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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한국어 문법 강의

색다른 한국어 문법 강의

  • 목정수
  • |
  • 한국문화사
  • |
  • 2015-10-30 출간
  • |
  • 680페이지
  • |
  • 153 X 225 mm
  • |
  • ISBN 9788968172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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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머리말]

먼저 이 책은 2004년까지 한국어 문법 전반에 관해 단편적으로 써 온 글들 가운데 문법소, 즉 한국어 조사와 어미에 집중한 논의들을 선별하여 재구성하고, 여기에 최근에 쓴 조사 ‘의’에 관한 논문 “한국어 조사 ‘의’의 문법적 지위와 의미기능에 대하여”와 어미 ‘시’에 관한 논문 “선어말어미 ‘시’의 기능과 주어 존대”를 추가함으로써 한국어 토씨(조사·어미)의 핵심 문법을 총망라하고 그 완결성을 높였음을 밝히고자 한다. 한국어 조사 ‘의’에 대한 연구는 매우 어렵고 복잡한 측면이 있다. 지위 설정의 문제에서 그 용법의 기술에 이르기까지 연구 범위가 방대하여 백가쟁명(百家爭鳴) 식의 논의가 펼쳐져 있는 상태이다. 새롭게 재탄생하는 본서는 조사 체계 전반을 고려하고, 있는 그대로의 분포 관계를 기반으로 하여 조사 ‘의’를 한정조사 계열로 파악, 그 일반성을 설정했고, 한정조사 계열 속에서의 조사 ‘의’의 특수성을 드러내는 작업을 함으로써 조사 전반의 체계 구축을 완성할 수 있었다. 또한 선어말어미 ‘시’는 한국어 문장구조, 특히 논항구조를 설정하는 데까지 영향을 미치는 문법요소임을 밝히고, ‘주체존대’, ‘주제존대’, ‘청자존대’, ‘상황존대’ 등으로 혼란하게 분산되어 있던 개념을 ‘주어 존대’로 단일화하여 설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여 문법의 단순성을 유지하였다. 이로써 선어말어미에서 어말어미, 그리고 복합형 어미에 이르기까지 어미 전반을 다 다룬 체계를 완성하였다.
이처럼, 기존 논의의 성긴 부분을 촘촘히 메우기 위해 두 편의 글을 보완했지만, 본서의 기본 입장에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변함이 없다. 필자가 추구하는 ‘문법소 중심의 문장관’, 즉 ‘음(陰)의 언어학’, ‘달빛 언어학’, ‘골짜기의 언어학’으로 비유했던 언어관은 그대로 유지되었다는 것이다. 이전 책의 머리말의 벼리를 간추려 다시금 제시하는 것은 이 점을 명시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필자가 2003년도에 첫 저서를 쓰고자 했을 때 필자는 불혹(不惑)의 나이에 다가가고 있었다. 불안감과 초조감 속에서 첫 저서를 엮어내게 되었는데, 그때란 남들의 다음과 같은 말에 한창 고심할 때를 말한다. “당신이 단편적으로 발표하는 주장은 일리가 있어 보이나, 기존의 틀을 전반적으로 흔들게 되어 반발을 많이 사게 될 것이다. 따라서 당신 문법의 전체 틀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단행본이 없으면, 계속해서 외면당하거나 비판받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충고에 자극을 받아 그때까지 단편적으로 써 온 글들을 새롭게 정리하여 하나의 실에 꿰어내기로 마음을 먹게 되었다. 그리하여 한국어 문법론: 비교론적 관점에서 본 조사와 어미의 형태·통사론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는데, 당시 제목을 ‘한국어 뼈대문법’으로 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의 낯설다는 반응 때문에 결국 평범한 제목을 달고 출간되고 말았다. 이제 그때의 정신을 다시 담아내되, 다시 한 번 독자의 따끔한 비판의 목소리를 기꺼이 듣겠다는 의미에서 제목을 과감하게 목정수 교수의 색다른 한국어 문법 강의: 씨줄과 날줄로 짠 한국어 문법소의 그물망으로 바꾸고 새로운 체제를 갖추어 세상에 다시 내놓는다. 이전에도 그랬듯이, 이제 필자의 품을 떠나 새로운 독자들을 만나는 본서가 냉대와 질시보다는 사랑과 격려를 듬뿍 받았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다시 한 번 가져 본다.
필자는 2003년 당시 한국어학계의 전반적인 풍경을 스케치하면서, 필자의 문법관이 한국어 전공, 외국어 전공 할 것 없이 순수 언어학자를 비롯하여 언어공학자, 언어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에게까지 어느 한 측면에서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피력한 바 있었다. 소쉬르의 유명한 말 “관점이 대상을 결정한다”를 인용하며, 필자가 구상하고 있는 한국어의 새로운, 아니 ‘색다른’ 문법 체계를 제시하고자 한 것이다. 그때 필자가 강조하였던 것은 기존 문법의 모순점을 극복하고, 정합적인 문법을 구축하기 위해선 초심의 평범한 언어학적 원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언어학계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영미 계통의 언어학 논의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한국어 자료를 한 번 살펴보면, 그 자료 자체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경우가 많았을 뿐만 아니라, 그 논의의 동인이 한국어 자체에서 발생된 것이 아니라 영어나 외국어에서 제기된 문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한국어 자체의 본질에 다가서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금도 여전히 한 언어의 문법구조를 온전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다음 몇 가지 원칙을 철저히 지켜나가야 한다는 믿음을 간직하고 있다. 