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키스
귀가 커졌다
30℃에서 내리는 눈
곡선 안은 보이지 않았다
몸이 환하다
트리핑 포인트
알 수 없는 트랙 1번
키스
빛을 깔고 앉았다
물구나무서는 타잔
문 안과 ?
핀 꽃은 저녁

2 나비의 활주로
복사꽃은 붐비다
휘어진 저녁을 지나
나비의 활주로
호주머니고래
28도에서 잠들 때
흘러들어 온 저녁
걸음을 멈춰 봐
저녁을 건너는 4월
더듬거리는 회화나무
연애이론114
그 해 겨울

3 벚꽃 엔딩 간호사
모란꽃 눈이 만져질 때
사랑니를 앓고 있는
분홍고양이였던 파랑물고기
잃어버린 채널
안을 흐르다
그러나 그러나
벚꽃 엔딩 간호사
성주산
유추프라카치아와 하마의 인터뷰
비B612행성 특별한 장식장 찾기

4 마술피리
샤워기
마술피리
얼룩말과 원숭이와 막대사탕
붉은 여자
트라우마
삐뚤어진 도시
마르지 않는 골목
장다리꽃 꺾인 자리
노란 방

5 푸른 점
체리의 모퉁이
치어가 눈뜰 때
외출할 때 꺼내놓아야 하는 품목
눈빛을 위한 배려
푸른 점
수탉 모가지를 비틀어버렸다
한 통 편지와 같다면
창문을 미행하다
젖은 봄을 헹구다

해설 이상학의 팩트, 환상미학에서 파타포까지

정승화 시집 『꽃의 배꼽』. 정승화 시인의 시편이 수록된 책이다. '30℃에서 내리는 눈', '곡선 안은 보이지 않았다', '몸이 환하다', '트리핑 포인트' ,'알 수 없는 트랙 1번', '키스' ,'빛을 깔고 앉았다' 등 주옥같은 시편을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