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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손바닥(문학과지성 시인선 291)

사라진 손바닥(문학과지성 시인선 291)

  • 나희덕
  • |
  • 문학과지성사
  • |
  • 2004-08-27 출간
  • |
  • 116페이지
  • |
  • 128 X 205 mm
  • |
  • ISBN 9788932015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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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따뜻함’과 ‘단정함’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나희덕 시인의 다섯번째 시집 『사라진 손바닥』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에서도 나희덕 시의 간명하고도 절제된 형식-구조적 측면은 두드러진다. 그러나 등단 15년을 맞은 시인의 눈길은 이제 본격적으로 ‘따뜻함/단정함’의 지층 아래에까지 시선을 보내 시적 이미지를 보다 견고하게 다지고 있다. 그로서는 이번 시집이 새로운 시 세계의 표지판인 셈이다. 나희덕 시인은 ‘어둠’과 ‘밝음’의 이미지를 대위법적 긴장 관계 속에 놓지만, 이러한 긴장은 대립의 관계이기보다는 길항의 관계 속에서 적절히 조응한다. 이처럼 대립하는 것들을 싸안고자 하는 노력의 결정이 이번 시집에서 그가 새로 선보이는 표지판이다.
『사라진 손바닥』은 망각되어 잊혀져간 것들을 기억 속으로 소환함으로써 그것들에게 재생의 삶을 부여한다. 그러니 그 시의 언어 속에 사라져간 것들에 대한 애달픔과 연민의 감정들이 절실하게 스며들어 있음은 자명하다. 나희덕의 시 세계에서는 자식의 주검을 앞에 둔 어미의 심정 같은 이 크나큰 슬픔과 사랑의 감정이 이미 사라져버린 것들을 망각의 무덤 속에서 불러내어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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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나비가 소매도 걷지 않고
봄비를 건너간다
비를 맞으며 맞지 않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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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고요한 날갯짓 속에는
보이지 않는 격렬함이 깃들어 있어
날개를 둘러싼 고운 가루가
천 배나 무거운 빗방울을 튕겨내고 있다
모든 날개는 몸을 태우고 남은 재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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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무거운 돌덩이를 굴려 올리면서도
걸음이 가볍고 가벼운 저 사람
슬픔을 물리치는 힘 고요해
봄비 건너는 나비처럼 고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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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건너가면서 마른 발자국을 남기는
그는 남몰래 가졌을까
옷 한 벌, 흰 재로 지어진 ― 「재로 지어진 옷」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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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재로 지어진” 날개를 단 이 나비의 상징은 이번 시집을 관통하는 하나의 핵심적 이미지를 구성한다. 저 날개는, “비를 맞으며 맞지 않으며”라는 모순어법의 구절이 암시하는 바와 같이, 한편으로는 누에의 눈물겨운 노동으로서의 직조술의 산물인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아름다움을 향한 영혼의 비상이라는 양 측면을 동시에 상징하는 것이다. 사실상 이 같은 영혼과 육체, 빛과 어둠, 삶과 죽음의 동시성을 갖는 모순형용의 시적 긴장 속에 나희덕 시의 언어적 특성이 똬리를 틀고 있다. “죽음의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느낀 것이 시장기”(「국밥 한 그릇」)라는 이 처절한 모순 속에 존재들의 삶이 자리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희덕 시의 진정한 면모는 그 자체로 빛이자 어둠인 이 모순형용의 삶을 통째로 부둥켜안고 등을 다독이는 어미의 시선과 손길 같은 그 시적 태도 속에 자리한다. 이러한 시적 태도는 ‘이것이냐 저것이냐’ 혹은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단순한 이분법적 도식 속에 삶의 복합성을 구겨 넣음으로써 그 어느 한쪽의 억압과 희생을 전제로 다른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태도와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나희덕 시의 모성적 따뜻함은 바로 이러한 복합적인 삶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껴안으려는 눈물겨운 노력에서 기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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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흰 연꽃 열어 보이더니
다음엔 빈 손바닥만 푸르게 흔들더니
그 다음엔 더운 연밥 한 그릇 들고 서 있더니
이제는 마른 손목마저 꺾인 채
거꾸로 처박히고 말았네
수많은 槍을 가슴에 꽂고 연못은
거대한 폐선처럼 가라앉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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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처박혀 그는 무엇을 하나
말 건네려 해도
손 잡으려 해도 보이지 않네
발밑에 떨어진 밥알들 주워서
진흙 속에 심고 있는지 고개 들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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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년쯤 지나 다시 오면
그가 지은 연밥 한 그릇 얻어먹을 수 있으려나
그보다 일찍 오면 빈 손이라도 잡으려나
그보다 일찍 오면 흰 꽃도 볼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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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산에 회산에 다시 온다면 ― 「사라진 손바닥」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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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손바닥』은 다정다감한 손길로 하찮고 자질구레한 존재들을 쓰다듬는 따뜻한 시집이다. 그 존재들은 시인의 손길이 닿는 순간 숨겨놓은 아름다움을 끄집어내어 시를 비춘다. 이러한 따뜻한 마음의 미학은 그러한 존재들에 대한 시인의 특별한 애정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는 대상과 시인 자신을 동일시하거나, 주체와 객체를 자연스럽게 교환하는 시인의 타고난 시적 자질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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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가 시드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썩는 것과 마르는 것. 아름다움이 절정을 다한 뒤에도 물기가 남아 있으면 썩기 시작한다, 그것이 꽃이든, 음식이든, 영혼이든. 그러나 썩기 전에 스스로 물기를 줄여나가면 적어도 아름다움의 기억은 보존할 수 있다. 이처럼 건조의 방식은 죽음이 미구에 닥치기 전에 스스로 죽음을 선취함으로써 영속성을 얻으려는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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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아름다움은 순간적인 매혹의 대상이 아니다. 어서 네 안의 물기를 말려버리라고, 피와 살을 증발시키라고, 어딘가로 달아나라고, 늘 방부제나 건조제를 서둘러 찾았을 뿐이다. 마른 열매와도 같은 정신에 하루 빨리 도달하려고 젊음을 앞당겨 반납해버렸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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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책상 위의 마른 석류를 들여다보니 주변에 검붉은 가루가 흩어져 있었다. 몇 년째 썩지 않는 석류를 보며 ‘불멸’이라는 말을 떠올리기까지 했는데, 그 단단한 껍질을 뚫고 작은 벌레들이 기어나오고 있었다. 아, 육체란 얼마나 덧나기 쉬운 것인가. 견고해 보이는 고요와 평화 속에는 얼마나 많은 관능의 벌레들이 오글거리고 있는 것인가. 석류를 손에 들어보니 어느새 바람 빠진 공처럼 물렁물렁해져 있었다. 나는 그 순간 삶이란 완벽한 진공 포장이 될 수 없다는 사실에 차라리 안도했다. 그리고 내 풍장의 습관도 앞으로 몇 번이고 생명의 기습 앞에 무릎 꿇어야 하리라는 걸 예감했다.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사라진 손바닥
입김
여,라는 말
마른 물고기처럼
풍장의 습관
朝餐
겨울 아침
그는 먹구름 속에 들어 계셨다
방을 얻다
한 삽의 흙
옆구리의 절벽
門이 열리고
초승달
만년설 아래

