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통해 들여다보는 나,
그 깊은 마음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매체 가운데 하나가 바로 ‘영화’입니다. 최근 다양한 방법의 영화감상이 가능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극장에서 보는 영화가 좋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한편쯤 ‘마음으로 보았던 영화’가 있을 것입니다. 잠시 자신의 기억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영화 한 편을 떠올려 봅시다. 그리고 다음의 질문에 답변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 영화는 어느 시기, 누구와 본 영화입니까? 그 영화를 떠올려 볼 때 특별히 인상적인 장면, 등장인물, 대사가 있습니까? 특별히 좋아했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등장인물이 있습니까? 있다면 어떤 점이 그렇습니까? 그 영화는 당시에 자신에게 어떠한 의미였습니까?
영화치료(Cinematherapy)는 상담과 심리치료에 영화 및 영상매체를 활용하는 모든 방법을 지칭하는 것입니다. 영화치료라는 용어는 1990년 버그-크로스(Berg-Cross) 등에 의해서 처음 사용되었는데, 당시 미국에서 사회복지, 간호, 임상심리학 분야의 전문가들이 집단상담이나 부부상담 등에 영화를 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하면서 영화치료가 시작되었습니다. 영화치료는 접근성과 활용가능성이 좋고, 정서적 통찰과 커뮤니케이션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리고 영화를 치료적으로 활용하는 다양한 방법들로는 첫째, 지시적 접근으로 영화를 교육적·지시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영화보기는 서로 다른 태도와 행동을 선택하고 문제해결 과정을 학습하는 관찰학습 및 대리학습의 강력한 도구가 됩니다. 둘째, 연상적 접근으로 영화를 하나의 꿈이나 투사를 위한 도구로 가정하고, 영화 감상 후 자유 연상되는 어린 시절의 기억과 중요한 타인에게 갖는 감정을 상담에 활용하는 것입니다. 연상적 접근은 억압된 경험과 기억에 도달하도록 도우며, 방어수준을 낮추어 안전하게 퇴행하도록 돕습니다. 또한 상처받았거나 억압된 ‘내면아이’를 만나도록 돕습니다. 셋째, 정화적 접근으로 영화 관람을 통해 웃음과 울음, 분노, 두려움 등의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입니다. 이는 단기간 내에 다양한 정서를 경험하게 된다는 장점이 있으며, 감정의 승화, 심리적 위로, 대리만족 등을 느끼기도 합니다.
저자는 문화예술치료의 임상현장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예술매체의 치료적 사용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새로운 치료적 예술매체의 개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음악, 미술, 무용 동작, 문학 등의 매체와 더불어 치료적 매체로서의 ‘영화’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자기치유’의 관점에서 볼 때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매체로 영화만큼 효과적인 매체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래된 포도주가 사람의 영혼을 살찌운다’라는 말처럼 오래된 좋은 영화는 깊이 있는 울림으로 회복을 도와줍니다. 이런 면에서 저자는 그간 TJB 라디오 해피투게더 ‘마음으로 보는 영화’라는 코너에서 방송했던 영화들 가운데 다양한 역사를 지닌 영화들을 고루 선별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영화라는 ‘재미’있는 매체를 통해서 여러 가지 ‘의미’를 발견해 내도록 돕는 것이 진정한 ‘마음으로 보는 영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평소 영화를 이야기치료 관점에서 정리해 보고 싶었는데, 기회를 갖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지면의 내용들이 온전히 제 개인적인 이야기는 아닙니다. 대부분이 ‘상생시네마클럽’에서 공유되었던 ‘우리들의 이야기’이고, 평소에 습관적으로 SNS에서 다른 이들과 영화에 대한 좋은 느낌을 나누었던 것을 나에게 적용하려 애쓴 흔적들이 담긴 이야기입니다. 삶에 지친 이들이 영화와 함께 자기치유를 하는 기회를 가지며, 영화 속에 빠져들어 ‘나만의 스토리’로 삶을 풀어나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 책이 나올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신 TJB 방송국의 이상구 PD님, 이은미 작가님, 강유진 아나운서에게 감사를 드리며, 영화를 통해 나와 세상을 치유하는 모임인 상생시네마클럽 회원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저자 곽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