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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키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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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키스트

  • 장석원
  • |
  • 문학과지성사
  • |
  • 2005-11-30 출간
  • |
  • 163페이지
  • |
  • 128 X 205 mm
  • |
  • ISBN 9788932016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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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크린영상으로 만나보는 한 권의 책 이야기

출판사서평

사랑은 노동이다, 사랑은 투쟁이다, 사랑은 혁명이다
지극한 사랑의 법열로서의 아나키즘, 전복 자체가 사랑이 되는 시가 온다

장석원은 자기 안팎의 수많은 이질성을 통찰했던, 김수영의 진정한 후계자 가운데 하나다.
__권혁웅(시인, 문학평론가)

지난 2002년 대한매일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줄곧 평단의 관심을 받으며 활동해온 신예시인 장석원의 첫번째 시집이 문학과지성사에서 발행되었다. 이 시집의 해설을 맡은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권혁웅은 수많은 이질성들이 혼재되어 있으면서도 그 이질성들이 서로를 억압하지 않는 장석원의 시세계에 일찍부터 주목했다. 따라서 장석원의 시에서 폴 매카트니와 인순이, 김추자의 「꽃잎」과 최윤의 「저기 소리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가 충돌하고 어울리며 한 편의 시를 이루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시 속의 화자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세워 시를 점령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세계관, 다른 계급의식, 다른 이데올로기 들을 자유롭게 끌어들여 이들이 서로 충돌하고 뒤섞이고 공명하고 배척하여 화음과 불협화음을 이루어내는 세계를 만든다. 그러므로 장석원 시의 어조와 화자는 쉽게 분석할 수 없으며, 단일한 비유의 틀 안에서 들여다볼 수도 없다. 이렇게 장석원의 시는 각자 다른 타자들을 자유롭게 풀어놓으면서 시의 형식에서도 조직과 체계를 인정하지 않고 위계를 거부한다.


나는 X이다
탄생 격파 유사 인접 와류 파동 사랑 조정 이해 단절 횡단 분류 변증법 잡종 증상 현상 사물 통증 여백 분단 기원 기계 파열 순환 불멸 텍스트

