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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호일

운문호일

  • 이혜선
  • |
  • 지혜
  • |
  • 2017-06-10 출간
  • |
  • 112페이지
  • |
  • 143 X 219 X 11 mm /231g
  • |
  • ISBN 979115728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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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코이라는 비단 잉어는
어항에서 키우면 8센티미터밖에 안 자란다
냇물에 풀어놓으면
무한정 커진다

너의 꿈나무처럼,

-「코이법칙」 전문

‘8센티미터’와 ‘무한정’ 사이의 상거(相距)는 기실 한 개인의 작은 가슴과 광활한 우주의 범주만큼 먼 것이지만, 그것은 모두 이 시인의 눈길이 도달할 수 있는 곳에 있다. 물리력의 눈이 아니라 심경의 눈으로 보는 까닭에서다. 그리고 그와 유사한 거리재기의 규범을 가진 삶의 양식이 무슨 느낌표처럼 던져져 있다. 곧 ‘너의 꿈나무’다. 어느 누군가 그 마음 밭에서 가꾸는 꿈을 나무의 형식으로, 이처럼 간결하고 압축적이며 명징하게 언표하기란 실로 용이한 일이 아니다. ‘해돋이’와 ‘해넘이’의 형용을 남자의 눈짓이나 여자의 한숨에 결부하는 시어의 용법도 이러한 묘사의 기량과 닮아 있다.

그 인사동 포장마차 술자리의 화두는
‘흘린 술이 반이다’

연속극 보며 훌쩍이는 내 눈, 턱 밑에 와서
“우리 애기 또 우네” 일삼아 놀리던 그이
요즘 들어 누가 슬픈 얘기만 해도 그이가 먼저 눈물 그렁그렁
오늘도 퇴근길에 라디오 들으며 한참 울다가 서둘러 왔다는 그이

새끼제비 날아간 저녁밥상, 마주 앉은 희끗한 머리칼
둘이 서로 측은히 건네다 본다

흘린 술이 반이기 때문일까
함께 마셔야 할 술이
반쯤 남았다고 믿고 싶은 눈짓일까
안 보이는 술병 속에,

-「흘린 술이 반이다」 전문

노년의 부부가 마주 앉은 식탁은 쓸쓸하다. 둘이 서로 측은히 건네다 본다. 그런데 그 중 한 사람이 없고 보면 이와 같은 쓸쓸함은 더운 날 마른 바닥의 물기처럼 증발할 것이다. 그러한 정한(情恨)의 감정이 응결한 여지조차 증발하기 때문이다. 노년의 의지(依支)와 위로가 남아 있을 때 ‘흘린 술이 반이다’는 그동안의 인생에 대한 성찰이요 위무(慰撫)다. 이러한 삶의 경륜과 시적 표현은 그야말로 오랜 세월을 대가로 지불하고 얻을 수 있는 수확이다. 이 시인의 세월이 그 연한을 이루었고, 동시에 원활한 문필의 조력으로 그 소출을 함께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닭튀김을 먹고 남은 뼈를
뒷마당에 널어 말린다

맑은 가을볕손가락이 뼈들을 바짝 바짝 말린다
길고 짧은 뼈들을 속속들이 말린다

제자들과 길을 가던 석가모니는
길가의 마른뼈 무더기를 보자 그 앞에 절했다지
몇 생 전 부모의 뼈인지도 모른다고

검은 뼈 흰 뼈 삭은 뼈 덜 삭은 뼈에 공손히 절했다지

나도 오늘
말라가는 닭뼈에 마음으로 절한다
몇 생 전 부모님 뼈,
몇 생 후의 나의 뼈,

굽이굽이 휘어지는 강물의 흰 뼈가 보인다
산비탈 오르며 미끄러져 주저앉는 뒷모습
굽어진 구름의 등뼈가 보인다

바람 든 이승의 무릎 꿇고 다시금
마른 닭뼈에 절한다

- 「운문호일, 마른 닭뼈」 전문

‘운문호일(雲門好日)’은, 1135년 경에 만들어진 고전적인 선학의 문답 공안집 『벽암록(碧巖綠)』의 제6칙에서 가져온 말이다. 운문화상이 대중들에게 설법하기를 15일 이후의 일에 대해 묻고는, 스스로 ‘날마다 좋은 날(日日是好日)’이라고 말했다. 날마다 좋은 날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담은 이 구절을 그대로 옮겨오면 ‘운문일일호일(雲門日日好日)’이 될 것이나, 시인의 그 약어로 축약한 ‘운문호일’을 자신의 화두로 선택했다. 날마다 좋은 날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삶의 가르침은 올곧은 종교가 마땅히 개진할 중생 교화의 길일진대, 시인이 이를 시의 화두로 삼는 일은 종교적 사상성과 삶의 실상을 두루 연계하여 그 깨우침의 눈으로 세상을 관찰하려는 의도를 포괄한다.
이 사유와 표현의 방식은 지금까지 일관해 온 시인의 시적 행보, 깊이 있는 정신의 힘이나 우주의 시공을 넘나드는 통어력과 조화롭게 악수한다. 일찍이 석가모니가 마른 뼈 무더기 앞에서 절을 했다는 고사가 오랜 세월 저편 이야기의 갈피에 묻힌 과거사로 끝나지 않는다. 시인은 오늘에 이르러 여름날 맥고모자처럼 흔한 닭튀김 먹고 남은 뼈를 말리고 그 앞에 마음으로 절한다. 그 숙배의 의미가 무엇이든, 옛날과 닮은꼴이든 그렇지 않든, 시인은 ‘강물과 구름과 바람’의 뼈를 적시(摘示)하는 눈을 얻었다. 그처럼 새롭고 경이로운 개안(開眼)이 없고서, 날마다 좋은 날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목차

