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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책 2

책 읽어주는 책 2

  • 최용철
  • |
  • |
  • 2018-12-10 출간
  • |
  • 307페이지
  • |
  • 규격外
  • |
  • ISBN 9791195603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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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삶은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있다!

일찍이 고대 그리스인들은 인간이 무엇을 알 수 있는가라는 물음을 내놓았다. 그들은 인간이 무엇을 안다는 조건으로서, 인간이 모든 것을 이미 알고 있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을 전제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인간은 아무것도 모르는 처지여야 하는 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애당초 알지 못하는 사람이 자기가 무엇을 알 수 있는가를 물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무엇을 알 수 있는가를 물으려면, 자기가 뭘 알고 또 뭘 모르는가를 스스로 헤아릴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인간은 완전하지도 그렇다고 불완전하지도 않은 터라, 무엇을 알 수 있는가를 물을 수 있다는 것이 결론이다.
같은 결론은 인간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도 해당된다. 인간이 이제껏 이룩했던 문명 역시 완벽하지도 그렇다고 전적으로 불완전하지도 않다. 분명히 인간 지식이든 인간 문명이든 그것은 이미 완결되거나, 종결된 것이 아니라, 지금도 변화하고 있을 따름이다. 곧 지금도 바뀌고 있고 또 만들어지고 있는 터라 어떻게 바뀔지 무엇으로 만들어질지를 도대체 헤아릴 수 없다.

인간의 삶은 ‘아포리아’aporia(정답 없는 상황)다.

어떻게 바뀔지 무엇으로 만들어질지를 알 수 없으니 어떤 가능성을 단 하나 가능성으로 못 박을 수 없다. 곧 ‘아포리아(aporia)’다. ‘아포리아’란 정답 없는 상황이다.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를 물음으로써 사람들은 아포리아에 부딪힌다. 정답이란 없으니 그렇다. 그러나 정답 없는 물음인 만큼 어떤 대답도 가능하다. 한 가지 대답만 가능한 건 결코 아니다. 애당초 금지된 대답이란 없다.
이제껏 인류가 살아온 길은 인류가 살아갈 여러 길 가운데 하나였다. 시작부터 어떤 한 길만 있었던 것은 결코 아니다. 애당초 정해진 길은 없었다. 그러니 이제껏 살아온 길을 앞으로 가야 할 길로 삼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길이든 무한한 가능성 중 어떤 하나일 따름이다. 다른 가능성이 있음을 통찰해야 한다. 정녕 어떤 길이어야 할까를 언제나 물어야 한다. 가지 않은 길은 무한히 펼쳐져 있다. 더욱이 이제껏 걸어온 길은 내가 만든 길도 아니고 또 내가 바라던 길이 아닐지도 모른다. 굳이 어떤 길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길이라고 단정하지 말아야 한다. 어떤 길이어야 할까를 스스로 물어야 한다.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아포리아(aporia: 정답 없는 상황)에서 길찾기

여기서 다뤄지는 물음들은 하나같이 아포리아를 벗어날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한다. 이 책은 아포리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들춰내 앞으로 어떤 길이어야 할까를 묻는다. 다양한 답변들을 네 부분으로 나눠 엮었다.

첫째 제도란 무엇인가, 국가란 무엇인가, 국가가 필요할까 등을 묻는다.
둘째, 왜 인간은 불평등한가, 왜 지배자가 있어야 하는가, 도대체 왜 왕이 있어야 하고, 또 왕은 왜 세습되어야 할까, 또 오늘날 ‘파워 엘리트’들이 그 옛날 귀족들과 얼마나 다를까, 오늘날 정녕 전문가는 필요할까 등을 묻는다.
셋째, 왜 인간은 존엄한가, 존엄하면 얼마나 존엄한가, 삶에는 어떤 목적이 있을까, 우리가 행복하다고 여기면 정녕 행복한 걸까 등을 묻는다.
넷째, 인간 문명은 과연 지금처럼 지속되어야 할까, 정녕 자동차는 편리한 걸까, 에너지 고갈에도 자동차를 계속 타야 할까, 로봇을 이용하면 그 결과는 무얼까 등을 묻는다.

