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시인 함윤수咸允洙(1916-1984)에 대한 정보는 극히 제한되어 있다. 호는 목운牧雲이며, 1916년 4월 1일 함경북도 경성에서 출생했다는 점, 일본 도쿄 소재의 니혼[日本]대학 예술과를 졸업했다는 점, 1938년 시 동인지 『맥』을 통해 「앵무새」와 「유성」으로 등단하고, 네 권의 시집― 『앵무새』(1939), 『은화식물지隱花植物誌』(1940), 『사향묘麝香?』(1958), 『함윤수 시선』(1965) ―을 출간했다는 점 등이 알려져 있을 뿐이다.2) 그의 작품 가운데 인터넷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수선화」 정도이고, 「화분花粉」이 신문의 칼럼을 통해 두어 군데 소개되어 있을 뿐이다. 또한 시집 『앵무새』에 수록된 작품 「츄?」에 대한 임화의 짤막한 비판과 『사향묘』에 수록된 작품 「거머리」에 대한 박인환의 한층 더 짤막한 찬사가 단편적으로 소개되어 있을 뿐이다. 요컨대, 시인 함윤수는 우리에게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국회도서관의 자료를 확인해 보면 함윤수는 1975년 『월간문학』 제8권 제9호에 「나락奈落의 향연」을 발표하는 등 비교적 최근에 이르기까지 작품 활동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이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시인으로 남아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오랜 세월 시작 활동을 했지만 남긴 작품의 수가 극히 적다는 데 있을 수도 있고, 문단의 주된 흐름이나 시류時流에 비켜서서 작품 활동을 했다는 데 있을 수도 있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든, 『함윤수 시선』의 발문跋文3) 에 해당하는 글에서 시인 유정柳呈이 주목했듯, 함윤수는 “짧지 않은 세월”을 “애오라지 ‘영성靈性의 밀실密室을 찾아든 새하얀 앵무새’처럼 자기시미自己詩美의 세계를 파고”든 시인이자 “외부의 시적 유행 사조엔 전연 아랑곳없이 ‘내 영성의 밀실’을 추구한” 시인이었다. 그리하여 함윤수의 시 세계에서는 “달리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하고도 기이한 탐미眈美의 짙은 향취香臭”를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이 유정의 판단이다. 이는 과작寡作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 함윤수의 작품 세계를 훑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지적일 것이다.
이처럼 함윤수는 “독특하고도 기이한 탐미의 짙은 향취”를 담은 시 세계를 펼쳐 보였지만, 이에 합당한 문단의 주목을 받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함윤수의 시 세계는 늦었지만 새롭게 조명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시인이 문단에서 받았던 얼마 안 되는 주목조차 상반된 것이라는 점도 유의하지 않을 수 없다. 앞서 밝혔듯, 임화와 박인환은 함윤수의 시에 대해 짤막한 비평적 평가를 내린 바 있다. 문제는 양자의 판단이 극명하게 대비된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임화는 「츄?」을 예로 들어 함윤수의 시에는 “기교주의에의 모방, 그중에서도 일시 우리 시단에 전파되었던 말초화末梢化된 기교시파의 역력한 각인이 남아” 있다고 진단하면서, “[기교주의를] 모방하려는 심리 가운덴 시를 주로 언어의 색채로 장식하려는 습성이 뿌리 깊이 박혀” 있음을, “이것은 시적 정신의 극도의 빈곤의 전형적 표현”이자 “허식虛飾의 감정, 사치의 정신의 우회된 표현”임을 지적한다.4)
한편, 박인환은 「거머리」를 예로 들어 “상징화된 형식으로 한국의 현실과 그의 심경을 표현하고 있다”는 진단과 함께, “시인의 슬픔과 인생의 애수[를] 간략한 몇 줄로써 이렇게 노래할 수 있다는 것은 이 시인이 얼마나 실력이 훌륭하다는 것을 좌기左記하는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5)
물론 임화와 박인환은 문학적 입장이 서로 다르다는 점과 논의 대상이 된 작품이 10여 년 이상의 시간적 간격을 두고 창작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유정이 지적한 바와 같이 함윤수의 시 세계는 세월의 변화와 크게 관계없이 여일한 경향을 보였다는 점에서 보면, 이처럼 의견이 극단으로 나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함윤수의 시 세계를 새삼스레 검토해 보고자 함은 이 때문이다. 이어지는 앞으로의 논의는 함윤수의 네 권 시집에 수록된 작품 가운데 특히 주목할 만한 작품을 한두 편씩 뽑아 이를 조명하는 데 바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