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론적 바닥의 묵시
2008년 첫 시집 <새들의 역사>로 제1회 오장환문학상을 수상한 최금진 시인의 두 번째 시집『황금을 찾아서』. 2001년 제1회 ‘창비신인시인상’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저자는 이번 시집에서 불구와 결핍의 개인사를 통해 인간의 존재론적 바닥을 암시적으로 표상함으로써 운명과 싸우고 패배하는 일련의 과정을 보편화해 보여준다. 가난, 불행, 결핍의 경험적 얼룩과 비명, 자책, 망상 등의 정서적 반응을 이어가며, 일정한 길이 안에 사람살이의 구체적 이야기를 쌓아간다. 이처럼 가난하고 소외받은 사람들의 궁핍한 삶의 모습을 특유의 상상력과 이미지로 그려낸 ‘12월’, ‘달의 거주민’, ‘서울을 떠나며’, ‘소년들을 위한 충고’ 등의 시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 이 책에 담긴 시 한 편!
광어 중에서
제 몸이 얇게 저며지고 있는 것을
마지막까지 눈으로 바라보아야 직성이 풀린다는 듯이
광어는 눈 하나 깜빡 안하고 제 몸을 바라본다
생피박리의 징벌로 최후를 맞을 운명이
정해져 있는 거라면
죽음을 똑바로 쳐다보아도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퇴근하면 언제나 춥다
밑바닥을 기며 살아온 자의 고단한 하루에
보일러를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