이 책의 구성과 특징

이 책은 네 가지 주제로 나누어
① 제도란 무엇인가, 국가란 무엇인가 등 사회제도와 국가에 대하여
②인간은 왜 불평등한가 등 지배와 피지배 관계에 대하여
③인간은 존엄한가, 존엄하다면 삶에는 어떤 목적이 있을까
④인간 문명은 과연 지금처럼 지속되어야 할까 등등 다양한 질문들과 답변들은 정리해 보았다.
아포리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들춰내 앞으로 어떤 길이어야 할까를 묻고 있는 이 책은 책의 순서에 얽매이지 많고 자기 관심이 가는대로 묻고 성찰하길 바란다.

1. 바보들의 결탁

John Kennedy Toole, Confederacy of Dunces, 1980.
존 케네디, 『바보들의 결탁』, 김선형 옮김, 도마뱀 출판사, 2010.

누군가 ‘기괴한 인생사’에 엮이는 것은 제도를 일체 거부한 탓이다. 제도를 일체 거부하는 삶에 명령이란 없다. 그 삶에 어떤 복종도 없다. 그 삶에는 어떤 규범도 무의미하다. 그 사람은 자유로운 사람이다. 자유로운 그 사람은 온갖 굴레를 벗어던진다. 그 사람에게 금기란 깨어질 수밖에 없다.

