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사랑이 찾아왔다”
드라마와 영화로 많은 사랑을 받아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강렬하게 남아 있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올가을, 뮤지컬로 새롭게 재탄생되어 박혜나, 아이비의 더블 캐스팅으로 무대를 열며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다. 내놓는 분야마다 리메이크 작품들이 화제가 되는 ‘마츠코’의 이야기는 한 여자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다룬 원작 소설에 다시 주목되면서 책을 찾는 독자들이 늘어났다. 잇따른 출간 문의에 발맞추어 10여 년 만에 새롭게 옷을 갈아입은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 다시 북스토리에서 출간되어 독자들을 찾아간다. 빠른 전개와 흡입력 있는 스토리, 생생하게 살아 있는 캐릭터로 일본 소설 마니아들에게는 꾸준히 호평을 받아온 소설인 만큼, 독자들의 가슴에 큰 울림을 주며 감동을 안겨줄 것이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마츠코의 조카인 쇼가 살해당한 고모 마츠코의 일생을 추적해가며 퍼즐을 맞추듯 그녀를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마츠코가 살아온 삶의 이면에 감추어진 진실이 드러난다. 마츠코는 누구보다 사랑을 꿈꾸고 갈구했지만 철저하게 버림받았다. 그녀의 사랑은 언제나 갈 곳을 잃어버렸다. 그럼에도 그녀는 한순간도 삶을 원망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오히려 정면으로 고난에 맞서며 더 적극적으로 그녀의 사랑을 지켜나가기 위해 발악하며 사랑한다. 언제나 사랑받기를 꿈꿨지만 사실 누구보다도 많은 사랑을 남긴 여자, 마츠코의 일생을 들여다보며 과연 그녀의 인생이 진정 ‘혐오스러운’ 삶이었는지 또 사랑이 인생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되묻는다.
“누군가를 끝까지 사랑한 적이 있나요?”
53년간 살다 간 한 여자의 파란만장한 삶을 다룬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일본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했고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드라마화, 영화화, 뮤지컬화로 이어졌다. 소설의 충격적이면서도 안타까운 마츠코의 일생을 상세히 담아낸 드라마는 초반부터 끝날 때까지 일본 전역에서 화젯거리였다. 특히 영화는 <불량공주 모모코>로 세간의 관심을 받으며 연출력을 인정받은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이 맡았고, 마츠코 역으로 톱스타 나카타니 미키가 열연했다. 기존 원작소설이 마츠코의 일생에 대해서 상세하면서도 안타깝게 다뤘다면, 영화는 원작에 음악과 노래를 덧씌워 뮤지컬 영화로 탈바꿈시켰다. 이미 정평이 난 감독의 연출력과 나카타니 미키의 혼신을 다한 열연으로 영화는 2006년 한 해 동안 각종 영화상 수상을 독차지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우리나라에서 연출한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 뮤지컬로 관객들을 찾아왔다. 파란만장한 스토리와 속도감 있는 탄탄한 전개, 그리고 사랑스러우면서도 안타까운 캐릭터로 많은 독자와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던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원작 소설을 뮤지컬과 비교해서 보는 것도 독자들에겐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세상에 항복하고 살 수는 없지.”
독자들의 심금을 울렸던 상권에 이어 마츠코의 기구한 일생이 하권에서 다시금 펼쳐진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下』에서는 마츠코의 죽음에 관한 충격적인 결말이 드디어 밝혀진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上』에서 마츠코는 터키탕에서 일하며 넘버원의 자리에 오르는 전성기를 누리는데,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下』에서는 마츠코가 터키탕 손님 중 오노데라와 오고토 지역으로 도망쳐 몸을 팔고 마약에까지 손을 대고 만다. 그러나 마약은 그녀 앞에 펼쳐질 비극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었다. 마츠코가 힘들게 번 돈을 바람피우는 데 탕진해버린 오노데라의 비열한 배신을 칼로 응징해버린 그녀는 살인죄로 징역 8년의 형을 살게 된다. 언제나,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싶어하는 마츠코. 그녀에게는 후에도 많은 사랑이 스쳐 지나간다. 살인을 저지르고 자살하러 올라간 도쿄에서 우연히 만난 이발사, 시마즈. 복역을 마치고 나와 취직한 미용실에서 재회한 옛 제자 류 요이치와의 기묘한 인연. 하지만 그것들은 붙잡을 수 없는 신기루와 같은 존재일 뿐이다. 마츠코의 사랑에 대한 갈망은 늘 처참한 비극으로 끝나지만, 그녀의 강한 생명력은 늘 전진하기 위해 노력하던, 성실했던 어릴 적 모범생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걷잡을 수 없이 뭔가에 빨려 흘러가듯 인생이 망가져 버렸지만 누구보다 순수했던 여인, 마츠코. 무너져버린 삶 속에서도 마치 오뚝이처럼, 언제나 새로운 사랑과 꿈을 이루려고 노력했던 그녀의 인생, 과연 누가 그녀를 이렇게 만든 것일까? 과연 누가 그녀를 혐오스럽다 할 수 있을 것인가?
안쓰럽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걷잡을 수 없는 수렁에 빠지는 마츠코의 삶을 향해 비난할 수는 있지만, 어느 순간 독자들은 마츠코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마주한다. 부모님의 사랑에서 차별받거나 누군가의 차별로 끝내 채워지지 않았던 내 안의 결핍과 상처, 그 상처가 만들어낸 자기 보호를 위한 다른 이들과 다른 독특한 생각과 버릇들, 인생에서 뭔가를 열심히 해보려고 했지만 내 생각과 정반대로 흘러가 버린 것들, 그리고 내가 사랑했지만 나에게서 돌아선 사람들, 내 의도와는 달리 상황이 그렇게 흘러가 버려 어느 순간 결정 나 마주해야 했던 결말들……. 그 모두가 운 없게도 마츠코 한 사람에게 쏟아졌을 뿐이리라. 파란만장한 마츠코의 일생 앞에 그 누구도 비난도 경멸도 조롱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멈추면 그녀를 다시 생각한다. 단지 몹시 외롭던 한 여자의 오직 ‘사랑’에 대한 순수한 갈망이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