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이후에 찾아오는 불안
<내 잠 속의 모래산>, <정오의 희망곡>의 저자 이장욱 시인의 세 번째 시집『생월생일』. 199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이후 자신만의 독특한 시세계를 만들어 온 저자의 이번 시집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시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태어남에 관한 것인 동시에, 일상에 관한 것이기도 한 ‘생일’을 익숙하면서도 낯선, 미묘한 서정의 세계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사물의 소란과 침묵, 다정함과 서늘함, 유머나 죽음, 긍정과 부인, 우리가 세계에 대해 알기를 원하는 모든 복잡한 감정이 담긴 ‘돌이킬 수 없는’, ‘늪’, ‘아르헨티나의 태양’ 등의 시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 이 책에 담긴 시 한 편!
구름의 소비자
어제의 소비자로서 오늘은 구름을 팔고
구름의 음악을 구입하기 위해 개처럼 일을 하고
내일은 구름의 금치산자로서 나날이
소모하는 구름이 줄어들었다
생활필수품답게 구름은 영원을 모른다
지구에 도달한 뒤 사라진 햇빛들의 수집가
구름을 훔치는 사람의 고독
구름의 무수한 작명가들
꿈에서 구름을 본 적이 없다
구름은 비가 내릴 때도
눈이 내릴 때도 필요하다
우산을 쓰고도 자꾸 무언가가 필요해져서 우리는
구름처럼 흘러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