기괴한 삶: 제도를 거부한 삶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이란 제도에 따른 삶이다. 제도란 굴레 혹은 금기이다. 사람들은 온갖 굴레와 금기에 얽매여 살아간다. 굴레와 금기에 얽매인 삶이 오히려 당연하게 여겨지는 게 현실이다. 굴레와 금기로 묶여진 삶이 오히려 정상이다. 굴레와 금기로부터 벗어난 삶은 현실에서 비정상이고야 만다. 굴레로부터, 금기로부터 벗어나려는 시도부터가 잘못이다. 예를 들어 기본 의무교육을 중도에 그만둬버리는 것은 잘못이다. 기본 의무교육을 저버리는 것은 금기이다. 기본 의무교육을 마쳐야 한다는 생각은 국가 시민들에게 둘러 씌운 굴레이다.
“최대한 일찍 학교라는 곳을 때려치웠”던 자식을 둔 어머니라면 “어쩌면 녀석이 다시 학교에 재미를 붙이는 건 아닐까”라고 “기대에 찬 눈길로 지켜”본다.(402쪽) 무엇을 기대하는 걸까. “요즈음 고등학교도 못 마친 아이에게 무슨 기회가 주어지려고. 무슨 일을 할 수 있으려고” 하는 염려 때문이다.(486쪽) 기본 의무교육을 마치지 못한 사람은 번듯하다는 직업을 갖기 어려운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한 국가에서 시민으로 살아가는 한, 교육은 벗어날 수 없는 굴레다. 그렇지만 아예 국가를 무시하는 ‘무정부주의자’는 교육을 깡그리 무시한다. 무정부주의자에게 고등교육은 특히 무의미하다. 무정부주의자에 따르면, 대학교육은 “젊은이들을 오도하고 타락시킨 죄”를 범한다. 그러나 대학 교수가 생각하기에 ‘무정부주의’ 대학생은 “신이 아니라면 아무도 대답하지 못할 건방지고 악의에 찬 질문을 해대고 이상한 소음을 내가며 강의를 교란시키”는 사람일 따름이다.(481쪽)
어느 누군가 ‘기괴한 인생사’에 엮이는 것은 그가 바로 무정부주의자인 탓이다.(506쪽) 무정부주의자는 ‘아나키스트’를 일컫는다. 아나키스트는 ‘아나키즘’을 내세운다. 아나키즘은 본래 어떤 지도자도 배제한다는 주장이다. 어떤 지도자도 배제한다는 것은 명령을 거부하겠다는 태도다. 아나키즘이 내세운 주장은 오늘날 어떤 제도도 거부하는 태도로 이어진다. 어떤 제도이든 명령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고 그에 따라 복종하는 사람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누군가 ‘기괴한 인생사’에 엮이는 것은 제도를 일체 거부한 탓이다. 제도를 일체 거부하는 삶에 명령이란 없다. 그 삶에 어떤 복종도 없다. 그 삶에는 어떤 규범도 무의미하다. 그 사람은 자유로운 사람이다. 자유로운 그 사람은 온갖 굴레를 벗어던진다. 그 사람에게 금기란 깨어질 수밖에 없다. ‘기괴한 인생사’를 사는 사람이 곧 아나키스트이다.
아나키스트에게는 어떤 규범도 무의미하다. 아나키스트에 따르면, 무식한 사람과 유식한 사람을 나누는 것은 무의미하다. 뚱뚱한 몸과 삐쩍 마른 몸을 서로 비교해서 어느 편이 더 낫다고 평가할 기준은 없다. 개성으로 한껏 멋을 부린 요란한 복장을 제복과 서로 비교할 수 없다. 회사 사장과 직원을 서로 비교할 수 없다. 직장 상사와 직장 부하를 서로 비교할 수 없다. 공무원과 술집 종업원을 서로 비교할 수 없다. 무엇과 무엇을 서로 비교하는 것은 어떤 굴레와 금기를 내세워야 비로소 가능해진다. 굴레와 금기에 맞섬으로써 아나키스트가 사는 삶은 ‘기괴한 인생사’가 아닐 수 없다. 아나키스트는 온갖 굴레와 금기에서 벗어나려고 고군분투하기 때문이다.
온갖 굴레와 금기는 마치 수갑과 사슬과도 같다. “수갑과 사슬은 말이야, 현대에 와서 새로운 가능들을 갖게 됐지. 일찍이 이 기구들을 고안해내곤 몹시 흥분했을 발명가들조차 삶이 더 단순했던 그 시절에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기능들이지. 내가 만일 교회 택지 개발업자라면, 노란 벽돌의 농장형 주택이나 케이프 코드식 스플릿 레벨[1층과 2층이 반 층 정도 차이가 나게 좌우로 붙은 주택(split level)]을 지을 때마다 벽면에 수갑이랑 사슬을 적어도 한 세트씩 꼭 설치할 거야. 그럼 주민들은 텔레비전이든 탁구든 집안에서 뭐라도 하다가 지겨워지면, 식구들끼리 서로를 한동안 묶어둘 수 있어. 아마 다들 좋아할 거야. 아내들은 이렇게 말하겠지. ‘우리 남편이 간밤에 날 사슬에 묶어줬어, 정말 근사하더라. 당신 남편이 최근에 그래 준 적 있어’ 그리고 아이들은 자식을 묶을 준비를 하고 기다리는 어머니들한테로 학교가 파하기가 무섭게 달려올 테고, 아이들한테는 텔레비전으로 인해 둔화된 상상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고, 청소면 범죄도 눈에 띄게 감소할 거야. 또 아버지가 직장에서 돌아오면 전 가족이 아버지를 덮쳐 사슬로 꽁꽁 묶어버릴 수도 있어. 식구들을 먹여 살리느라 하루 종일 밖에 나가 일하고 돌아올 만큼 멍청하다는 죄로 말이야. … 수갑과 사슬이 있으면 우리의 삶이 더 나아질 수 있단 얘기지.”(442~443쪽)
