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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슨 남포등

녹슨 남포등

  • 박희선
  • |
  • 시와에세이
  • |
  • 2015-05-13 출간
  • |
  • 136페이지
  • |
  • 127 X 206 mm
  • |
  • ISBN 979118611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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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빈집 처마 끝에 걸린 따뜻한 시의 등불

박희선 시인의 네 번째 시집 『녹슨 남포등』이 ‘시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박희선 시인은 경북 상주에서 태어났다. 1966년 『문학춘추』로 등단하고 시집 『연옥의 바다』, 『빈 마을에 뻐꾸기가 운다』, 『백운리 종점』 등이 있다.
박희선 시인이 꼼꼼히 눌러 쓴 네 번째 시집 『녹슨 남포등』엔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쇠락을 길을 걸어온 이웃 농군들의 애환과 산자락에 피고 지는 꽃향기가 깃들어 있다. 통속적 가치에 대한 탐욕을 버리고 외롭게 하늘의 뜻을 바라며 자연과 사람 속에 숨은 진정한 생명을 탐색하며 시의 등불을 밝히는 시인의 시에 등장하는 공간은 늘 비어있다.

내 영혼의 집은 오랫동안 비어있다
좁은 마당에는 잡초만 무성하고
돌담 밑에는 비가 내리는 날이면 두꺼비가 저 혼자 울었다

문고리에는 가족들의 지문이 아직도 반짝이고
어두운 부엌에는 가난을 끓이던 양은솥이
어둠 속에 녹슬고 있었다

오랜만에 찾아간 내 영혼의 빈집 뒤란의 감나무가 말했다
오늘 밤은 처마 끝에 등불이나 달고
지나가는 기러기나 불러 하룻밤 함께 자고 가라 했다
―「빈집 」 전문

박희선 시인은 문고리에 반짝이는 가족들의 지문과 부엌에서 “가난을 끓이던 양은솥”이 녹슬어가는 것을 보다가 뒤란을 지키는 감나무 가지에 매달려 저절로 붉게 익어가는 감을 발견한다. 그리하여 자신도 “처마 끝에 등불이나 달고” 자신처럼 외롭게 날아가는 기러기를 불러 재워 보내고 싶다는 것이다. 그 ‘등불’은 곧 깊은 사유 끝에 내면 깊이에 잠재된 진정한 자아의 생명력을 찾아 그것을 기름으로 태워서 밝히는 시인지도 모른다. 박희선 시인은 그런 시만이 집 없는 기러기처럼 외로운 이웃들에게 따스한 위로와 안식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믿고 있다.

매운 연기에 그을린
낮은 처마 밑에는
작은 등불 하나
눈보라 속에
밤새도록 기침까지 했다

육손이 할머니가
이승에 걸어두고 가신
녹슨 남포등은
오랜 세월
기름 한 방울 없어도
바위에 떨어져도 꺼지지 않았다
―「녹슨 남포등」 부분

할머니 유품인 남포등은 “어둡고 추운 곳”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에게 따스한 위로와 희망을 주던 할머니의 순결한 영혼의 상징이다. 그렇게 동화적인 풍경 속의 외딴집 처마에 걸린 할머니의 유품인 ‘남포등’엔 박희선 시인이 지향하는 시정신이 투사되어 있는 것이다.
박희선 시인의 시에는 빈 공간이 많이 등장한다. 그러한 공간은 통속적인 가치를 멀리 하며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려는 박희선 시인의 시정신을 반영한다. 즉 물질과 명예 그리고 권력이 우상이 되어버린 시대적 풍조와 맞서 깊은 사유와 자아성찰 끝에 만나는 자신의 고유한 욕망에 따라 주체적인 삶을 살려는 몸부림을 엿보게 한다.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중에 인간들은 물질이 주는 순간적 쾌락을 좇으며 ‘천/지/인’의 우주적인 질서를 파괴함으로써 비인간화라는 고통을 스스로 앓게 되었다. 그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내면을 점령하고 있는 통속적인 가치에 대한 탐욕을 비우려는 끝없는 자기부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빈 공간’은 곧 그 탐욕의 대상이 사라진 동양적 정신의 원형인 ‘허정무위(虛靜無爲)’의 경지로 돌아간 내면을 상징한다. 그 내면의 빈 여백에서 흐린 물을 퍼내고 난 샘의 밑바닥에서 맑은 새물이 솟아나 흘러넘쳐나듯 진정한 생명의 욕망이 일어날 것이다.

오늘 밤에는 누군가 푸른 달빛으로/오동나무 그림자를 마당 한가운데 길게 눕게 하였다/작은 두꺼비가 마당 가운데 가만히 누워있는/오동나무 그림자에 제 몸을 포개었다/오동나무가 향기 나는 입술로 그를 꼭 안아주는 것 같았다/달빛이 너무나 따뜻했다고/달이 진 다음 두꺼비가 말하는 것을/나는 두 귀로 분명히 들었다
―「신두껍전」 부분

자연 속에서는 사물과 인간과 하늘의 빛이 서로 소통하며 하나가 되어 스스로 생성 소멸한다. 박희선 시인은 자연에 내재된 그 신비한 생명의 질서를 탐색하던 시선을 옮겨 더불어 사는 이웃들의 삶 속에서 맑고 아름다운 꿈을 본다. 박 시인의 가까이에는 늘 어렵고 부족한 이들이 따뜻한 가슴으로 살고 있다.
그러한 시적 본질을 지키며 시의 등불을 밝혀온 박희선 시인은 인생의 유한성을 초월하기 위해 외롭고 상처받은 이들이 쉬어갈 바위 속의 방처럼 허물어지지 않을 시를 짓고자 한다. 이 시집은 바로 그 방이요 그 방에 걸린 녹슬지 않고 꺼지지 않을 남포등으로서 화려하고 달콤한 것들을 더 많이 얻기 위해 무작정 달려가는 이웃들의 아픈 발목을 감싸주리라 믿는다. 그리고 속도를 더 빠르게 굴러가는 문명의 바퀴들에게 진정한 유토피아로 가는 길이 어디에 있는지, 그 어두운 밤길을 밝혀주리라 믿는다.