첫째는 한 언어의 전체 체계를 조감하기 위해서는 형태를 중심으로 철저하게 언어 단위(unity)의 같음과 다름을 판별해 내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때 사용하는 방법은 ‘분포’ 하나밖에 없다. 어떤 단위를 부류나 범주로 묶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순전히 형태론적 분포, 결합관계에 입각해서 정해져야 한다. 그러한 작업이 철저하지 못한 상태에서 의미나 기능적인 요소를 고려하게 되면, 논의의 처음과 나중이 뒤섞이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둘째는 어휘와 문법의 관계를 바라보는 눈, 즉 관점에 관한 문제이다. 언어란 모름지기 레고놀이에 비유되듯이, 어휘와 그들의 결합을 관장하는 문법으로 구성된다. 어느 하나만으로는 언어를 구성하지 못한다. 직관적으로 볼 때, 어휘는 구체적이고 즉물적이어서 우리의 인식 범위에 잘 잡힌다. 그래서 그 어휘들이 언어의 중심으로 비춰진다. 이러한 실물적인 관점에서 보면, 문법요소는 그 실물들의 존재를 도와주는 장식품(accessary)으로 비춰질 수 있다. 그래서 중요도에 있어서 어휘요소에 가중치가 놓이게 된다. 이러한 언어관은 서양 언어학의 뿌리깊은 전통을 이루어 왔다. 대표적인 서구 언어학자들의 책 몇 권을 훑어보면 금방 눈에 띌 것이다. 어쨌든 지금까지의 언어학사, 국어학사를 살펴보면 서구 중심이거나 다른 나라의 시각을 받아들이는 데 급급했을 뿐, 동양적인 시각이라고나 할까 우리의 언어관이 빠져 있는 것이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필자의 시각은 이러한 서구 중심의 시각을 뒤엎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필자는 한국어의 전체 틀을 세우기 위해서 유한수로 환원될 수 있는 문법요소들의 체계를 세우고 그 유한한 꽉 짜여진 체계를 중심으로 무한히 펼쳐지는 어휘와의 관계를 파악하고자 했다. 어휘를 무시한다는 것이 아니라, 어휘보다는 문법요소를 그 중심으로 삼아 문법과 어휘의 상관구조를 포착하겠다는 뜻이다. 이러한 시각이 보다 과학성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고 논의의 순환성 위험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필자의 이러한 시각은 한국어 교육에서도 그대로 응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점을 보여주기 위해 본서에 필자가 2015년 이중언어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주제 강연으로 한 “한국어 문법 교수의 우선성”이란 글을 새로 실었다. 국어학과 한국어 교육의 상생 방향을 모색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그리했음을 양지해 주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한 언어에 대해 깊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모국어와 외국어를 비교해 보는 비교론적(=대조적) 시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한국어를 중심으로 해서 다양한 계통의 말과 다양한 유형의 말들을 공부해 왔다. 새로운 외국어에 대한 인식은 결국 모국어로의 해석을 통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나름대로의 시각이 생기게 되었던 것이다. 실제로 필자는 외국어 중에서 프랑스어나 루마니아어, 이탈리아어 등 로망어를 공부하면서 이들 언어와 한국어의 유사성을 인식하게 된 경험이 있다. 그를 통해, 한국어는 한국어 나름대로 프랑스어는 프랑스어 나름대로 그 인식의 깊이가 더 깊어지게 되었다고 보고 있다. 이런 필자의 경험과 인식이 많은 분들께 공유되어 한국어의 문법구조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으면 한다.
필자가 국어학에 관심을 가지고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면서부터이다. 필자는 항상 그 동안 외국어를 공부하면서 배우고 느낀 점들을 염두에 두고, 한국어에 관한 글들을 써 왔다. 사실 국내에 있을 때나 해외에 있을 때나 한국어에 관한 논의들을 보면서 항상 뭔가 한국어 자료나 논의 자체가 전반적으로 좀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때가 많았다. 그 풀리지 않던 문제들을 과감히 들추어내고 그것들에 정면으로 도전해서 하나씩 하나씩 정리한 글들이 쌓이다 보니 어느새 한 권의 책으로 낼 만큼의 분량이 되었다. 본서를 통해 필자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원칙과 문법관, 그리고 언어관이 세상에 더 알려지었으면 하고, 또 후학들에게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다. 더 나아가 필자가 일반언어학을 공부하고 여러 외국어를 공부한 만큼, 될 수 있는 대로 한국어에 대해 선입견 없이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연구하고자 한 필자의 시각이 국어학의 발전에 더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러한 필자의 바람이 본서를 통해 널리 전달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다. 국어학, 일반언어학, 한국어 교육 등이 서로 상생의 길을 모색하면서 서로 시너지를 만들어 가면 더더욱 좋을 것이다.
