해간다.
황봉련
노비 반달의 수려한 외모를 눈여겨보던 주인 대감은 반달 이 성인이 될 때를 기다렸다가 첩실로 들이지만 반달은 5개 월 만에 딸을 낳는다. 그 애비로 대감의 아들과 손자가 의심 되는 가운데 반달은 몰매를 맞다가 "이웃에 혼자 사는 황노 인의 딸"이라는 말을 남기고 목을 맨다. 이후 봉련은 황노인 과 함께 살아가는데, 죽은 어미 반달이 꿈에 나타나 그녀에 게 신통한 능력을 준다. 남자와 밤을 보내면 그 남자가 반드 시 죽게 되는 박복함을 탓하며 지내던 중 최천충과 연을 맺 게 되면서 그의 없어서는 안 될 조력자가 된다.
정씨녀
서소문 밖에서 분, 연지, 장신구 등을 파는 분전 주인이며 과 부다. 정씨의 이종사촌 언니가 조 대비를 모시고 있는 나인 이어서 최천중이 궁중 소식을 알기 위해 종종 정씨녀를 찾 는다. 서른을 넘긴 나이에도 고운 피부와 유연한 몸매를 지 닌 여인으로 뭇 남성들의 관심을 받는다.
여란
다방골 기촌(妓村)에 있는 기루의 주인으로, 최천중의 정보 원(情報源)이자 그와 남녀 간의 내밀한 관계에 있다. 세도대 감 김병국의 총애를 받는 기생으로 장동 김씨를 비롯한 권 문세가의 각종 정보를 알려준다. 훗날 왕문 등 기개를 품을 젊은이들의 은밀한 회합 장소로 자신의 집을 내어준다.
유만석
거짓말로 양반을 속이는 것을 즐거움으로 아는 종의 신분. 최천중이 만돌의 거짓말하는 재주가 흥미로워, 주인에게 매 맞는 그를 사들여 노비에서 풀어주고 유만석이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유만석은 과부만을 골라 월장하여 재미를 보는데, 이를 탓하는 최천중에게 어차피 노비의 몸으로 태어나 살 몸, 원하는 대로 살다가 그 자리에서 맞아 죽어도 여한이 없 다며 대꾸하는 괴짜다.
이하응
흥선대원군. 최천중이 의도적으로 접근하여 관상을 보아주 면서 이하응의 야심을 간파하자, 이하응은 최천중을 제거하 려 한다. 훗날 이하응이 권력을 잡으면서 최천중과 다시 교 류하게 된다.
최팔룡
삼개(마포)에서 미곡 장사를 하는 사람으로, 최천중이 번 돈 을 맡아주는 일을 하고 있다. 최천중이 자신의 거처를 알리 지 않고 팔도를 돌아다니면서도 그를 통해 연락하고자 하는 이들의 소식을 듣는다. 최천중이 거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상인들을 설득하여 돈을 모으는 일에 일조한다.
왕씨 부인
최천중이 왕재를 낳을 밭으로 점지한 여인. 벼슬에 욕심이 없는 호학(好學)의 선비 왕덕수의 아내다. 최천중이 본 왕씨 부인의 모습은 신화 속에 나오는 천녀를 닮아 요염하기도 하면서 우아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왕재를 얻으려 는 최천중에게 꼭 그날 그 시각이 아니었으면 안 되었으므 로, 방중을 비술을 써 왕씨 부인과 화합한다.
구철룡
이하응이 사람을 시켜 최천중을 제거하려는 과정에서, 상처 를 입은 최천중이 숨어 들어간 집에 살던 청년. 그는 다친 최천중의 부탁을 받고 황봉련에게 기별하여 치료받을 수 있 도록 돕는다. 최천중이 자신의 일을 도와달라 청하자 그리하겠다고 굳게 약속한다.
박돌쇠
강원도에 사는 꿀장수. 천장에 닿을 만한 우람한 체격의 소 유자지만, 어떤 사정으로 인해 여자를 기피한다. 천하장사 에다가 총명하기까지 한 이 청년을 최천중은 강원도에 두고 그 쓰임을 예정한다.
왕덕수
최천중과 동갑의 선비로, 학문을 좋아하지만 세상의 영달을 바라지 않고 음서하길 좋아하는 성품이다. 팔자에 자식이 없 어 걱정하던 차, 최천중을 만나 아들을 얻으리라는 말을 듣 고 최천중이 시키는 대로 따른다. 나중에 정말 아들을 얻게 되자 최천중에게 은혜를 입은 것으로 생각한다.
심재현, 정회수, 허병섭, 강직순
최천중이 부안에서 만난 이들로, 심재현은 절구통을 한 손으 로 들어 올리는 역사고, 정회수는 올가미를 단 밧줄을 정자 나무 끝에 매어놓고 원숭이처럼 나무를 타고 오르는 청년, 허병섭은 높은 장대 끝에 매달려 공중을 다섯 바퀴 도는 재 주를 가진 열다섯 살 소년이다. 강직순은 제자리뛰기로 자기 키 이상을 뛰어넘는 열여덟 살 소년이다.
박종태
경상도 골짝에 살고 있던 박종태는 일찍 부모를 여의고 백 부 댁에서 자라며 외로움을 산과 들에서 달랜 터라 토끼보 다 빠르고 다람쥐보다 날렵한 몸을 갖추게 되었다. 글을 배 우지 않았으나 누구보다 명석하여 열다섯이라는 어린 나이 에도 사람을 거느리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전국으로 퍼진 삼전도장에 대한 소문을 듣고 한양으로 가기 위해 집을 나 선다.