사람들은 굴레에서 벗어나길 바라지 않는다. 사람들은 금기 깨기를 결코 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굴레와 금기로 삶은 더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마조히즘으로 살아간다. “어느 지하철에서, 어느 피켓 시위대에서, 어느 유라시아 실존주의자의 악취 나는 침대에서, 어느 검둥이 간질병자 불교 신도의 손아귀에서, 어느 집단 심리치료 모임의 말 많은 현장 한가운데서” 살아간다.(538쪽) 자기가 어떤 굴레에, 어떤 금기에 사로 잡혀 살아가는지 조차 모른다. “삶의 투쟁이란 궁극적으로 무의미하며 인간은 현실을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으며 살아간다.(421쪽)
어쩌면 세상은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도록 가르치는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렇게 가르침을 받은 사람들에게도 세상을 지배할 기회가 생길지 모른다. “이 사람들이라고 해서 기회가 주어지지 말란 법이 있단 말인가. 이들은 핍박 받는 사회의 약자로 충분히 오랫동안 살아왔다. 권력을 쟁취하려는 운동은 어떤 면에서 보자면 만인을 위한 기회·정의·평등을 향해 나아가는 전 세계적 행보의 일환인 셈이다.”(382쪽) 그 누구라도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못할 까닭이 없다. ‘기괴한 인생’을 사는 사람은 외친다. “우리가 세상을 구할 수도 있다니까! … 세상에, 왜 진작 이 생각을 못했지”(361쪽)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그 가능성은 무한하다. 전 세계 군대에서 변장한 남색자 파티를 여는 것도 그 확률은 희박하지만 한 가지 가능성이다. “권력에 미친 세계의 지도자들은, 자국의 군부와 군대가 그저 온통 변장한 남색자 일색이라는 걸 알면 기절초풍하겠지. 단지 춤을 추고 파티를 열고 이국의 춤사위를 배울 목적으로 타국의 변장한 남색자 군인들과 기꺼이 만나고 싶어 하는 놈들이라는 걸 말이야” 어차피 미래는 희망이지만 “그 외엔 이 세상에 별다른 장밋빛 미래가 없어 보이니까.”(359쪽)
어떤 사람이 가진 인격도 다른 사람에게는 ‘정신병’으로 비치고, 어떤 사회가 유지하는 높은 도덕성도 다른 사회에서는 ‘콤플렉스’로 여겨지는 곳이 세상이다.(219쪽) 그렇듯이 “부당한 사회에서 정의로운 사람이 겪는 곤경”은 당연한 것이고 되고 만다.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건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가르침”이 때로는 위기를 모면하게 해준다.(235쪽) 가난을 모면하기 위해 마뜩치 않은 직장생활도 감당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자기가 “비판하는 체제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87쪽)
현실에서 자유로워야 할 인간은 자유롭지 못하게 되었다. 현실에서 인간은 “환상과 공상의 날개마저 상실한 한낱 기계”로 전락한다. 기계이기를 거부할 때 자유로운 인간은 ‘기괴한 인생사’에 엮인다. ‘기괴한 인생사’를 사는 사람은 ‘철저하게 습격당하고 포위당한 인간’이 된다.(80쪽) 어쩌면 ‘정신병자’로 정신병원으로 끌려가야 할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
결론은 탈출이다. ‘기괴한 인생사’로 엮인 사람들은 서로 탈출을 도모하는 수밖에 없다. “우린 함께 네 문제를 해결해나갈 거야. 네 인생은 완전히 새롭고 활기찬 국면으로 돌입하는 거야 무기력증은 이제 끝났어. … 우리가 우릴 옭아매는 그 모든 굴레와 금기와 치명적 집착을 마침내 훌훌 털어 냈을 때 너의 그 머리에서 줄줄 흘러나올 위대한 사상을 생각해봐.”(545쪽)