본서는 이와 같은 기본 생각을 가지고 그 동안 써놓은 필자의 단편적인 글들을 주제별로 묶은 것이다. 단행본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만 원래의 논문에 약간의 수정을 가했고, 나머지는 그대로 유지하였음을 미리 밝혀둔다. 본서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제1부는 필자의 언어관 특히 한국어를 바라보는 시각을 알 수 있게 해주는 글들이 모여 있다. 여기서 필자는 무엇보다도 한국어를 객관적으로 밝히기 위해서는 다른 외국어와 비교해 보는 작업, 즉 비교론적 관점의 수립이 필요함을 역설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먼저 필자의 언어관을 잘 보여줄 수 있는 두 편의 짧은 글을 실어 보았다[“한국어 문법의 역사성에 대한 단상”과 “한국어 문장 분석의 새로운 접근”]. 수필 읽듯이 부담 없이 읽어봐 달라는 일반 독자에 대한 배려에서 논문으로 발표하지 않은 글들을 선별해 실은 것이다. 세 번째 글은 언어 이론적 문제에 시비를 건 것으로 필자의 역동적 언어관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이론적 논문을 ‘문법모델 설정과 시간의 문제’라는 제목 하에 실은 것이다[목정수(2000), “소쉬르와 기욤: 시간성 문제를 중심으로”, 한국프랑스학논집 31, 85·104, 한국프랑스학회]. 1부 마지막 글은 필자가 한국어에 대해 처음 발표했던 글을 있는 그대로 제시함으로써, 그간 필자의 생각이 어떻게 변모했고, 발전되어 왔는가를 보여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한국어 문법 새롭게 보기’라는 제목을 걸어 선정한 것이다[목정수(1998), “기능동사 ‘이다’ 구성의 쟁점”, 언어학 22, 245·290, 한국언어학회]. 세련되지는 않았고 지금 보면 고칠 것이 많아 보이지만, 당시 뭔가 열정에 불타는 듯한 심정으로 휘갈긴 문체가 나름대로 진실함과 소박함을 보여주고 있어 서곡(序曲)의 글로 꽤 괜찮다고 판단하였다.
제2부는 한국어 조사에 관한 글들을 한 데 모아 정리했다. 먼저 한국어에 발달된 조사류를 분포에 입각해서 재정리하고 외국어와의 유형론적 대조·비교 연구를 통해 조사 하나하나에 대한 문법적 지위와 그 기능 등을 보다 정합적으로 밝혔다고 자부하는 글을 ‘한국어 조사의 분류 체계와 유형론’이란 제목을 붙여 제일 앞에다 배치했다(이 글은 [목정수(1998), “한국어 격조사와 특수조사의 지위와 그 의미: 유형론적 접근”, 언어학 23, 47·78, 한국언어학회]를 중심으로 해서 중복되는 부분은 빼고, [목정수(1998), “한국어 조사 {가}, {를}, {도}, {는}의 의미 체계: 불어 관사와의 대응성과 관련하여”, 언어연구 18, 1·49, 서울대학원 언어연구회]란 논문의 핵심적인 부분을 덧보태서 한편의 글로 묶은 것이다). 두 번째 자리에는 최근 논항구조에 대한 관심 속에서 가장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격조사 교체 현상에 대한 논의를 근본적으로 반성해본, 필자가 가장 심혈을 기울여 썼던 논문을 ‘조사 교체의 현상과 본질’이란 제목을 달아 배치하였다[목정수(1998), “격조사 교체 현상에 대한 통사·의미적 논의의 재검토: 조사류의 새로운 질서를 토대로”, 언어정보 2, 27·81, 고려대 언어정보연구소]. 공부의 깊이가 더해 갈수록 처음 생각과 지금의 생각에는 조금 차이가 있을지라도, 큰 틀은 그대로 유지되었다고 본다. 필자가 이러한 작업을 통해서 새롭게 제기한 것은 관사의 문제가 한국어에서 어떻게 해결되는가에 대한 답의 추구였다. 석사과정에서부터 인구어의 ‘관사(冠詞)’의 문제를 불란서 언어학자 기욤(Guillaume)과 더불어 물고 늘어졌는데, 당시에는 한국어의 관사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다가 루마니아어를 공부하면서 ‘아, 한국어의 관사문제는 바로 조사가 제기하는 문제와 같구나!’ 라는 생각이 번쩍 들게 되었다. 그 동안 서구 문법을 중심으로 한국어를 바라봤을 때, 한국어의 특성으로 제시되었던 일반론들-한국어에는 관사가 없다, 관계대명사가 없다, 인칭범주가 없다, 존대법이 발달되었다 등등-이 다소 수정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한 것은 커다란 수확이라고 자부한다. 이러한 생각을 더욱 확대하여 한국어의 ‘좀’을 통해 한국어의 부분관사의 설정 가능성을 타진해 보았는데, 그것이 ‘한국어의 부분관사를 찾아서’라는 제목 하에 실린 글이다[목정수(2001), “{좀}의 기능과 문법화”, 언어학 28, 77·100, 한국언어학회]. 마지막으로, 앞에서 언급했듯이, 조사 ‘의’에 관한 논문이 ‘한국어의 소유관사 설정 문제’라는 제목으로 2부 마지막 글로 실렸다[목정수(2007), “한국어 조사 {의}의 문법적 지위와 의미 기능에 대하여”, 국어교육 123, 437·470, 한국어교육학회]. 본서는 드디어 이 논문을 통해 한국어 한정조사 체계를 확정지을 수 있었고, 조사 전반의 체계의 새롭게 구축하기에 이른다.