■ 시인의 말

내 직장은 산중 비알밭이다. 농사철이면 비 오는 날만 빼놓고는 거의 매일 출근을 한다.
며칠 전에는 쇠스랑으로 하지감자 심을 밭을 장만했다. 한참 동안 땀을 흘리는데 곤줄박이 한 마리가 찾아왔다. 가까운 감나무 가지에 앉아 내게 열심히 뭐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내 귀는 어둡고 때가 너무 많이 묻어서 무슨 말인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저 작은 새가 내게 꼭 할 말이 있어 여기 먼 곳까지 찾아와 지저귀는데 나는 듣기만 할뿐 한마디 대꾸도 못했다.
시 공부를 반백 년 하면 무엇하나. 어린 곤줄박이 말 한마디 알아듣지 못하고, 아침이슬 길에 반갑게 웃어주는 손톱만한 들꽃의 이름을 모르고 살았으니 미안하다.
앞으로 얼마나 더 공부하고 절망해야 그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 날이 올 것인가.

2015년 봄
박희선

■ 박희선 시집 『녹슨 남포등』약평
박희선 시인은 평생을 겨울에도 푸르른 대나무처럼, 제일 먼저 봄소식을 알리며 향기를 피우는 매화처럼 향리를 지키며 시의 등불을 밝혀왔다. 박희선 시인의 시에서 빈 공간이 빈번하게 등장하는데 그 속에 사는 이들은 모두 부족하고 아픈 중에도 자연과 공존하고 진정하며 그 질서를 그르치지 않는 이들이다. 그러한 특징은 박희선 시인에게 시 쓰기는 세속적 탐욕을 버리고 가난한 영혼으로 쇠락해가는 고향 산촌의 자연 속에 숨은 생명력과 질서를 탐색하기 위한 방식임을 알게 한다. 그리고 소외되고 결핍된 채 자연과 공존하며 사는 이웃들의 가슴에 숨은 따뜻한 숨결을 감지하려는 길이라는 걸 입증한다. _김석환(시인,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목차

제1부
외딴집ㆍ11
빈 쌀독ㆍ12
백화산(白華山)ㆍ13
대나무밭에서ㆍ14
흰 눈 속에ㆍ15
빈집ㆍ16
궁촌리(弓村里)에서ㆍ17
개복숭아나무ㆍ18
봄날ㆍ19
봄ㆍ열차ㆍ20
이른봄ㆍ22
오이를 심다ㆍ24
숨바꼭질ㆍ26
물배ㆍ28
내 친구들ㆍ30
자갈논에서ㆍ32

제2부
할미새ㆍ37
노천리(老川里)에 내리는 눈ㆍ38
내 부르튼 발바닥 밑에ㆍ40
호박꽃ㆍ41
우수 풍경ㆍ42
쑥떡ㆍ43
땡볕 아래서ㆍ44
빈 지게ㆍ46
봄비ㆍ청심환ㆍ47
백로 할아버지 말씀ㆍ48
신두껍전(傳)ㆍ50
초여름 어느 날ㆍ52
천둥소리ㆍ54
나의 계산법ㆍ56
불당골에서ㆍ58
미륵역을 지나면서ㆍ60

제3부
그림자를 업고ㆍ65
감나무 문병ㆍ66
산마을에ㆍ67
은행나무 그늘 1ㆍ68
어느 가을밤ㆍ70
편지ㆍ72
봄 소풍ㆍ74
가을날ㆍ76
녹슨 이름ㆍ77
함박눈ㆍ78
은행나무 그늘 2ㆍ80
비스듬히ㆍ82
반야사에서ㆍ84
녹슨 남포등ㆍ86
눈 내리는 아침ㆍ88
초여름 새벽ㆍ89
꾀꼬리ㆍ90

제4부
한밤중에ㆍ93
늙은 호박ㆍ94
봄밤ㆍ95
겨울밤ㆍ96
활명단(活命丹) 만드는 법ㆍ98
바위 속 방 한 칸ㆍ100
안부ㆍ102
빈 수레 2ㆍ104
흰죽 한 그릇ㆍ105
어느 개에게ㆍ106
눈 내리는 날ㆍ108
발자국ㆍ109
검정고무신ㆍ110
그림자ㆍ111
개미 아버지ㆍ112
감나무 이야기ㆍ114

해설ㆍ117
시인의 말ㆍ135

저자소개

저자 박희선은 경북 상주에서 태어났다. 1966년 『문학춘추』로 등단하였다. 시집 『연옥의 바다』, 『빈 마을에 뻐꾸기가 운다』, 『백운리 종점』 등이 있다.

도서소개

박희선 시집 [녹슨 남포동]. 박희선 시인이 꼼꼼히 눌러 쓴 네 번째 시집 『녹슨 남포등』엔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쇠락을 길을 걸어온 이웃 농군들의 애환과 산자락에 피고 지는 꽃향기가 깃들어 있다. 통속적 가치에 대한 탐욕을 버리고 외롭게 하늘의 뜻을 바라며 자연과 사람 속에 숨은 진정한 생명을 탐색하며 시의 등불을 밝히는 시인의 시에 등장하는 공간은 늘 비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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