시인의 말 5

1부
코이법칙 12
날마다가 봄날 13
숲 속 마을에는 14
흘린 술이 반이다 15
아라홍련 꿈 밖의 꿈 16
디오게네스달팽이 18
걷는 남자를 위한 연가 19
운문호일雲門好日, 정화수 20
운문호일雲門好日, 마른 닭뼈 21
해돋이 23
해넘이 24
다랑논 식구들 25
타인능해他人能解 26
구보씨의 허기증 27
수탄장 28

2부
흰눈 푸른 눈 32
명왕성이 뜬다 33
간월看月 34
붕정만리鵬程萬里 35
동그라미가 되고 싶다 36
와해, 그리고 37
마고할미 39
유혹, 그 시작 40
불이不二, 트리나 포올러스의 애벌레기둥 41
미륵사 절터 42
색色을 먹고 공空을 낳다 43
신발 한 짝 품에 안은 게르트루트 45
운문호일雲門好日, 풍경소리 46
운문호일雲門好日, 겨울나무 47
운문호일雲門好日, 꿈 너머 꿈 48

3부
2월, 꽃샘을 파다 50
텔레파시 51
상사초, 나의 별에게 52
벚꽃첫사랑 53
벚꽃탄환 54
꽃무릇강물 55
은하의 충돌 56
초록초록 오월 57
무지개공장 58
새싹이 돋는 이유 59
화음 61
불이不二, 끌어당기는 62
꽃피우기 63
사람의 마을 64
벽 65
검정고무신 67

4부
새우젓사랑 70
가시연꽃 71
새 세상 열어갈 너에게 72
저 산에 강물에 73
질마재 기다림 74
마른 새우등 76
14세 안소저 77
사투리로 운다 79
지동댁 셈법 81
아바타를 만들다 82
사람이 됐는데요 83
보름달의 이사 85
찌륵찌륵 개골개골 87
별로 꽃으로 88
휘파람의 집 89
클림트를 기다리며 90
돈키호테 일기 91

해설 운문호일雲門好日의 시와 언어의 통어력김종회 94

저자소개

저자 이혜선李惠仙 시인은 경남 함안에서 태어났고, 동국대학교 국문학과와 세종대학교 대학원을 졸업(문학박사)했다. 1980년~1981년 월간『시문학』2회 추천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는『神 한 마리』,『나보다 더 나를 잘 아시는 이』,『바람 한 분 만나시거든』,『새소리 택배』,『운문호일』이 있다. 이밖의 저서로는『문학과 꿈의 변용』,『이혜선의 명시 산책』,『 New Sprouts within You』(영역시집(공저)) 등이 있고, 윤동주문학상, 한국 현대시인상, 동국문학상, 문학비평가협회상(평론부문), 한국시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2016년도에는 ‘세종도서 문학나눔’에 선정되기도 했다.동국대 외래교수, 세종대, 대림대, 신구대 강사, 한국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 한국시문학문인회 회장, 강동문인회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동국문학인회 회장, 한국문인협회 이사, 국제 PEN한국본부 이사, 한국여성문학인회 이사. 한국시인협회, 문학의 집 ? 서울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혜선의 {운문호일雲門好日} 시세계는 과거와 미래, 우주 자연과 세속적인 인간의 삶, 일상의 경물과 깨달음의 세계, 대승적 승급과 구체적 서정의 자리를 대칭적으로 또는 포괄적으로 통합하여 보여주고 있으며, 이 시집을 관류하는 중심 줄기는 정신과 영혼의 조화로움을 지향하는 언어의 통어력으로 요약될 수 있다. 특히 불가의 법문에서 그 의미를 얻은 ‘운문호일’은, 이와 같은 시 정신이 한갓 도상圖上의 언어유희로 그치지 아니하고 실제적인 삶의 처소에 탄력적으로 작용하는 효율성을 꿈꾼다. 시가 삶의 힘이 되고 삶이 시로 풍요해지는 하나의 표본이기도 하다.

도서소개

이혜선 시집 『운문호일』은, 1135년 경에 만들어진 고전적인 선학의 문답 공안집 《벽암록(碧巖綠)》의 제6칙에서 가져온 말이다. 운문화상이 대중들에게 설법하기를 15일 이후의 일에 대해 묻고는, 스스로 ‘날마다 좋은 날(日日是好日)’이라고 말했다. 날마다 좋은 날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담은 이 구절을 그대로 옮겨오면 ‘운문일일호일(雲門日日好日)’이 될 것이나, 시인의 그 약어로 축약한 ‘운문호일’을 자신의 화두로 선택했다. 날마다 좋은 날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삶의 가르침은 올곧은 종교가 마땅히 개진할 중생 교화의 길일진대, 시인이 이를 시의 화두로 삼는 일은 종교적 사상성과 삶의 실상을 두루 연계하여 그 깨우침의 눈으로 세상을 관찰하려는 의도를 포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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