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부터 지금까지 12년 동안 갯벌 사진 작업을 해 오고 있는 배현준 작가의 첫 번째 사진집이다. 작가는 앞서 가졌던 전시인 <모성의 발견, 갯벌>(2011)에서 갯벌의 생명성을 보여주기 시작했으며, <흔적>(2015)에서는 갯벌의 흔적이 주는 ‘아름다운 허무주의’를 표현함으로써 ‘갯벌 사진가’로 자리매김했다. 컬러사진 사진 70여 점을 수록한 이 사진집은 작가가 갯벌에서 발견한 미시세계를 보여준다. 우주 행성의 분화구를 품에 안은 듯하고, 인체와 새 발자국, 물고기 문양 등이 밀물과 썰물에 씻긴 갯벌에 신비롭게 각인되어 있다.
배현준 작가는 지구의 밤과 낮이 동시적이고 순환 반복하듯, 갯벌의 흔적들이 시점에 따라 음각과 양각으로 이미지를 드러내는 모습을 주목했다. 이런 음각과 양각은 동일체의 다른 양상인 착시며, 출몰을 반복하는 갯벌의 흔적들처럼 순환 반복될 뿐이다. 이런 경험이 작가의 작업에서 음과 양이 어울려 만들어 내는 새로운 세계- ‘사태(The Affair)’를 통해 ‘세계의 시공간성’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정록 시인은 이 같은 배현준의 사진 작업에 대해 “빛의 각도에 따라 음각으로 찍힌 새의 발자국과 밀썰물의 물길이, 양각으로 바뀌어 보이는 시각적 깨달음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그 밑바탕에는 음양의 생명원리가 숨겨져 있다”고 평가했다.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실제의 세계는 빛의 방향에 따라 명암이 교체되고 계절이 순환하는 것처럼 고정된 요소들의 집합이 아니고 생성 성장 소멸 생성이라는 순환의 고리를 통해 경계가 사라지는 뫼비우스의 끈과 같다. 따라서 세계를 구성주의적 시각에서 벗어나 순환주의적 시각으로 돌려보면 주체는 사라지고 경계가 없는 연기적 세계만 남을 것이다”라고 자신의 적업의도를 밝히고 있다.
사진집 출판에 맞춰 6월 18일까지 인사동 나우갤러리에서 사진전 <품 The Affair, 갯벌에 울리는 음과 양의 화음>을 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