제3부는 한국어 어미류에 관해 썼던 논문들을 한데 모아 보았다. 조사보다도 그 수에 있어서나 복잡도에 있어서나 훨씬 분석이 어려운 많은 어미류를 다루고 있다. 어미는 품사 분류의 대상이 되지 않기도 하고, 활용어미와 교착소로서의 지위에 대한 논란이 많이 있었다. 그러나 본서에서는 알타이어로서 교착어로 유형 분류되어 연구되어 온 한국어를 두고 그 근본적인 문제, 즉 정말 한국어는 교착어라는 유형에 분류되어야 하는가라는 문제제기를 통해서, 한국어의 어미라고 하는 것들이 서구 인구어의 어떤 요소와 비교가 가능한가 하는 비교론적 관점에서 어미를 분석하고 분류해 보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한국어의 어미 구조체는 문장의 핵심요소로서 정연한 체계성을 갖고 있음이 드러났다. 그 첫 번째 글로 논리·실증주의적 언어학에 익숙해져 있어 거들떠보지도 않던 ‘정감적 의미’를 고려하고 형태의 분포에 입각할 때, 어미 분석이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보여주는 필자의 야심작이 ‘어미 분석의 방법론’이란 제목으로 선택되어 실리게 되었다[목정수(1999), “정감적 의미와 형태 분석: 청자지시 요소 {아} 분석을 위하여”, 한국어학 10, 91·117, 한국어학회]. 두 번째로는 어미 복합체에서 진정한 의미의 어미는 무엇인가를 따져 보고 ‘선어말어미’의 개념에 문제를 제기한 글을 ‘어미의 분류와 체계성’이란 제목을 달아 배치했다[목정수(2000), “선어말어미의 문법적 지위 정립을 위한 형태·통사적 고찰: {었}, {겠}, {더}를 중심으로”, 언어학 26, 137·165, 한국언어학회]. 바로 이어 선어말어미 ‘시’의 정체를 밝힌 논문을 ‘어미와 대명사인칭’이란 제목을 달아 배치함으로써 한국어 선어말어미의 체계를 새롭게 수립하고자 하였다[목정수(2013), “선어말어미 ‘시’의 기능과 주어 존대”, 국어학 67, 63·105, 국어학회]. 이어서 어미 분석의 경계선상에 놓인 통합적 형태들의 분석을 일정한 원리로 분석해서 일반적인 상식으로 받아들여지던 것과 철저한 언어분석의 결과가 어떻게 상이하게 드러나는가를 보여준 논문을 ‘어미인가 아닌가, 그 어미의 경계’라는 멋진 제목을 달아 배치했다[목정수(2002), “숨겨진 (보)조동사를 찾아서: ‘의무’의 {(어)야}를 중심으로”, 형태론 4·2, 215·237, 어학전문 학술지 [형태론] 편집위원회]. 필자는 언어학의 응용분야인 기계번역과 관련된 실제 업무를 해 보면서, 한국어 자체에 대한 일관된 언어분석이 없이는 응용의 결과가 쉽게 나오지 않는다는 점을 경험한 바 있다. 이러한 경험이 더 한국어 어미 분석에 매달리게 했는데, 그 결과로 나온 글이 3부의 마지막 글로 선택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제목을 ‘어미 분석과 응용의 문제’로 붙여 보았다. 이 글은 [목정수(2003), “한국어·불어 대조 번역을 통한 구문 분석 시론: 종결어미의 인칭 정보를 중심으로”, 불어불문학연구 54, 11·43, 한국불어불문학회]를 근간으로 새롭게 정리한 글로서, 인칭의 시각에서 한국어의 어미를 분류하고 기술하는 이론이, 아니 그런 이론만이 실용적인 차원과 바로 연결될 수 있다는 인식론적 깨달음에서 얻어진 것이다. 이 글과 더불어 어미에 관한 여러 논문들이 근간이 되고 최근 필자의 연구 성과가 모아져 2014년에 태학사에서 한국어, 그 인칭의 비밀이 출간되기에 이른다.
마지막 제4부에서는 조사, 어미와 직접 관계되어 있지는 않지만, 이 문법요소들과 긴밀한 관련을 맺고 있는 문법과 어휘의 접면(interface)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다루었다. 그 첫 번째로 일정한 문법관이 서 있을 때 성립 가능한 품사론의 입장에서 한국어 품사 구분의 몇 문제를 지식고고학적으로 접근한 글을 ‘한국어 품사 체계의 문제’라는 제목을 달아 실었다[목정수(2002), “한국어 관형사와 형용사 범주에 대한 연구: 체계적 품사론을 위하여”, 언어학 31, 71·100, 한국언어학회]. 이 글을 통해 언어학자나 비언어학자나 간에 용어와 인식의 깊은 상관관계에 대해 눈을 떴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다음에는 조사와 어미의 상관관계를 포착한 논문을 통해 한국어 문법의 부분과 전체의 문제를 다룬 글을 선택하고 제목을 ‘조사와 어미의 상관구조’로 달았다[목정수(2003), “한정조사 {(이)나}의 통사론과 서법 제약”, 한글 260, 113·148, 한글학회]. 세 번째로 실린 글은 어휘에 대한 연구로 주로 기능동사와 관련된 문제를 다룬 것들이다. 한국어 상징부사에 대한 전통적 견해를 뒤집어 보고, 상징부사의 문제가 서술명사와 같은 선상에 놓여 있음과 그로부터 ‘파생접사’와 ‘기능동사’ 간의 갈등구조가 자연스럽게 풀릴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제목을 ‘형태론과 통사론의 인터페이스’라고 달았다[목정수(2000), “상징부사(의성·의태어)의 서술성과 기능동사”, 한국어학 12, 89·118, 한국어학회]. 마지막으로 어휘와 문법의 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응용 분야인 한국어 교육에서 구체적으로 교수법과 관련하여 어떻게 응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생생한 강연의 글을 그대로 실으면서 제목을 ‘국어학과 한국어 교육의 교류’로 지어 보았다[목정수(2014), “한국어 문법 교수의 우선성: 어휘 중심에서 문법 중심으로의 전환”, 25·53, 이중언어학회 제32차 전국학술대회 춘계대회 ‘문법 교육, 무엇을 어떻게’, 이중언어학회]. 이를 통해 한국어학자가 외국어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대조언어학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도 간접적으로 제시하고자 하였다. 좀 이질적인 글이긴 하지만, 한국어 문법을 연구함에 있어 필자가 늘 비교론적 관점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것과 상통하는 바도 있고, 한국어에 관한 필자의 논문에 인구어(영어, 불어 등등)의 예와 관련 사항이 많이 나오는 이유도 설명할 수 있는 글로 볼 수 있을 듯하다.

