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고구마’ 왕예원, 수다쟁이 왕무새가 되다!
나에게는 별것 아닌 일이 누군가에게는 고민거리가 되기도 해요. 작은 잘못에도 전전긍긍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큰 잘못을 저지르고도 태연한 사람도 있어요. 또 친구들과 어울리며 신나게 웃고 떠들기 위해서, 내 기분을 솔직하게 말하기 위해서 큰 용기가 필요한 사람이 있답니다. 《술술 립스틱》 속 예원이가 꼭 그런 아이였어요.
산들 초등학교 4학년 1반 왕예원. 예원이는 유난히 말수가 적고 수줍음이 많은 아이예요. 친구들 앞에만 서면 얼굴이 빨개져서 ‘불타는 고구마’라는 별명이 붙여질 정도였지요. 그런데다 엄마 친구의 딸인 미나와 늘 비교를 당해야 했지요. 미나는 공부도 잘하고 말도 잘했어요. 예원이는 미나가 신경 쓰이면 쓰일수록 부쩍 더 말수가 줄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상한 아줌마를 만났어요. 무지갯빛 뽀글뽀글 파마머리를 한 아줌마는 약간 미심쩍어 보이는 화장품을 팔고 있었어요. 화장품 앞에서 고민하는 예원이에게 아줌마는 바르면 말이 술술 나온다는 ‘술술 립스틱’을 주었지요. ‘하루에 한번씩만 바르라’는 말과 함께요.
얼마 뒤 예원이는 립스틱을 꺼내 입술에 발라 보았어요. 그러자 신기한 일이 벌어집니다. 정말 말이 거침없이 나오는 거예요! 예원이는 학교 앞에서 아이를 치고도 뻔뻔하게 화를 내는 자동차 운전자에게 따끔하게 이야기를 하고, 토론 수업 시간에는 친구들 앞에서 논리적으로 또박또박 자기 생각을 말했어요. 반 아이들이 예원이를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지요. 먼저 다가와 말을 걸기도 하고, 예원이의 말을 재미있어 하며 귀 기울이지요. 그토록 바라던 인기 있고 멋있는 아이가 된 거예요.
예원이는 아줌마가 했던 말은 까맣게 잊은 채 하루에도 몇 번씩 립스틱을 덧발랐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마음에 없는 말이 제멋대로 나오기 시작했어요. 가장 친한 친구였던 희선이의 생일 파티를 망치고, 우스꽝스러운 별명을 지어 주면서 친구들을 창피하게 만들었지요. 자기도 모르는 말을 아무렇게나 꾸며서 말하기도 했어요. 그러자 친구들의 마음은 점점 떠나갔어요.
복잡·미묘한 학교생활,
아이들을 위로할 마법 같은 이야기!
‘말’은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첫 번째 수단이에요. 말을 통해서 우리는 생각을 전하고 마음을 표현해요. 그래서 무슨 말을 하는지, 어떻게 말하는지를 살펴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짐작할 수 있어요. 늘 남을 흉 보는 말, 거짓으로 꾸며 낸 말을 하는 사람이라면 가까이 할 수 없겠지요. 처음에는 재미있어 하던 반 친구들이 예원이를 멀리 하게 된 것처럼 말이에요. 이야기 속 예원이가 깨달았던 것처럼 나쁜 말은 결국 돌고 돌아 자신에게 돌아오게 된답니다. 사소한 말이라도 조심해야 하는 까닭이지요.
《술술 립스틱》에서 예원이 엄마는 무척 극성스러워요. 고등학교 동창인 미나 엄마에게 지지 않으려고 늘 동동거리지요. 예원이가 힘들어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았어요. 그럴수록 예원이는 말수가 줄어들었습니다. 우리는 종종 내 아이와 다른 집 아이를 비교합니다. ‘○○네 아이는 벌써 한글을 뗐던데.’, ‘○○네 아이는 수학을 만점 받았대.’ 하고 말이지요. 그리고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아이를 더 다그치고는 합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아이가 잘할 수 있는 것, 좋아하는 것에 관심을 갖고 응원해 주는 것이 아닐까요?
학년이 올라갈수록 아이들의 학교생활도 조금씩 어려워집니다. 공부해야 할 것이 많아져서이기도 하지만, 친구와의 관계도 어른들 못지않게 미묘해지지요. 《술술 립스틱》을 읽으면서 우리 아이들이 진정한 위로를 받았으면, 또 진정한 친구를 만드는 방법에 힌트를 얻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