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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야유회

이상한 야유회

  • 김혜수
  • |
  • 창비
  • |
  • 2010-11-25 출간
  • |
  • 123페이지
  • |
  • 126 X 200 X 20 mm /180g
  • |
  • ISBN 9788936423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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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허무한 생(生)의 중력을 넘어선 자유로운 시세계

『이상한 야유회』는 김혜수 시인이 첫시집 『404호』(1991) 이후 무려 19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시집이다. 그동안의 오랜 공백이 무색할 만큼 시인은 삶과 죽음에 대한 정교한 시적 인식과 생동감 넘치는 시어로 돌아왔다. 어느 한편 허투루 쓰이지 않은, 시집 전반에 걸친 완성도 있는 면모는, 얼마나 많은 시집을 내고 문단에서 얼마나 활발한 활동을 했는가 하는 문제와는 별개로, 빛나는 감성과 시에 대한 열정이야말로 시인이라는 이름을 가능케한다는 어쩌면 당연한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한다.

시인은 사물을 통해 시적 공간을 형성하는 탁월한 감각을 선보인다. 덩그러니 놓인 정적인 대상에 상상력을 가미한 초현실주의적 시들은 시인의 일상에서의 경험과 한데 섞여 풍성한 이야기가 담긴 흥미로운 장면을 펼쳐놓는다.

벽 속에서 누가 못을 박는다 /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 (…) / 이 모든 게 벽 속에서 일어난 일이라니 / 망가진 시곗바늘이 저 혼자 돈다 / 물컵이 솟구쳐오르다가 엎질러진다 / 물은 물컵이 잠시 그립기도 하지만 / 창틀이 날아오른다 / 와장창 유리파편에 찔린 바람이 / 저절로 뜬금없이 랄랄라 풀려난다(「휘둥그레져서」 부분)

이 시집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시인의 중요한 정서는 삶에 대한 허무감이다. 첫시집의 ‘404호’ 연작에서 아파트라는 공간을 표상으로 개인들이 고립되어가는 사회상을 인상적으로 그려내기도 한 시인은, 이후로 오래 가다듬은 진지한 사유를 통해 요란하지만 실상 알맹이 없는 목소리가 난무하는 현대의 공허함을 조용히 읊조린다.

공갈빵은 먹기 직전까지만 빵이다 / 마지막 1분이 되기 전의 영원한 59초처럼 / 한입 덥석 베어무는 순간 / 허공이 되어 사라져버린 / 다만 길고 긴 직전뿐인 / 와글와글하던 한때 // 춤만 있고 춤추는 사람은 없는 / 하모니카 뭉개진 소리만 있고 연주가는 없는 / 주정만 있고 술꾼은 없는 / 텅 빈 지하철 속을 / 쩌렁쩌렁 / 빈 음료수캔이 누비고 다닌다(「공갈빵」 부분)

그러나 시인의 이러한 정서는 허무감에 대해 흔히 떠올리게 되는 염세적인 조소와는 결을 달리한다. 치열한 삶을 끈질기게 응시하고 그 의미를 명상하는 성숙한 자세 속에서 나오는 차분한 목소리가 짐짓 공허함의 색채를 띠는 것이다.

먹는 게 아니라 다만 / 먹어두는 밥이 있네 / 서둘러 한술 뜨는 역전 식사 / 식탁을 가로질러 모서리에서 툭 / 급하게 사라지는 햇살 / (…) / 가벼운 흥분으로 와글거리다 / 잦아드는 기다림의 끝에 / 마주하고 싶은 밥이 있네 / 식어버린 선지처럼 겉돌며 / 역전 식당 창가에 앉아 / 일렬로 늘어놓은 화분들을 / 오래도록 내다보고 있는 / 저기, 저(「역전 식당」 부분)

삶이란 고독과 비애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기에 그녀는 유독 불행한 삶을 자주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 근원적인 불행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끝내 부여잡고 나아가는 것 또한 삶이라는 사실을 그녀는 외면하지 않는다. 시인은 이같은 삶의 이중성을 경쾌하고 발랄한 언어를 통해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황성옛터를 구성지게 풀어놓던 레코드판 / 지지직거리고 / 화장실 문 활짝 열어놓고 일 보시던 할머니 / 오락가락하다 꽃 피는 지난 봄 / (…) / 느닷없이 몇해 만에 날아든 옛 애인의 메일처럼 / 창틀에 앉아 있는 작은 새 / 치골 치콜 치골 치콜 하면서 / 뜻 모를 노래 부르다 / 날아가고 // 어느새(「어느새」 부분)