본서가 아직도 조사와 어미 하나하나에 대해 다 다루지는 못하고 있지만, 이 책에서 다룬 조사와 어미, 그리고 문법요소에 관한 논의는 한국어 문법의 얼개와 기본 틀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고 할 수 있겠다. 필자가 추구하는 문법관이 매우 보편적인 원리와 방법론에 입각하고 있지만, 기존 전통문법이나 학교문법의 관점과 다른 점이 많아, 낯설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고 듣고 있다. 이러한 사정을 명시적으로 보여주고 또한 쌓인 오해를 풀고자, 앞서 언급했듯이, 본서의 제목에 ‘색다른’이란 수식어를 붙여 목정수 교수의 색다른 한국어 문법 강의로 정했음을 다시 한 번 밝히고자 한다. ‘다르다’는 것과 ‘틀리다’는 것이 엄연히 다르지만, 관점이 다르다고 또는 방법론이 다르다고 해서 메타(meta)적으로 따져보기도 전에 ‘이상하다’, ‘틀렸다’, ‘싫다’라고 판단을 내리는 조급함은 없었으면 한다. 그런 의미에서 ‘다른’이 아닌 ‘색다른’이란 수식어를 사용했음을 혜량해 주기 바라는 것이다.
본서의 출간에 선뜻 호의를 베풀어 주신 한국문화사의 김진수 사장님과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학문의 여정을 함께하고 계신 서울시립대 국문과 선생님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끝으로 아내 한혜주, 곧 군에서 제대할 아들 목윤재와 출간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모두 잘 살아주고 있어서 고맙다는 말 또한 덧붙이고 싶다.


