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중의 장편동화 '나는 바람이다' 시리즈는 총 5부로 기획된 대작으로, 국내 아동문학에서는 보기 드물게 시도되는 본격 연작 역사동화이자, 해양소년소설이다. 짧지 않은 집필 기간 동안 김남중 작가는 작품의 배경이 된 여수에서 일본 나가사키까지 직접 범선을 타고 항해했고, 인도네시아와 네덜란드에 이르기까지 각 나라를 답사하며 대 서사를 만들어내고 있다.
4부 8,9권에서는 서인도 제도 지역인 쿠바와 과거 스페인 식민지였던 멕시코로 날아가, 생생한 역사 자료와 17세기 무역선이 닿았던 항구의 흔적까지 취재하여 이를 고스란히 작품에 녹여냈다. 전 세계 곳곳을 작품 속 주인공과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써내려간 작가의 노력은 주인공 해풍이의 대장정만큼이나 뭉클하고 감동적이다.
가벼운 읽기물이 넘치고, 몇 분짜리 동영상 정도의 집중력에 단발적이고 즉흥적인 반응이 난무하는 오늘, 작가의 이러한 도전은 그 끈기와 노력만큼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 책을 읽는 독자들은 역사 속에서 자신의 삶을 꿋꿋하게 살아가는 인물들을 만나며 위로를 받게 된다. 이야기 속에 자연스레 녹아 있는 세계사의 큰 틀 속에 이리저리 얽힌 각 나라의 지식을 얻게 되는 것은 또 하나의 재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