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뻬쩨르부르그로 가는 마지막 열차

뻬쩨르부르그로 가는 마지막 열차

  • 정철훈
  • |
  • 창비
  • |
  • 2010-04-26 출간
  • |
  • 165페이지
  • |
  • 125 X 200 X 20 mm /200g
  • |
  • ISBN 9788936423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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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고독 속에서 사유하는 실존, 그리고 금기의 대륙

강건한 문장으로 시와 소설을 넘나들며 역사와 시대를 다루어온 정철훈의 네번째 시집 『뻬쩨르부르그로 가는 마지막 열차』가 출간되었다.
특유의 선굵은 어법이 여전히 빛을 발하는 가운데 시인은 한층 깊어지고 넓어진 관조의 시선으로 삶의 비애를 이야기한다.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내야하는 일상에서 비롯되는 고독은 그의 시가 빚어지는 출발점이다.

낮에는 보험회사 직원/ 밤에는 글 쓰는 고독한 작가 / (…) // 보험회사 직원이 2라면 작가가 8일 거라는 생각 / 밥벌이와 영혼의 관철이 2대 8일 거라는 / 생각의 연장이 카프카의 사진이다(「카프카의 가르마」 부분)

이렇게 일상에서 느끼는 외로움은 시인의 사유를 거치며 인간의 근원적인 고독으로 승화한다. 시인은 한 개인이 감당해야 할 존재 자체의 고독을 외면하지 않고 그 근원을 탐구한다. 그에게 고독은 개인의 실존을 담보하는 자유로운 사유의 공간이다.

어느날부터 나는 커피향이 스멀거리는 마포의 / 옥외 커피점에 앉아 있기를 좋아하게 되었다 // 실내와 실외를 구분짓는 그 어중간한 경계에는 아무 선도 없지만 / 내 몸이 그 선에 얹혀 있다는 게 / 커피향과 더불어 자유를 떠올리게 한다 // (…) // 영혼은 밝으면 별반 쓸모없는 것이 되고 말 것이기에 / 나는 영혼이란 놈이 좀 어두컴컴하게 숙성되기를 / 그 옥외 커피점에 앉아 기다려보는 것이다 (「누에의 꿈」 부분)

그럼에도 시인은 모든 이들에게 팍팍한 일상과 정체불명의 외로움을 강요하는 이 시대에 대한 허탈감 역시 감추지 않는다. “우리의 시대라고 부르던 시대”를 뜨겁게 거쳐온 그에게 “이미 좌절된 무력함의 시대”에 “아직 이루지 못한 미몽”(「나의 시대」)을 버리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것은 분명 힘에 겨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솔직해지자 / 우리에게 식탁이나 밥상이 없다는 게 문제가 아니라 / 봄이 올 때까지 이 겨울의 사랑을 어찌 껴안을까 / 몸은 더운데 사랑의 바닥은 차갑구나 / 사랑아, 낙엽이 모두 떨어지기를 기다리자꾸나 / 그리고 기억하자 / 이 지난한 방 한 칸의 사랑을(「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사랑」 부분)

이전에 발표한 시집과 소설을 통해 알려져 있다시피 시인은 큰아버지가 월북하는 등 남다른 가족사를 지닌데다 러시아에서 오랜 유학생활을 한 이력을 가지기도 했다. 이것은 시인이 시적 사유를 펼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된다.

날이 밝으면 큰아버지가 공항에 도착하는 아침이다 / 그는 오래전 소련으로 망명했으니 그 국가가 패망해 사라졌다 해도 그는 소련에서 온 사람이다 // (…) // 나는 진정 그가 이국땅에서 운명하길 바란다 / 내 피에도 불귀의 유전자가 흐른다는 걸 그가 증명해주길 / 이 시대에 고향에 뼈를 묻는 일은 사치에 가깝다(「로맹 가리를 읽는 밤」 부분)

근원적 고독 아래에서 실존하는 인간에 대한 시인의 사유는 이렇듯 한 국가의 틀에 갇힐 수 없었던 자신의 삶 속에서 다듬어져온 것이다. 아닌게아니라 시인은 한국을 벗어나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디아스포라’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시집 곳곳에 새긴다.