2015년 가을학기를 맞으며
배봉산 기슭 연구실에서
목정수 적음

제1부
한국어 문법을 보는 눈


한국어 문법의 역사성에 대한 단상
* 서양의 언어관과 동양의 언어관 *
* 한국어의 특수성으로 인식되고 있는 현상들은 왜 특수한 것으로 보이는가?
* 한국어의 특수성이 일반성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없는가?
* 한국어에는 정의되지 않았거나, 언어학적 분석의 빛을 받지 못한 요소들이 너무 많다. 이것은 현실적으로 언어처리를 할 때,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를 통해서 보면 알 수 있다. 왜 그럴까?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 한국어 문법을 기술할 때, 우리는 결국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가?
* 한국어 문법을 기술하고 설명한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무엇으로 귀착되어야 하는가?

이상은 요즘 필자의 머리를 맴돌며 괴롭히는 문제들이다. 이런 전체적인 고민 속에서 필자의 상상의 나래는 이쪽저쪽 비논리적으로 마구 퍼져 나간다.
본격적인 언어학으로서의 한국어 문법 기술이 시작된 것을 어느 시점으로 잡아야 할까? 서구의 인구어 문법 틀을 한국어에 적용시킨 것을 근대 문법의 시작이라고 한다면, 그 이전 한국어 문법에 대한 우리 선조들의 생각은 어땠을까? 그들의 생각을 지금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그런 선조들의 생각이나 언어관을 보여주는 글들이 있다면, 얼마나 남아 있는가?
한국어 관련 문헌들을 보면, 문법을 바라보는 관이 반영되어 있는 글들이 거의 없다는 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현재의 시각에서 보면, 외국어 학습에 관련된 문헌도 별로 없다는 게 신기할 정도이다. 옛날에 활동한 역관들의 기록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어떠한 방법을 통해 해당 외국어를 습득하고 교육했는가 하는 점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들이 거의 없다고 한다. 중국이나 일본 등 현지에 가서 해당 외국어를 직접 배우게 했다는 기록이 있지만, 선조들의 문법관을 엿볼 수 있게 도와주는 자료가 기껏해야 학습에 참고했던 어휘집 정도가 대부분이란다. ‘무슨무슨 노걸대’라고 하는 것이 그 한 예일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몇몇의 ‘어휘 단어장’이나 ‘영어노걸대’를 던져 주고, 그 외국어를 익히라고 했을 때, 가능할까 하는 의심이 든다. 그렇다면, 정말 그 당시에 언어를 특히 외국어 습득이나 학습에 관해서 우리 선조들이 아무런 생각이나 관이 없었다고 할 수 있을까? 필자가 보기에, 그 당시에도 뭔가 학습 기제나 그에 대한 생각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것을 어떻게든 재구해 내야, 우리 선조들이 언어에 대해 갖고 있던 생각들이나 외국어 학습 방법에 대해 알고 있던 어떤 효율적인 기제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성급한 결론이지만, 그런 것이 있었다면 그리고 그걸 재구해 낼 수만 있다면, 현 우리의 사고 체계, 인식 체계에 크나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리라고 본다. 그러한 사고나 인식의 단절 때문에, 우리는 지금 너무나 편협한 서구 중심의 언어관을 가지고 언어를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번 반성해 볼 만한 충분한 여지가 있다.
흔히들 서구와 동양의 기본적인 차이를 이야기들 한다. 그 중에서 필자는 동서양의 언어학적 인식의 차이를 음과 양의 두 축으로 풀어 보고자 한다. 현재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언어학사는 거의 다가 서구인 또는 서구어 중심으로 되어 있다. 언어유형론에서 현대 문법이론에 이르기까지 발상과 비교의 중심에는 항상 편향되게 서구의 것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형적인 위치의 문제를 떠나서, 언어학사에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이 ‘파니니문법’이 아니던가? 인도 지역을 보더라도, 산스크리트어만 쓰이던 게 아니라 드라비다어, 팔리어 등이 많았는데, 왜 그러한 언어에 대한 문법서나 문법관은 쏙 빠지고 ‘파니니문법’이 언어학사의 젖줄 역할을 해 왔을까?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그런 문제제기가 정말 불가능할까? 그렇게 하지 못하는 형국에 처해 있음이 더 안타까운 것은 아닐까? 근본적인 문제를 더 깊이 파고들어가지 않고는 독창적이고 주체적인 생각을 해 낼 수 없다는 상식적인 공리를 잊어서는 안 될 일이다. 일례로, 한국어는 교착어이고, 영어는 굴절어라고 규정하고 시작하는 논의도 또한, 서구인들의 입장에서 바라본 언어유형론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정말 한국어가 교착어이고, 영어가 굴절어인지를 따져 본 논의가 얼마나 있었던가? 한국어를 교착어라고 하면서도, ‘명사 곡용어미’, ‘동사 활용어미’ 등의 용어를 써 가면서, 한국어 문법을 기술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내적 모순을 안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얼마나 깊이 인식하고 있는가? 세세한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여기서 임홍빈 선생의 철저한 극단주의가 생각난다. 한국어는 교착어이므로 모든 문법형태는 교착소로 규정되어야 한다는. 그러나 이것도 일방적으로 한국어만을 중심으로 삼은 결과는 아닐까 한다. 평등한 비교론적 관점이 필요할 것 같다. 언어학 전쟁에서도 지피지기(知彼知己)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국내외의 언어학사의 전통에서 볼 때, 서구 언어학은 언어를 어휘 중심으로 전개해 나간 듯하다. 현대 구조언어학의 가장 발달된 모습을 보여주는 후기구조주의 문법의 대표격인 기욤(Guillaume)의 정신역학론(psychom·canique)에서조차도 언어의 중심에는 여전히 명사니 동사니 하는 어휘들이 놓여져 있고, 그 중심적인 어휘가 어떻게 실현되는가를 개별적인 어휘에 따라 밝히고 그들의 체계를 세우려 한다. 언어활동을 잠재(=무의식) 단계와 현실(=의식) 단계의 전이과정으로 파악하는 서구의 오랜 전통에서 문제의 핵심은 바로 주어진 잠재적 어휘가 어떻게 실현된 어휘로 옮겨가는가에 있었다. ‘현동화(actualisation)’의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발리(Bally), 기욤 등이 그러했듯이, 이러한 문제에만 집착하다 보면, 문법이란 것은 바로 그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하는 방식을 기술하는 것에 머무르게 된다. 그리하여 항상 어휘가 자립, 자율, 중심이라는 특권을 누리게 되었고, 문법은 종속, 억압, 변방이라는 덤터기를 뒤집어써야만 했다. 끊임없이, 우리의 사유체계를 혼미하게 만들고 있는 ‘자율 형태소’, ‘구속 형태소’ 등의 구분이 바로 이러한 구조에 맥락이 닿아 있다. 이를 뚜렷이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역사언어학, 비교언어학의 발달 과정을 보더라도 이러한 인식구조가 반영이 되어 있다. 한 언어의 계통을 확립하고자 할 때, 다른 언어와의 비교 대상이 되었던 것은 대부분, 친족어휘, 수사, 기본어휘 등의 어휘요소들이었다. 문법요소들 간의 비교 작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아니나, 당시 문법요소가 언어의 노리개(accessoire) 정도로 취급되던 분위기에서 문법요소의 비교를 통해 언어의 친소관계나 계통관계를 수립하고자 하는 생각은 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에, 동양에서 언어학이 단절되지 않고, 발달과정을 겪었더라면, 어떤 양상이 전개되었을까? 현재로서 필자가 직접 접할 수 있는 자료가 거의 없으므로, 실증적인 이야기를 할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좋은 말로 훗날을 기약해야 하는가?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보면, 세월이 지나도 현 상황과 전혀 달라지지 않을 것 같으므로, 우리는 돌파구를 찾지 않으면 안 된다. 그 돌파구는 ‘상상력(imagination)’에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언어학계 외의 인문학계에서 동양과 서양을 구분하는 틀을 제시하고, 이분법적이든 다분법적이든 둘을 비교대상으로 놓고 그 둘의 특성이 과연 어디에 있는가를 밝히는 논의들이 많이 이루어졌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그러한 준거틀을 이용하여, 상상할 수 있는 동양의 언어학적 사고의 원형은 어떻게 재구될 수 있을 것인가? 자못 궁금해지는 물음이다.
앞에서 우리는 서구인들의 언어기술이 어휘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전통을 갖고 있다는 점을 살펴보았다. 일단 이를 ‘양(陽)의 언어학’이라고 편의상 불러 보자. 그렇다면, 동양을 서양의 대척점에 놓고 본다면, 동양인들은 언어를 볼 때, 문법을 중심으로 보았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허사 사전’만 있고, ‘실사 사전’은 필요 없다고 보는 언어관이 동양인들의 언어관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현재 서구의 영향을 거의 전적으로 받고 있는 우리가 기대하는 현대적 의미의 사전(dictionnaire)들이 동양어권에서는 많이 발달되지 않은 것은 아닐까? 현대적 의미에서 사전의 수나 양이 동양보다 서양이 훨씬 많은 상황을 봐도, 그 수나 양이란 것이 어휘요소를 다루는 부분에 있어서의 문제이지, 문법요소에 할당된 양의 크기에 있어서는 별반 그리 차이가 없는 게 사실이다. 논의를 분명하게 하기 위해, 불어의 여러 언어사전에서 관사 {un}, {le}를 처리하고 있는 부분을 비교해 보자. 사전 규모의 차이에 비해, 이들 언어요소들에 대한 기술의 차이가 별로 없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동양인들은 언어의 중심에 구체적이고, 실물적인 세계에 가까이 서 있는 어휘요소를 위치시키지 않고, 변방에나 있을 법한 추상적이고 비실체적인 문법요소들을 중심으로 언어를 총체적으로 보고자 했을 것이다. 이를 편의상 ‘음(陰)의 언어학’이라고 해도 좋지 않을까?