원여운
삼전도장을 운영하는 데에는 노인의 다스림이 있어야 한다 는 황봉련의 충고가 있었던 데다 박규수와 하준호가 천거 하자, 최천중이 직접 모셔와 삼전도장의 수장을 맡게 된 노 인. 최천중이 찾아와 뜻을 고하자 이를 헤아려 함께 산에서 내려와 삼전도장에서 여러 노인들과 함께 인재를 골라 모아 가르친다.
연치성
양반과 노비 사이에 태어난 그는 여인 못지않은 미장부인 데다 총명함으로 아버지의 총애를 받으며 글공부를 하나, 이 복형들이 그의 처지를 일깨워주자 학문에의 뜻을 접는다. 무 예에 특별한 재질에 갖추고 있음을 안 아버지가 그를 중국 으로 보내 무예를 익힐 수 있도록 해준다. 10년 만에 귀국한 그는 무과 시험을 보지만 탁월한 실력임에도 적출인 형의 밀고로 낙방한다. 이에 이의를 제기해 하옥되어 있던 중 최 천중의 구제로 풀려나 그에게 충성을 맹세한다.
고한근
최천중이 왕씨 부인을 찾아 들어간 미원촌에서 만나 관상을 본 인물. 최천중은 그의 얼굴에서 사상(死相)을 읽고 돈을 내어주며 치료부터 할 것을 권한다. 훗날 병세를 모두 치료한 후 최천중을 찾아온다. 최천중은 그의 재주가 집 짓는 일 임을 기억하여 식구로 받아들인다. 이후 최천중의 뜻을 받들 어 전국을 돌며 집을 짓기에 적당한 땅을 구하고 최천중의 구상대로 설계하여 삼전도장을 짓는다.
민하
왕문의 두드러짐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최천중이 왕문과 학 업을 함께할 수 있을 만한 인물로 골라낸 청년이다. 그는 재 능 면에서 왕문의 실력을 뛰어넘지만, 최천중이 지성으로 자 신을 돌봐주고 있는 터라, 학우로서 왕문과 같이하는 시간을 즐겁게 여긴다. 왕문 등과 더불어 타락한 포졸을 처단하여 청군에 붙잡히지만, 탁월한 시작(詩作)으로 원세개로부터 풀 려난다. 훗날 민하는 조선 제일의 시인으로 자란다.
박숙녀
최천중이 터를 잡고 인재를 키우며 세력을 넓힐 수 있는 곳 을 찾기 위해 유람하던 중 전라도 부안 땅에서 은혜를 베풀어 얻게 된 그의 정실부인. 미색이 출중하여 동네 인사의 자 제들이 욕심을 내보아도 넘어가지 않던 그녀지만 우독 최천 중에게는 물러남이 없이 아내로 맞아주기를 바란다. 후에 최 천중의 아들 원석과 형석을 낳는다.
강원수
황해도 서흥 강 진사의 특출한 손자. 두 살 때 어머니의 젖 을 물고 언문 14행을 줄줄 외고 십간십이지를 통달했다. 여 섯 살 때 음양의 합에 대한 문장을 짓기도 하여 모두를 놀라 게 한다. 사서오경의 모순을 짚어 강 진사를 당혹하게 하는 한편, 시집갈 노비를 겁탈하고 이웃의 양갓집 딸을 범하는 등의 악행을 저지른다. 집에서도 어쩔 수 없어 삼전도장의 소문을 듣고 청을 넣어 삼전도장에 합류한다.
왕문
새로운 왕조를 세우려는 최천중이 왕재를 얻기 위해 왕이 될 사주를 가진 아이를 낳게 되는데, 그 아이가 왕문이다. 그 는 아버지인 왕덕수가 죽자 어머니와 함께 최천중의 삼전도 장으로 와서 수학하며 자란다. 왕문은 강원수 이상의 뛰어난 재기를 뽐내며 성장하는데, 이를 우려한 최천중은 그를 왕의 덕을 갖춘 인물로 만들기 위해 정세를 바로 볼 수 있는 스승 으로부터 철저한 교육을 받게 한다.
김권, 윤량, 이책
호랑이가 많아 한번 들어가면 다시 나올 수 없다는 삼수갑 산의 호곡에서 홍경래 휘하의 무장이었던 우창후의 보살핌 아래 무술과 윤리와 도덕, 병법, 전술을 배운 청년들. 노인 우창후가 세상을 떠나자 이들도 삼전도장으로 향한다.
서순정
전라도 나주 서 참봉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나 순정은 어머 니를 일찍 여의고 계모 밑에서 자란다. 음악적 감수성이 탁 월한 그는 어느 날 어디에선가 들려온 노랫소리에 이끌려 서당에 가지 않고 소리를 쫓아가게 된다. 소리를 가르치는 명 노인을 찾아가지만 양반집 아들에게 소리를 가르쳤다가 화를 입을 것이 두려웠던 노인은 순정을 받아주려 하지 않 는다. 그러던 중 순정은 노인에게 소리를 배우러 오는 퇴기 의 딸 방초에게서 노래와 가야금을 배워 음악의 경지에 이 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