환유:한 번의 생략을 위하여
탄생―인계철선에 발이 걸려 먼지처럼 흩어진 남자의 흩어진 나날들 누혜는 눈이 없어요 155마일을 걸었을 뿐이에요
격파―사인을 알 수 없어요 파열음에 불과한 물리 현상이 있었다는 보고는 사실인가요 얼굴에서 땀이 흘러요 복더위예요
유사―흘러내리는 그대의 얼굴 상처는 왜 자꾸 덧나는가 염증은 왜 지독한 슬픔으로 바뀌는가 화농은 왜 차가워지는가
인접―나는 쌍칼이다 한 팔이 잘려도 다른 팔로 칼을 휘두를 수 있다 한 손의 여백을 다른 손이 침범한다 완벽에 가까운 투명으로 나부끼는
와류―티타늄 합금을 턱뼈에 박은 사이보그 나와 금속이 결합하여 새끼를 낳는다 불가사리 때문에 개성이 쑥대밭 되었다
파동―소시민의 신체가 기록하는 텍스트는 얼마나 서러운가 중심과 변방이 없는 물방울의 거리 에테르처럼 거리에 가득 찬
사랑―희미해지는 지난 추억 속의 그대와 함께 텅 빈 거리를 홀로 걸었네 나는 XY 그대는 XX 우린 고등 생명체라네
조정―피고는 갑에게 500만 원을 주고 갑은 피고에게 500만 원을 받아서 물질적 손괴를 배상받으라…… 피고는 목적타를…… 원고는 결정타를……
이해―물소리를 들어봐 자연 앞에서는 포즈가 필요해 지식으로 무장하고 강물에 몸 던지던 논개여 그 푸른 물결의 힘을 알 때까지
단절―모든 산의 옆얼굴은 세모이다 단면은 원이거나 사각형이다 사물은 본래 양면적이다 나 또한 예외일 수 없다
횡단―총알이 골반뼈를 진리가 마음을 관통할 때 감마선이 세포막을 지나갈 때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할 때 사람이 벽에 스며들 때
분류―오늘 밤 나와 놀아요 한 번만 더 사랑해줘요 몸 아래로 내려가요 중심에서 부르르 떠는 엔진이 되어 성난 물결이 되어
변증법―폴 매카트니와 스티비 원더가 노래한다 에보니 앤 아이보리 리브 투게더 인 퍼펙트 하모니 온음과 반음의 경계에 서서 합창한다
잡종―멘델레프가 뱀의 꼬리를 문다 베네수엘라에서 날아온 나의 애인은 튀기이다 나의 청춘은 그로테스크했다 멘델이 콩을 심는다
증상―화농균 폐렴균 임균 디프테리아균을 죽일 때 푸른곰팡이를 쓸 것 도시가 지겨워진 자에게 녹색을 처치할 것
현상―푸른 정맥 같은 길 위에서 스며드는 길 위에서 ‘현’ 자와 ‘상’ 자를 분간하는 그대는 실버들처럼 흔들려 균형을 상실합니다
사물―흙이 빠진 당신 물에 빠지고 불에 빠진 당신 바람이 빠진 당신 사랑에 빠지리라 사소한 실수에서 곧 빠져나오리라
통증―그건 풍토병이에요 말라리아나 뎅기열이에요 정맥 주사가 필요해요 왼쪽 가슴 아래께가 아프시다구요? 동백꽃을 입에 무세요
여백―느껴지나요 뜨거운 적색 진동하는 청색 생트 빅트와르의 햇빛이 생산한 상승 기류 그 정점에 날개 편 독수리의 시선이
분단―선 하나로 그린 동물 스며들 수 있는 동물 밀도 없는 동물 수평선 위의 푸른 그림자 거리를 횡단하는 나의 고양이
기원―유고 `슬로베니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 마케도니아 ` 티토 ` 오이디푸스
기계―머쉰이라는 말 참 좋아요 자의식이 없어서 좋아요 나는 라이팅 머쉰이에요 타이피스트죠 사장님은 하이힐과 미니스커트를 좋아해요
파열―찢어지는 아픔을 아시나요 이산가족들이 흔히 겪지요 엄마의 고통이지요 아들의 아픔이기도 하구요 우리 엄마는 마조히스트예요
순환―미스터 X가 걸어와요 프로페서 X가 걸어와요 XX가 걸어와요 내 어깨에 손을 얹고 오 나의 사랑스런 피조물이라고 경탄해요
불멸―이승을 휘덮은 그물의 매듭마다 그대의 눈 삼라만상 속의 그대 나의 이미지는 그대의 몸 어디에 남아 있나 어떤 눈이 날 쳐다보나
텍스트―말을 타고 광야를 달리는 돈키호테 이 도시의 모든 술집 앞에서 걸음을 멈추는 한밤의 보헤미안 모든 잡종의 계보가 여기 있다 ―「끈―이론 게임」전문


이렇게 자유로이 부유하는 타자들의 발언을 시 속으로 끌어들이며 ‘잡종의 계보’를 형성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권혁웅은 장석원의 시가 ‘타자와의 진정한 만남’을 꿈꾸는 시라고 말하며 그의 시에 드러나는 여러 가지 목소리들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바로 그 진정한 만남, 사랑이라고 이야기한다. 개인에 대한 지극한 열망으로서의 사랑, 체제에 대한 지극한 사랑으로서의 혁명. 장석원은 서로 다른 세계가 부딪치며 한데 얼려 뒹구는 곳에서 각각 노동, 투쟁, 혁명으로서의 사랑을 발견하고 드러내며, 궁극적으로 전복 자체가 사랑이 되는 놀라운 현장을 만들어냈다.
억압되지 않은 타자들이 시 속에서 자유로이 각자의 존재를 노출하며 사랑을 형성하고, 내게서 네게로, 한 타자에서 다른 타자로 속도감 있게 진행해가는 ‘아나키스트’ 장석원의 새로운 언어는 오래도록 우리에게 기억될 것이다.


상해의 밤과 북경의 도서관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몸을 흔들어 한 마디 내뱉는 것일 뿐. “테러하라.”