이러한 서양과 동양의 언어관의 차이를 연극에 빗대어 설명해 보고자 한다.

[서양]
핵 주인공 = 기본 어휘
행인 = 주변 어휘
무대 = 기본 문법
변 무대장치 = 주변 문법

[동양]
핵 무대 = 기본 문법
무대장치 = 주변 문법
주인공 = 기본 어휘
변 행인 = 주변 어휘

동양적인 시각에서 보면, 연극의 주인공은 누가 하든 상관없고, 주어진 배역이 중요하다는 인식이고, 더 나아가 연극의 성패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대와 무대장치로 구성되는 연극성이라는 인식이 나올 듯하다. 동양의 연극관이 정말 이러한지에 대해서는 필자로서는 알지도 못하고, 또 관여할 바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동양적인 언어관이 상상을 통해 재구한 것이지만, 그것이 전적으로 황당무계하고 우리의 인식 체계를 넘어서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이다. 다만 그러한 인식 체계가 현대적인 의미의 언어학에 반영되거나 지속되지 않았을 뿐이라는 점을 명시적으로 밝힐 수만 있다면, 우리는 그러한 언어관에 입각한 언어학적 작업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설레게 된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하는 작업은, 이러한 동양의 ‘음의 언어학’에 서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찾아보는 일이다. 사실 필자가 요즘 하고 있는 작업도 이러한 시각과 맞물려 있고, 필자의 문법관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이러한 작업은 일관되게 유지해 나갈 것이다. 필자의 주요 작업 몇 가지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어의 문법체계를 구성한다. 문법요소들의 목록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가? 조사와 어미에 대한 총체적 서술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존 문법에서 조사와 어미로 기술되어 있는 것들의 정확한 문법적 지위를 규명해야 할 것이다. 실천적으로 그 필요성과 당위성을 널리 알리고, 실제적인 작업으로 실천에 옮겨야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이론적으로 구축된 체계 내의 적절한 위치에 조사, 어미 목록들이 배치되어 한국어 문법 전반을 조감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둘째, 조사·어미라는 문법요소들의 단순한 나열을 넘어서, 그들 간의 상호 관계가 그물망(network)으로 연결된 거시적 틀을 보여야 한다. 이를 편의상 ‘문법요소들의 호응관계’라고 부르기로 한다. 그러한 문법요소들의 상관관계를 몇몇 예를 통해 살펴보자.