6. 계속 자동차를 타야 할까

Andrew Nikiforuk, The Energy of Slaves, 2012.
『에너지 노예, 그 반란의 시작』, 김지헌 옮김, 황소자리, 2013.

더 이상 에너지를 공급할 수 없는 순간이 현대문명이 종말을 맞이하는 시점이다. 지금까지 사람들은 에너지 고갈에 관심이 없었다. 관심은 오로지 돈이었다. 심지어 자원고갈 문제도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다. “자원은 보이는 것에 있지 않고 상상하는 곳에 있다. 자원한계는 이성한계로 생겨나지 우주에서 비롯하지 않는다.”(193쪽)

자동차: 에너지 노예
자동차는 기계다. 그 자동차 기계는 과거 인간 노예와 비교하면 에너지 생산에 오히려 과분하다. 자동차 사는 일은 새로운 노예를 사들이는 일과도 같다. 인간 노예를 자동차라는 기계노예로 바꾼 셈이다. 자동차 등장으로 과거와 사뭇 다른 새로운 노예제도가 생겼다. 더욱이 자동차는 인간노예처럼 언제 어떻게 불만을 터뜨릴지 모른다는 걱정을 덜어 주었다. 그렇지만 이 기계노예는 인간 노예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둘 다 모두 에너지를 생산하기는 하지만 기계노예는 엄청나게 에너지 소비량이 크기 때문이다.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하는 기계노예를 이용함으로써 인간은 고갈되는 에너지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기계노예를 이용하는 일상생활은 오히려 인간을 에너지노예로 만들어 간다. 기계노예를 부리는 새로운 노예제도는 모든 인간을 에너지 노예로 전락시키는 그런 제도가 되고 말았다.
오늘날 인류는 ‘피크 오일’(peak oil), 이른바 ‘석유생산정점’라는 위기에 이르렀다. 1750년 이전 사람들은 지금과는 다르게 거의 모든 에너지를 자연에서 얻어 활용했다. 그러나 20세기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였다. “석탄이 19세기 최음제였다면, 석유는 20세기 비아그라이다.”(138쪽)
2011년 10월 31일 기준으로 세계 인구는 70억 명에 이르렀다. 석탄과 석유가 만들어내는 에너지는 사람과 권력을 집중시킨다. 석탄 광산근처에 광역도시권이 생겨났고, 유전지역이나 제조업체 근처에도 우후죽순처럼 도시가 들어섰다. 오늘날 인구 80퍼센트가 도시와 그 외곽지역에서 산다.(156~157쪽) 그러나 인구 100만 명 이상 대도시는 인간 사육사육장이다. “비좁은 공간에 동물을 공장식으로 키워내는 일만큼이나 부자연스런 발전”(154쪽)이다. 본래 훌륭한 도시는 시골을 존중하면서 조화로운 균형을 이뤘다. 그러나 산업화된 기계는 그 같은 균형을 깨버렸다. “로마는 노예 노동력으로, 우리는 값싼 화석연료로 이 균형을 깨뜨렸다.”(155쪽)
대규모도시 메가시티 급증현상을 해결하는 수단은 단 하나, 바로 규모축소이다. 진짜 문제는 ‘대형’과 맞서는 전쟁이다. 무엇이든 너무 커지거나 작아지면 원래 힘을 유지하지 못한다. 커지고 커지다가 마침내 터져버리고야 만다. 20세기는 그 이전 천 년 동안 사용한 에너지 10배를 쓴 것으로 추정된다. 농업을 시작한 이래 만 년 동안 인류가 사용한 에너지는 20세기 인류가 사용한 에너지 2/3에 불과하다. 1800년까지 에너지 4천만 톤을 사용했지만 1990년에는 무려 330억 톤을 사용했다.
에너지 사용은 갈수록 걷잡을 수 없다. 문제는 인간이 에너지를 변환시킬 수 있지만 에너지를 늘리지 못한다는 점이다. 유용한 에너지가 어쩔 수 없이 손실되는 현상을 ‘엔트로피’라고 부른다. 엔트로피는 일을 하는 데 드는 비용이다. 에너지 일부를 잃어야만 일이 가능해진다. 한번 진행된 일을 되돌리려고 할 때 잃어버린 에너지를 다시 되돌려 찾을 수는 없다.(170~183쪽)
더 이상 에너지를 공급할 수 없는 순간이 현대문명이 종말을 맞이하는 시점이다. 지금까지 사람들은 에너지 고갈에 관심이 없었다. 관심은 오로지 돈이었다. 심지어 자원고갈 문제도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다. “자원은 보이는 것에 있지 않고 상상하는 곳에 있다. 자원한계는 이성한계로 생겨나지 우주에서 비롯하지 않는다.”(193쪽) 정말 암울한 소리다. 천연자원매장량이 얼마인지 잘 알 수 없다고 해서 그 매장량이 무궁무진하다는 걸 증명하는 건 아니다. 영원히 성장할거라는 것은 인간이 불멸한다는 거짓말과도 같다. 지금 미래에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가 얼마인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187~202쪽)
고대 로마에서 한 가정은 인간노예를 평균 6명을 부렸다. 반면 지금 미국에 평균 북미가정에서는 무려 400명 노예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소비한다. 에너지 소비가 많아지는 만큼 그 비용도 많아진다. 1965년 3천 5백만 배럴이었던 하루 석유소비량은 2009년에 8천 4백만 배럴로 늘었다. 에너지 소비가 엄청나게 커지면서 국가관리가 반드시 필요해지고 그런 만큼 국가권력은 더욱 더 강력해진다. 그러나 국가권력이 강력해질수록 개인 자율성은 점점 사라진다.
개인이 아니라 국가가 소비하는 에너지가 ‘잉여에너지’이다.(267쪽) 오늘날 잉여에너지 사회가 되고 말았다. 바야흐로 에너지 소비와 개인 행복이 아무 관계도 없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기계노예가 아무리 많은들 행복을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무한한 에너지 소비를 부추기는 사회는 결국 에너지 고갈로 멸망하고야 만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에너지소비를 줄여야 한다. 에너지로 행복을 추구하다가 순식간 행복은 사라지고야 만다. “에너지는 사랑에서 비롯한다. 그러나 그 사랑은 억지로 명령해서 생기지 않는다.”(307쪽)
분수에 넘치는 에너지는 우리 인간이 지닌 생명력을 자꾸 약화시킨다. 그래도 자동차를 타겠다니! 부디 “더 늦기 전에 노예 족쇄를 땅에 묻자.”(324쪽) 그래야 비로소 진정한 삶을 이해하고, 과거에 누리던 자유를 회복할 수 있으리니.