이렇게 삶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은 자연스레 ‘죽음’으로 이어진다. 떠들썩하면서 동시에 텅 빈 것이 삶이라면 삶의 연장선상에 놓인 죽음 또한 별다를 바 없는 것이라고 시인은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하기에 삶과 죽음의 경계는 표나지 않게 그저 일상의 한 지점에 위치해 있을 뿐이다.

완성되지 못한 문장 끝에 찍힌 물음표를 닮은 / 황금색 들똥 / 갓 지은 밥처럼 모락모락 김을 피워올리며 / 무덤 한쪽을 뜨듯하게 데운다 / (…) / 까짓것 이번 생엔 퍼질러앉아 / 똥이나 실컷 누자고 / 질문이나 실컷 하자고 / 물음표 대롱대롱 매달고 / 용을 쓰는 허연 볼기 사이로 / 태양이 뉘엿(「들똥」 부분)

벽제숯불갈비 지나 /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장묘사업소 2km→ / 를 지나 납골당 분양합니다를 지나 / 야유회 간다 / 잠시 검문 있겠습니다를 지나 / 저 뒤에서 흔들어대는 아줌마 / 자리에 좀 앉아주세요를 지나 / (…) / 나일론 보자기에 싸인 상자 / 대절버스 타고 어딜까 어딜까 / 야유회 간다(「야유회」 부분)

담담하게 삶과 죽음을 응시하는 시인은 그래서 양쪽 어느 곳의 무게에도 짓눌리지 않고, 담담하게 사유하고 자유롭게 시를 쓴다. 삶과 죽음 어디에서건 자신만의 노래를 포착해내는 ‘얇은’ 귀는 그녀의 민감함이자 재능(황현산 「해설」)인 것이다. 어쩌면 이러한 태도가 시인에게 생(生)에의 깊이 있는 사유와 언어에 대한 젊은 감각을 함께 갖춘 빼어난 시인으로 온전히 살아갈 수 있게 한 동력이 아닐까.

늦은 밤 / 엘리베이터로 올라가는 길이 / 공중으로 하관(下棺)하는 길 같아 / 한편에 기대선 사내의 이어폰에서 / 가느다란 선율 고치실처럼 풀려나오네 / 고치에 싸인 애벌레가 / 버둥대며 공중으로 들어올려지는 걸 상상하네 / 공중무덤 속에서 번데기로 누워 있는 나도 보이네 / (…) / 나를 세상 밖 어디라도 보내줘 / 귀로 천천히 수혈되는 저 샛길 따라 / 생의 중력이 깃털처럼 가비얍게(「얇아진 내 귀는」 전문)

목차

제1부
챔피언
어디 갔니
사과를 깍는다
역전 식당
연습
꽃이 되지 못한 칫솔
기억을 버리는 법
금성 냉장고
것이었다가
공갈빵
얇아진 내 귀는
부적절한 보행
미라 애인
챔피언
한 개보다 긴 그림자

제2부
어느새
냉장고
가령
얼음 속 구두는 입을 벌리고
세숫대야가 필요하다
아라비안나이트
컷!
야유회
휘둥그레져서
썬샤인
모든 첫번째가 나를
들똥
아직 옷이 아닐 때
말해보렴, 뭘 했니?
날궂이

제3부
나는 꽃이 아프다

왼쪽 오른쪽
누구세요
병 속의 시간
러닝머신
꽃 진 자리
덕장
그녀에게서 양파냄새가 난다

묻어 있다는 것
내일처럼 오늘도 비가 왔다
도로의 감식가
봄밤

제4부
시간을 빠져나온 신발
기억의 형태
절박한 목욕
유로파
이인삼각
젖는다 젖지 못한다
죄회전 깜빡이를 켜고
뚜껑
찰칵
손꼽아 기다리다
옛날 영화처럼
불러도 주인 없는
한 컷
무겁거나 가볍거나
발자국을 신고
하얀 스프레이 자국으로 남은

해설 | 황현산
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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