- 조사와 어미의 호응관계
예) 먹어는 보았지만, 별로 맛이 없더라.먹어{를/*는} 보면, 맛이 없다는 걸 알 수 있을 텐데.먹어{도/*는} 보고, 놀아도 보았다.
- 어미와 어미
예) 먹었으면 좋겠다/*좋다먹었으면 한다/*하겠다먹을 뻔했다/*뻔하다

셋째,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문법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졌을 때, 그것을 현실적으로 그리고 실천적으로 어떻게 응용할 것인가이다. 그 가능성은 자연언어처리라는 전산언어학에서 찾을 수 있을 듯하다. 이산적이고 정합적인 문법모형을 요구하는 인공문법을 상기할 때, 일관된 문법을 지향하는 우리의 ‘음의 언어학’ 문법 모형이 그에 부합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제 이야기를 마무리해 보자. 한국어 문법의 역사를 보면, 실증적으로 남아 있는 문법서가 많지 않은 것 같다. 근세 이후, 서구 언어학의 영향을 받은 이후에 나온 한국어 문법서는 많지만, 그 이전에 우리 선조들이 언어를 어떻게 생각하고 인식했는가를 알려주는 문법서들이 없다는 것은 안타깝다. 그러나 우리가 그것을 상상력으로 극복해 낼 수 있다면, 그 원형을 찾아내는 것이 꼭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한 상상력으로 우리 선조들의 아니 지금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독특한 언어관, 언어이론을 복원하거나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하여 동양적인 언어이론 혹은 우리의 주체적인 언어이론이 서구의 시각과 평등하게 비교되고 더 나아가 당당하게 어깨를 나란히 견줄 수 있는 시기가 빨리 다가오기를 기대해 본다.

목차

머리말

제1부 한국어 문법을 보는 눈

한국어 문법의 역사성에 대한 단상
한국어 문장 분석의 새로운 접근
문법모델 설정과 시간의 문제
한국어 문법 새롭게 보기

제2부 한국어 조사의 문법

한국어 조사의 분류 체계와 유형론
조사 교체의 현상과 본질
한국어의 부분관사를 찾아서
한국어의 소유관사 설정 문제

제3부 한국어 어미의 문법

어미 분석의 방법론
어미의 분류와 체계성
어미와 대명사인칭
어미인가 아닌가, 그 어미의 경계
어미 분석과 응용의 문제

제4부 문법의 거시 구조:문법과 어휘의 상관 관계

한국어 품사 체계의 문제
조사와 어미의 상관구조
형태론과 통사론의 인터페이스
국어학과 한국어 교육의 교류

맺음말
용어해설
찾아보기

저자소개

저자 목정수는 충청북도 청주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언어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파리3대학에서 수학했다. 부카레스트대학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고, 서울대, 고려대, 한국외대, 한양대, 중앙대, 경희대 등에서 강의했으며, 21세기 세종계획 전자사전개발에 참여했다.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선임연구원과 (주)언어과학 언어공학연구소 연구부장을 지냈다. 현재는 서울시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있다.

주요 논저
소쉬르의 일반언어학 강의 (1992, 공역)
소쉬르의 현대적 이해를 위하여 (1998, 공역)
한국어 문법론 (2003)
한국어 정보화와 구문분석 (2004, 공저)
한국어, 문법 그리고 사유 (2009)
한국어 교육의 이해 (2009, 공저)
언어의 이해 (2010, 공저)
한국어, 보편과 특수 사이 (2013)
허웅 선생 학문 새롭게 읽기 (2014, 공저)
한국어, 그 인칭의 비밀 (2014) 외
여러 편의 논문이 있다.

도서소개

『색다른 한국어 문법 강의』는 2004년까지 저자가 한국어 문법 전반에 관해 단편적으로 써 온 글들 가운데 문법소, 즉 한국어 조사와 어미에 집중한 논의들을 선별하여 재구성하고, 여기에 최근에 쓴 조사 ‘의’에 관한 논문 “한국어 조사 ‘의’의 문법적 지위와 의미기능에 대하여”와 어미 ‘시’에 관한 논문 “선어말어미 ‘시’의 기능과 주어 존대”를 추가함으로써 한국어 토씨(조사·어미)의 핵심 문법을 총망라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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