제2부
가을이었다
실려가는 나무
재로 지어진 옷
극랑강역
누가 우는가
그림자는 어디로 갔을까
비에도 그림자가
갈증
천 개의 손
탑이 기러기처럼 많은
그날의 山有花
붉디붉은 그 꽃을
걸음을 멈추고
빛은 얼마나 멀리서

제3부
연두에 울다
어떤 出士
북향집
저 물결 하나
행복재활원 지나 배고픈다리 지나
국밥 한 그릇
엘리베이터
흰 구름
진흙 눈동자
斷指
소풍
붉은 만다라
수족관 너머의 눈동자
상수리나무 아래

제4부
草墳
북극성처럼 빛나는
그 섬의 햇빛 속에는
담배꽃을 본 것은
소나무의 옆구리
골짜기보다도 깊은
소나기
낯선 고향
圖門 가는 길
또 나뭇잎 하나가
聖 느티나무
검은 점이 있는 누에
땅 속의 꽃

▣해설 : 직조술로서의 시학 / 김진수

저자소개

시인 나희덕은 1966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뿌리에게」가 당선되면서 문단에 나왔다. 시집 『뿌리에게』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그곳이 멀지 않다』 『어두워진다는 것』등을 발표했으며, 시론집 『보랏빛은 어디에서 오는가』를 출간했다. 김수영문학상 · 김달진문학상 ·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조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도서소개

'따뜻함'과 '단정함'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나희덕 시인의 시집. <재로 지어진 옷>의 '흰 재로 지어진' 날개를 단 이 나비의 상징은 이번 시집속에 하나의 핵심적 이미지를 구성한다. 이 시는 누에의 눈물겨운 노동으로서의 동시에, 아름다움을 향한 영혼의 비상이라는 양 측면을 동시에 상징한다. 나희덕 시인 시의 모성적 따뜻함은 복합적인 삶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껴안는데서 온다. 감각적 이미지의 언어적 현실성을 토대로 나희덕 시의 간결하고도 절제된 형식 구조적 측면이 두드러지는 이 시집은 내안의 어둠과 내 밖의 밝음 이라고 할 수 있는 대립된 두세계의 긴장 속에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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