수신자 없는 편지를 쓰는 밤은 늘어가고 / 아무도 읽지 못할 일기를 끼적일 펜과 잉크는 얼어붙고 있다 // 자작나무 가지가 눈을 이기지 못해 우두둑 부러질 때 나는 눈을 뜬다 // 비행기는 시간여행을 하는 한 마리 날벌레처럼 시베리아 상공을 날아가고 / 나는 어디로도 귀환하고 싶지 않았다(「흑승」 부분)

“공화국은 너무 크고 무슨무슨 동은 너무 작”(「도화동 언덕길」)다며 “나는 국가와 격리되어야 한다”(「흐느낌의 은어(隱語)」)고 토로하는 시인이 인간존재와 시대를 사유하는 공간적 배경은 그래서 매인 데 없이 펼쳐진 저 북방의 벌판이다. 해설을 쓴 평론가 홍용희는 1930년대 오장환 시인이 “거북이여! 느릿느릿 추억을 싣고 가거라 / 슬픔으로 통하는 모든 노선(路線)이 / 너의 등에는 지도처럼 펼쳐 있다”고 노래했던 「The Last Train」의 정서와 이념을 정철훈이 재건하고 있다고 평한다. 분단 이후 우리 시사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된 ‘북방의식’을 되살리는 시사(詩史)적 의미가 정철훈 시에 있다는 것이다.

이동휘 홍범도 박진순 김아파나시 홍도 김규식 여운형 / 이 역을 지나 뻬쩨르부르그에 당도했을 이름들 / 동방피압박민족대회가 열린 1920년 / 피압박이라는 단어에서 구시대의 유물처럼 녹냄새가 난다 // (…) // 외로운 급수탑 하나가 모든 이야기의 중심으로 서 있던 / 해 지기 십분 전 / 열차는 식당칸의 접시들을 달그락거리며 미끄러져갔다(「뻬쩨르부르그로 가는 마지막 열차」 부분)

광대한 대륙의 풍광 속에서 구현되는 이러한 북방의식은 개인의 실존적 고독, 그리고 여러 모순이 존재하는 시대에 대한 의식과 결합해 인간의 고독과 방황을 탁월하게 형상화한다. 그의 시에 생생하게 구현되는 이국적 이미지 속에서 사람들은 국경과 민족에 상관없이 힘겹게 오늘을 살아낸다.

횡단열차를 타고 시베리아를 건너는 일가족 / 그들을 데려가는 것은 기차 바퀴가 아니라 / 차창을 스치는 바람과 젊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침묵과 / 그 사이에서 일렁이는 슬픔이라 생각되던 것인데 // (…) // 차가운 쇳조각으로서의 철길이 / 가족의 시선 안에서 출렁이는 눈물처럼 / 마디마디 끊어진다 한들 / 삶은 확실히 슬픔과 중력의 자식일 것이니 / 기차가 슬픔을 가로질러가듯 / 이 모든 것 너머에 우리는 존재한다(「감자를 벗겨 먹는 네 개의 입」 부분)

그리하여 인간의 생이란 “완전한 혼자이고 싶은 나”(「뼈아픈 오후」)의 고독을 허락하지 않는다. “비 오는 날” “존재를 적시는 빗줄기”(「비를 맞으며」)와도 같은 사랑을 떠올리고, 헐리는 종로 피맛골이 아쉬워 찾은 빈대떡집에서 “근대화”와 “껌파는 노파”(「어떤 흐느낌도 멈춘 정지의 한때」)에 골똘해지는 시적 경험은 때로 우리에게도 찾아온다. 정철훈의 시는 고독도 사랑도 시대도 역사도 그렇게 우리 안에서 보편의 이름을 얻게 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그의 시를 읽으며 사유의 고통과 즐거움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것은 이처럼 시인이 책장 너머 우리 앞에 놓인 그 무언가를 진지하게 곱씹게 하기 때문이다.

