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법 그리고 중국법. 중국에도 법이 있는가? 즉 중국법도 법인가? 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설마? 그러나 필자는 그런 ‘생각’을 실제로 경험한 바가 있다. 그런 생각에 따르면 무엇이 법인가? 아마도 밑도 끝도 없는 논쟁이 계속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을 살리는 수술용 칼도 칼이고, 사람을 해치는 칼도 칼은 칼이다. 사람이 무리지어 사는 사회가 있는 곳엔 그에 적합한 질서가 있을 것이고, 그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바로 법이 아니겠는가? 필자는 ‘중국법도 엄연히 법이다’라는 관점에서 중국법 연구를 시작하였고, 그런 시각에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중국법과의 인연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가을 北京에서 ‘인민대학 설립 50주년 기념 세계 100대 저명법과대학 학장 초청 국제학술대회’가 개최된다. 정말로 세계에서 유명한 법대의 학장들이 그 대회에 초청을 받아 대거 참가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이른바 SKY와 한양대 법과대학장 4명이 초청을 받은 것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당시 필자가 몸담고 있던 상지대학에서는 지방대학임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두 명이 초대를 받았는데, 당시 법학부 학부장이던 필자와 중국법의 소통창구 역할을 해오던 한기종 교수였다.
인민대학 법학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중국 가족법학계의 원로인 楊大文 교수와 그의 제자인 龍翼飛 교수를 만나게 된다. 그들에게서 처음으로 ‘중국혼인법’의 개정 작업에 대해 듣게 되었으며, 당시 한창 논의 중이던 초안을 입수하게 되었고, 귀국 후 초안을 번역하여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현행 중국혼인법을 소개하게 된다.
한국에서 보통 ‘가족법’이라 함은 친족법과 상속법을 아울러 일컫는 말이다. 그것은 두 분야가 민법이라는 하나의 법 안에 들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중국의 법은 하나의 법이 아니라 여러 개의 개별적인 법으로 나뉘어져 있다는 점에서 우리 민법과는 체계가 다르다. 이 책에서는 상속은 제외하고 혼인, 이혼, 입양, 부양을 중심으로 기술한다.
단순히 중국법만을 기계적으로 나열한다면 책의 내용이 자칫 무미건조할 수 있으므로 우리법과 비교할 수 있는 부분은 함께 다루고자 한다. 다만 그 방법에 있어서 중국법과 똑같이 서술하기보다는 비교 가능하거나 중국법의 이해를 도울 수 있는 곳에서 우리 민법규정이나 대법원판례를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