長江의 끄트머리, 투쟁의 끝이 보이는가. 방파제에서 海東을 바라보는 나에게, 북경대학의 도서관에서 마르크스를 읽는 나에게, 후회는 없다. 人間的 감정이라니, 사랑이라니, 나는 진작에 그것들을 검은 바다에 띄워 보냈다.

나는 1922년의, 21세기의 분열된 남자. 나는 제국주의자들의 화장용 장작. 네이팜탄 불꽃이 강물에 일렁이네, 한 줌 매국노들을 불태우네.

나의 목표는 혼돈의 힘을 이용하여 응축된 의지를 해체하고 숨어 있는 아나키를 조직하여 평정을 획득하는 것이다*
내가 걷고 있는 여기는 어디일까? 거리 끝에서 어둠이 몰려온다. 이제 지친 자는 누워야 할 시간이고, 사랑에 빠진 자는 서서히 흩어지는 불빛이 될 시간이다.

수선화가 피어 있다. 하데스의 휘파람이 어둠 속에서 들려온다. 을지로 6가에서 신당동 쪽으로 걸어간다.
동대문운동장역 입구에 수선화가 피어 있다. 꽃망울마다 그대의 얼굴이 숨어 있다. 입김처럼 퍼져 나오는 그대의 표정, 하나, 하나. 나는 경악한다.
뎅강뎅강 요령을 흔들며 황톳길을 걸어가는 그대가 망각해야 할 것들, 그대의 피곤을 뚫고 오른 자작나무들.

나는 환상이고 그대는 현실인데, 나는 현재이고 그대는 환영일 뿐인데…… 내게는 뛰어갈 곳도, 숨을 곳도 없다.

아나키스트의 명상
나는 “실눈을 뜨고 벽에 기대인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다.
짧은 여름밤은 촛불 한 자루도 못 다 녹인 채 사라지기 때문에 섬돌 우에 문득 석류꽃이 터진다.
꽃망울 속에 새로운 우주가 열리는 波動! 아 여기 太古적 바다의 소리 없는 물보라가 꽃잎을 적신다.”**

나의 모든 말을 싣고서 을지로 6가에서 신당동 쪽으로 불어가는 바람 속으로, 소녀를 태우고, 소년이 오토바이를, 벽을 향해 오토바이를 몰아간다. 돌진하는 소년들, 산화하는 그들, 서서히 어둠 속으로 번져나가는
벽을 넘고 강을 건너고 고속도로를 폭주하고 현해탄에 사는 밍크고래의 눈동자를 스쳐, 마침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신선한 공기를 만나서 응고되는, 나의 피 나의 피.
그것은 내가 흘린 피인데, 아스팔트 위에 쓰러진, 내 입과 내 코에서 흘러나온 피인데

나는 빨강의 무게를 잴 수 없다. 빨강은 도로 위의 균열로 깊게 스며든다.

죽는 것은…… 잠자는 것. 명상이 끝난 후, 죽는 것은……

Robert Fripp
조지훈, 「아침」 ―「꿈, 이동, 속도 그리고 활주」 전문



보도 자료

■시집 소개글

시집 『아나키스트』는 자아를 넘어 낯선 타자에게 이르는, 혹은 세계를 넘어 낯선 세계를 지향하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이를 위해 이 시집의 화자는 낡은 자아와 세계를 파괴하는 부정의 이미지를 보여주는데, 그 기법으로는 유머와 아이러니, 그 폭으로는 대중가요에서부터 수학과 과학, 형이상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새로운 세계나 새로운 자아에 대한 고정된 이미지는 있을 수 없다. 끊임없이 무엇인가로부터 탈피하는 움직임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 움직임의 동력은 사랑에서 온다.


■뒤표지 글

0. 길의 끝에 서 있다
아직까지 나는 나를 알지 못한다. 그대는 일어서 나에게 오라. 흙에서 돌아오라. 그대의 얼굴을 파먹는 어둠으로 나는 돌아가고 싶다. 내가 길을 지나온 것이 아니다. 길이 나를 지나갔다. 나는 읽혔다. 이것은 피날레가 아니다.

1. 잎새를 떨군 석양의 은사시나무
나의 피로를 뚫고 오른 흰 뼈.

2. 조금 움직일 것이다
뼈가 벌어진다.

