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달리의 시계
갑자기 그 날이 궁금해질까
맛이 이상하다
열차가 달렸다
다시 뒤돌아보지 않는다
빨강 오토바이와 눈 마주쳤다
휘슬러
달리의 시계
뜨거운 립서비스
어디로 갔을까
유니드 가와인

2 모자가 보인다
엄지로 가렸다
4월은 통화 중이다
5월을 스케치한다
서로 마주보고
눈감았다
잠든 체하였다
오랫동안 뒤돌아본다
손끝을 바짝 세웠다
모자가 보인다

3 어디선가 종소리 들린다
수궁의 경문
바지를 눕히다
누가 엿듣고 있다
요란한 현수막-9
흔들리는 유리를 사이에 두고
발바닥이 뜨거워졌다
젖은 불빛
기타 속에 새가 둥지를 튼다
마침내 뒤집어졌다
어디선가 종소리가 들린다

4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스위치가 그만 나갔다
속깊은 접시꽃
남겨진 메모
장미는 혼자 피지 않는다
혼자 보내지 않을 거야
가끔 무나 고등어대가리를 토막낸다
고양이를 바구니에 담고
찻잔이 뜨거워졌다
집에 돌아오는 길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5 안개는 모른다
더는 다가설 수 없다
밑줄 긋기
오불당
물안개는 모른다
전망 좋은 집
새집 만들기
숲은 잠들 수 없었다
사막의 역전

해설 그치지 않는 상상과 탐색 ㅡ이충이

박종숙 시집 『모자가 보인다』. 크게 5부로 나뉜 이 시집은 1부 달리의 시계, 2부 모자가 보인다, 3부 어디선가 종소리 들린다, 4부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5부 안개는 모른다 로 구성되어 있다. 박종숙 시인의 주옥같은 시편을 수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