목차


■ 책을 펴내며
‘아포리아’aporia에서 길찾기

바보들의 결탁
1. 바보들의 결탁
2. 인간 불평등 기원론
3. 아나키스트
4. 월든 호수
5. 아나키즘
6. 국가 없는 사회
7. 숲속의 평등
8. 국가에 대항하는 사회
9. 페다고지
10. 빵의 쟁취

똑똑함의 숭배
1. 전체주의
2. 민주주의
3. 전문가 사회
4. 상식
5. 자유는 누구의 것인가
6. 시적 정의
7. 도덕적 불감증
8. 어려운 시절
9. 똑똑함의 숭배
10. 화이트 타이거

눈먼 시계공
1. 눈먼 시계공
2. 호모라피엔스
3. 완벽한 호모사피엔스가 되는 법:
왜 ‘진정한 사람’이어야 하는가
4. 왜 로봇인가
5. 외로워지는 사람들
6. 가장 멍청한 세대
7. 삶의 격
8. 걷기, 두발로 사유하는 철학
9. 에레혼
10. 인생의 끈
11. 무신론자를 위한 인생 안내서

자동차 바이러스
1. 잃어버린 밤에 대하여
2. 불편한 인터넷
3. 쓰레기가 되는 삶
4. 새로운 빈곤
5. 청부과학
6. 계속 자동차를 타야 할까
7. 자동차 바이러스
8. 자동차의 사회적 비용
9. 사피엔스
10. 배반하는 채식
11. 개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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