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디는 우리네 가족과 행복하게 지냈던 때를 떠올렸다. 우리가 던진 공을 물어다주면 우리는 기분 좋게 턱 밑도 쓸어주고 배도 문질러주었다. 우리 엄마 다리에 앉으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아빠가 들어오면 반갑다고 꼬리를 흔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의 공부 때문에 우리와 우리 엄마는 해외로 떠났고, 같이 살던 고양이 빨코는 가족들이 흩어지면서 집을 나갔다. 그래서 우리 아빠와 지하에서 단 둘이 지내고 있다. 아저씨가 회사에 갔다 늦게 들어오는 일이 많아 요즘은 지하 방에서 갇혀 지내는 느낌이어서 답답했다. 이런 캔디의 마음을 알았는지 아저씨가 혼자 키우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캔디를 슈퍼 아줌마에게 잘 키워달라며 보낸다.
슈퍼 아줌마는 캔디를 슈퍼 앞 철망으로 된 집에 묶어놓았다. 지나다니는 아이들이 캔디를 보고 아줌마에게 이름을 묻자 개똥이라고 말한다. 순식간에 개똥이가 된 캔디는 아무렇게나 붙여진 이름처럼 아무렇게나 취급당한다. 슈퍼 아줌마는 슈퍼 앞 철망에 캔디를 묶어놓고 밖에서 지내게 하고, 사람들이 먹다 버리는 상한 음식을 주고는 안 먹는다고 화를 내고, 목욕도 시켜주지 않는다. 이 같은 상황을 견디다 못해 결국 탈출한다.
이렇게 길거리로 나온 캔디는 혼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알 수 없다. 음식은 어디서 구하고 쉴 만한 잠자리는 어떻게 마련해야 할까? 따뜻하고 편안한 집에서만 살다가 갑자기 떠돌이 신세가 된 캔디는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렵기만 한데…….
책임지고 끝까지 함께해야 할 반려동물
예전엔 집에서 키우는 동물을 애완동물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인식이 많이 바뀌어서 함께 살아가는 반려동물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아직도 버려지는 동물들이 많다. 이렇게 사람들과 집에서 살다가 길거리로 나오게 된 개들은 추위와 배고픔을 혼자 해결해야 한다. 게다가 길거리에는 쌩쌩 달리는 자동차, 비위생적인 상태에 놓여 질병에 걸릴 위험도 높아지는 등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많고, 실제 수명도 주인이 있는 동물보다 짧다. 사람의 이기심으로 인해 길러졌다가 버려짐으로 무방비 상태에 놓이는 것이다.
우리네 가족은 우리의 유학으로 인해 가족이 떨어져 살게 되고, 혼자 남은 아저씨도 캔디를 키울 수 없어 슈퍼 아줌마에게 맡긴다. 하지만 슈퍼 아줌마의 방임과 학대 때문에 도망친다. 캔디는 가족보다 소중한 게 뭐가 있기에 서로 떨어져 사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그리고 한 가족이라고 했으면서 자신을 버린 아저씨가 밉다. 길거리에서 생활은 고되고 힘겹다. 이 집 저 집 기웃거리다가 폐가의 마루 밑에서 지내면서 골목마다 쓰레기를 뒤져 먹을 만한 음식을 찾는다. 그렇게 길거리 생활을 하며 자신처럼 버려진 동물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 생명을 키우고 함께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상황이라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고 그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캔디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과 책임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