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에 걸린 ‘한별’과 엄마가 던지는 교육에 대한 질문 -『마법에 걸린 아이』
오늘날 우리 사회의 청소년들은 엄마라는 대리기사에 의해 실려 가는 차주에 다름 아니다. 엄마라는 막강한 시스템에 무임승차한 아이들의 삶에는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갈등이 내재해 있어도 보듬어 줄 장치가 없으며, 차주임에도 불구하고 지향하는 목적지는 대리기사가 특정한 곳을 향해 그저 달려가고 있을 뿐이다. 무한 경쟁 사회에서 살아가는 선각자로서 교육의 중요성과 교육에 대한 막중한 사명감과 책임의식을 등에 업고 앞뒷집 자식보다 눈곱만큼만 더 똑똑하게 키우기 위한 엄마들의 노력은 눈물겹기까지 하다. 당근과 채찍을 양손에 치켜들고 오로지 지식 주도 성장을 외쳐대는 엄마에 항거하여 오로지 나는 내 길을 가겠다며 마이 웨이를 외친 당찬 아이가 나타났다.
부산의 중견 동화작가 서하원(1989년 제3회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이 오랜 침묵을 털어내고 UFO를 따라간 외계인(제5회 문학동네 당선작품) 출간 이후 15년 만에 장편동화 ‘마법에 걸린 아이’ 를 출간했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 한별이가 바로 그 애다. 한 달에 몇 번씩 전신발작을 해대는 아이에게 엄마는 일곱 곳의 방과후 교육을 강요하고 학습지들을 떠안기며 한손에는 마법의 퉁소라는 채찍을 치켜들고 잔다르크처럼 앞으로 전진만을 외친다. 미래에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모든 아이들이 그렇게 살고 있으니 너도 그렇게 하라는 불가항력에 저항하여 주인공은 학교 안의 황금연못에서 놀다 연못 속에서 살아가는 황금두꺼비와의 우연한 입맞춤을 통해 환상의 세계로 이동한다. 황금연못은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연결통로이다. 현실은 불안하고 발작을 유발시키지만 환상의 세계는 불안이나 걱정이 없는 이상 낙원이다. 환상의 세계를 여행하기 위해서는 티켓을 구매해야 하는데 구매수단이란 현금이나 신용카드가 아니라 아이들의 마음속에 끓고 있는 걱정거리이다. 주인공은 걱정을 사들이는 가게에 들러 현실의 걱정거리들을 하나씩 팔아치우며 엄마의 과거와 미래의 로봇도시와 공룡의 세계 등을 탐험하는 동안 엄마와 자식 간의 끝없는 갈등과 대립 속에서 타협점을 찾아가는 스토리로 작품을 끌고 간다.
엄마는 자식을 학원으로 데려가기 위해 환타지 세계로까지 넘어와 추격을 멈추지 않는데 이런 모자간의 추격전은 작품 전반을 관통하면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으며, 종당에는 자식을 위해 자신의 생목숨을 내어주는 모성애를 보여주는 등 탄탄한 서사구조와 간결한 문체로 촘촘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 솜씨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또한 사람의 능력을 뛰어넘는 이상한 힘으로 신기한 일을 행하는 마법을 주인공에 접목시켜 아이들이 꿈꾸고 염원하는 게 무엇인가를 넌지시 제시함으로써 아이들에게 청량음료보다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그러나 작가는 마법에 걸린 아이에게 환상만을 체험케 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 땅의 아이들을 대신하여 한 번쯤 자신의 위치를 되돌아보게 한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내가 도착할 미래는 어디쯤이며 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그러기 위해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또한 이 땅의 엄마들에게도 질문을 던지는데 작가는 질문만 할 뿐 특정한 답을 콕 집어 제시하지는 않고 있다.
- 당신은 지금 자식 농사 잘 짓고 있습니까? 당신 자식은 지금 행복합니까? 성공을 위해 그에 이르는 과정은 얼마만큼 무시해도 좋다고 보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