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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불이야

내 이불이야

  • 한은영
  • |
  • 책읽는곰
  • |
  • 2018-01-15 출간
  • |
  • 40페이지
  • |
  • 217 X 273 X 13 mm /348g
  • |
  • ISBN 979115836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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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재아는 태어날 때부터 함께해 온 이불 분홍이를 늘 끼고 살아요. 분홍이는 심심할 때도 무서울 때도 외로울 때도 함께하는 가장 좋은 친구지요. 그러다 보니 꼬질꼬질 낡고 더러워졌어요. 엄마가 재아를 겨우 설득해서 분홍이를 빨아 널어 두었는데, 분홍이가 그만 집 밖으로 날아가 버렸어요. 한참 만에 찾아낸 분홍이는 벌써 아기 고양이들 차지가 되어 있네요. 재아는 분홍이 위에서 행복해하는 아기 고양이들을 보며, ‘이제 재아는 아기가 아니니까’ 분홍이를 양보하기로 결심하지요. 특정 물건에 집착하는 아이의 마음에 공감해 주고, 그 집착에서 벗어나 한층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아이들이 성장 과정에서 경험하는 불편하고 복잡한 감정을 자연스럽게 해소할 수 있도록 돕는 그림책입니다.

아이들의 집착 행동,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요?
아이들이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림책 ‘튼튼곰’ 시리즈의 6번째 책을 소개합니다. 이번 그림책은 아이들의 집착 행동을 다룹니다.
많은 아이들이 성장하는 동안 한 번쯤 특정 사물이나 행동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곤 합니다. 집착의 양태는 무척 다양해서, 손가락을 빨거나 엄마 피부에 집착하는 아이, 숫자가 쓰여 있는 사물이나 바퀴 달린 모든 것에 집착하는 아이도 있고, 딱딱한 장난감만 좋아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보들보들한 인형이나 이불에 집착하는 아이도 있지요.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부모들은 마음이 참 복잡합니다. 우리 아이만 유별나게 구는 것은 아닌지, 부모가 제대로 돌보지 않아 심리적인 위기에 처한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동 심리학자들은 만4세 무렵까지 아이들의 집착 행동은 발달 과정에서 이뤄지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단언합니다. 아이들은 주 양육자로부터 독립하여 넓은 세계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양육자를 대신할 특정 사물에 애착을 가짐으로써 불안감을 해소한다는 거지요.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이들이 양육자를 대체하기 위해 찾아낸 이 사물을 ‘이행 대상’이라고 하여, 아이가 태어나 처음 만들어 낸 창의적인 발명품이라고 찬사를 보내기도 합니다. 심지어 어린 시절에 특정 사물에 애착을 가졌던 아이들 중 상당수가 예술적 감수성이 뛰어나거나 과제 집중력이 탁월하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아이들의 복잡한 감정에 공감해 주고 성장을 응원하는 그림책
이쯤 되면 아이들의 집착 행동에 마음이 좀 놓일 법도 하지만, 인형이나 이불처럼 더러워지기 쉬운 사물을 아무 때나 어느 곳에나 들고 다니는 아이들을 보면 어쩔 수 없이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그런 아이들과 부모들을 위해 이 그림책 《내 이불이야》는 좋은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이불에 얼굴을 묻고 행복해하는 표지부터 시작해서, 주인공 재아는 이불에 대한 사랑 고백을 한 장면 한 장면 늘어놓습니다. 재아에게 이불 ‘분홍이’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모든 순간을 함께해 왔고, 언제나 가장 편안하고 위로가 되어 주는 가까운 친구랍니다. 이맘 때 아이들은 감정이 세분화되지 못해서, 특정 사물에 집착하는 자신의 감정을 이렇게 딱 부러지게 표현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아이들은 불분명하고 복잡했던 자신의 감정을 좀 더 뚜렷하게 이해할 수 있지요.
한편 이불에 집착하는 재아를 바라보는 엄마의 표정은 딱 우리 부모들의 표정과 겹쳐집니다. 함부로 이불을 빼앗으며 화를 내기도 하지만, 한 박자 쉬고 나서 다시 아이의 마음을 읽어 주려고 노력합니다. 집착하는 아이들에게 최악의 반응은 애착 대상을 함부로 빼앗거나 아이 행동을 비난하는 것입니다. 자존감이 약해지거나 평생의 상처로 남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까요. 차분히 아이의 마음을 다독여 주는 엄마의 모습을 통해 부모들도 집착하는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좋은 아이디어를 제시합니다.
아이의 집착 행동은 조금씩 넓은 세상을 접하고 관심의 대상도 분산되면서 대부분 사라집니다. 이 책의 주인공 재아도 그런 성장의 분기점에 놓인 아이입니다. 분홍이는 분신과도 같은 존재였지만, 정말 떨어지기 싫고 힘들지만, 이제는 아기 고양이들에게 양보할 수 있습니다. 재아는 이제 아기가 아니라 다 큰 어린이가 되었으니까요. 재아는 이렇게 성장의 한 고비를 넘기면서 스스로를 긍정하고 더욱 커다란 자존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보는 아이들도 재아와 함께 자신을 긍정하면서 성장할 수 있겠지요.
그동안 아이들의 심리를 다룬 이야기 그림책 가운데,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경험하는 문제가 고스란히 담긴 우리나라 창작 그림책이 많지 않았습니다. 우리 곁에 있는 아이들을 꼭 닮은 재아의 친근한 이야기가 우리 아이들의 성장에 좋은 동반자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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