3. 푸른 휘파람
나는 한번도 울지 않았으므로, 성보유통에서 나오는 작업복 사내와 삼화페인트로 들어가는 다방 아가씨와 주점 미소로 들어가는 중국집 배달부를, 노래 부르며 쳐다본다. 이 이 이이이 이이 이 이 이…… 바람의 벽에 그들을 기록한다.

4. 햇빛의 독경
바깥의 나는 관념. 카리타스 하분다트 인 옴니아 미제레레 파르체 미히 도미네 엣 호모 팍투스 에스트 엣 프롭테르 노스트람 살루템 퀴 쿰 파트레 엣 필리오 엣 엑스벡토 렛수렉치오넴 모르투오룸 엣 비탐 벤투리 세쿨리……

5. 마른 잎 다시 살아나
브레이크의 파열음처럼 유압 프레스의 충격음처럼 푸른 유월의 햇빛처럼 최루탄 연막 속에 매복했던 것처럼 그는 돌아올 것이다.

6. 분명한 사실
연수를 채우고 죽든 병들어 죽든 사고로 죽든 전쟁에서 죽든, 심지어 자살하든, 땅을 밟을 줄 모르는 매처럼, 사람은 모두 죽어 꽃, 진 곳으로 돌아간다.

7. 유언
당신은 평생 한 사람만을 사랑했으며 그 사랑은 완벽했다. 당신이라는 불후의 상처. 비명이 삼킨 붉은 고요.

8. 한낱 醉生夢死였던
나는 하나의 실수.

9. 그 무엇도 믿지 않을 것이다
고통을 야기하는 모든 것을 찬양할 것이다. 영웅을, 노예를, 무덤 속의 어둠을, 침묵과 상처를, 약물과 분노를, 백설 같은 슬픈 평화를.

10. 어두운 이마 위에
만월. 나는 시작하는 존재에 불과하다.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악마를 위하여
낙타에게
두 겹의 진실
문서거, 순례의 끝
끈-이론게임
꿈, 이동, 속도 그리고 활주
움직이는 것의 이미지에 대하여
동방의 서점에는
울부짖음
호프 장밋빛 인생에서 뒹구는 두 남자
혼자 여는 문
내 마음의 아나키
근원적 센티메탈
끌로 새긴 듯한
나는 과거에서 현재로 귀양 왔다
나는 현재에서 과거로 귀환했다
나의 전부는 거짓이었다
과거에 시작된 광포한 빗줄기

제2부
문화 목욕탕
WWE
타클라마칸에 내리는 눈
비결정적인: S-M의 한판 승부
지난해 ***여관 때로 000여관에서
김추자에게 보내는 연서
경보, 청수장까지
렌즈 속의 나
젊고, 어리석고, 가난했던

제3부
이카루스나무
인부
낙하하는 것의 이름을 안들
최초의 콘크리트
바깥의 송어
씽크대 위의 틀니
이 피곤한 얼굴 위에 쏟아지는
입속의 파충류
미아리를 넘다
손톱 끝의 가벼운 꽃잎같은
실종
뿔
이상하고 아름다운
파로호
우리가 다시 만날 때
비명
두 시의 시에스타
우우 둥글게 말린 꽃 잎 두드리는
해설/ 시와 다성성 권혁웅

저자소개

장석원
시인 장석원은 1969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났으며 고려대 국문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2002년 대한매일(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낙하하는 것의 이름을 안들 睡蓮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가 당선되면서 문단에 나왔다.

도서소개

2002년 대한매일 신춘문예로 등단한 장석원의 첫 번째 시집 「아나키스트」.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자아를 넘어 낯선 타자에게 이르는 혹은 세계를 넘어 낯선 세계를 지향하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이를 위해 낡은 자아와 세계를 파괴하는 부정의 이미지를 보여주는데, 유머와 아이러니, 대중가요에서부터 수학과 과학, 형이상학에 이르기까지 그 기법과 폭이 다양하다.

시인은 그의 시에 드러나는 여러 가지 목소리들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진정한 만남, 사랑이라고 이야기한다. 억압되지 않은 타자들이 시 속에서 자유로이 각자의 존재를 노출하며 사랑을 형성하고, 한 타자에서 다른 타자로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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