<추천사>

살아가는 일은 대체로 불우(不遇)의 연속이다. 그리고 사랑 또한 대부분 상처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것들의 밑바닥에까지 가닿기 위하여 기꺼이 고통과 굴욕을 감내한다. 그것은 존재의 실상이자 삶의 에너지이기도 하다.
정철훈도 예외는 아니어서 그는 그와 부대끼고 사랑하는 모든 관계들의 어긋남과 불편함 속에 두려움 없이 몸을 던지지만 거기에는 끝없는 탈주와 불귀(不歸)의 꿈이 감춰져 있다. 그는 누가 저 자신을 이해한다고 할까봐, 혹은 사랑하게 될까봐 부정하거나 뒤집어놓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어딘가에 끝없이 치이며 사는 시인이 자신에게 던지는 야유와 연민, 그것이야말로 지울 수 없는 존재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이 몸담고 사는 이 세계에 대하여 비관적이고 비판적이며 나아가 뜨악한 시선을 감추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 역시 놓여날 수없는 이 세계의 일원으로서, 그것은 생의 중심에 가닿고자 하는 방법이자 불우를 즐기는 딴청이기도 한 것이다. 그렇더라도 한사코 안주와 고착을 거부하는 치열성은 도처에 상처를 남기는데 그 상처들이 드러내는 진실은 결국 생은 고립적이며 비루하며 외롭다는 것이다. 또한 그것은 고통이나 슬픔마저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자의 역설이자 견딤의 즐거움이다. 불편한 세계를 밀고 가는 언어의 힘과 삶의 이면과 굴곡을 깊숙이 더듬어가는 시편들에서 고투와 외로움의 뼈들이 빛난다. 이상국 시인

목차

제1부
나인 동시에 아무것도 아닌
카프카의 가르마
로맹 가리를 읽는 밤
까자끼 자장가를 들으며
나의 시대
여치 소리
막차
내 쪽으로 당긴다는 말
러시안 블루
비를 맞으며
오누이
이도백하(二道白河)
어떤 마중
흑승

제2부
왕오천축국전을 읽는 아침
누에의 꿈
이별 즈음
흐느낌의 은어(隱語)
도화동 언덕길
겸허한 닭백숙
횡단보도 앞에서
기러기의 역설
딸에 대하여
유모차가 있는 풍경
하여간
개망초
저녁 먹고 한 바퀴
합승

제3부
병사들은 왜 어머니의 심장을 쏘는가
흐린 날의 풍경
키스라는 물건
문밖의 남자
내 하나의 서부전선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사랑
풀밭 위의 식사
희미하지만 황홀한
어떤 산행
어느 가을날
어떤 흐느낌도 멈춘 정지의 한때
추석 전야
고적한 설거지
구정의 상념
뻬쩨르부르그로 가는 마지막 열차

제4부
은유적 반성
자정에 일어나 앉으며
감자를 벗겨 먹는 네 개의 입
문짝

플랫폼에서
만리동 언덕길
향산호텔에서 밥이 넘어가지 않던 이유
문상
뼈아픈 오후
마지막 삼종(三鍾)
네 개의 주어로 남은 사내
아직 도착하지 않은 당신
두만강변 북한 수비병에게
꿈도 없이 두려움도 없이
롤랑 바르뜨의 어묵

해설 · 홍용희
시인의 말

저자소개

전남 광주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다. 국민대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러시아 외무성 외교과학원을 수료하고 역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7년 봄호에 「백야」외 5편의 시를 발표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인간의 악보』와 시집 『살고 싶은 아침』,『내 졸음에도 사랑은 떠도느냐』,『개같은 신념』이 있으며, 『김알렉산드라 평전』,『옐찐과 21세기 러시아』,『소련은 살아 있다』등의 저서가 있다.

도서소개

고독 속에서 사유하는 실존, 그리고 금기의 대륙!

「창비시선」 시리즈 314번째 『뻬쩨르부르그로 가는 마지막 열차』. 이 책은 강건한 문장으로 시와 소설을 넘나들며 역사와 시대를 다루어온 정철훈의 네번째 시집이다. 시인은 큰아버지가 월북하는 등 남다른 가족사를 지닌데다 러시아에서 오랜 유학생활을 했다. 이것은 시인이 시적 사유를 펼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된다. 일상에서 느끼는 외로움을 시인의 사유를 거치며 인간의 근원적인 고독으로 승화하고 있는 것이다. 특유의 선굵은 어법이 여전히 빛을 발하는 가운데 시인은 한층 깊어지고 넓어진 관조의 시선으로 삶의 비애를 노래한다.

☞ 이 책에 담긴 시 한편!

「뻬쩨르부르그로 가는 마지막 열차」

볼가강이 진홍색 잔광을 반사하는
해 지기 십분 전
난 식당칸에 앉아 있고 열차는 간이역에 멈춰섰다

역 건물이 묘하게 낯설지 않았던 것은
고향의 농가와 흡사해 보였던 때문만은 아니었다
플랫폼에는 금발 처자가 여행가방에 걸터앉아 울고 있었고
역 안내판이 눈에 들어왔다
- 말년의 레닌이 휴양하던 곳
이걸 읽기 위해 해가 지는 건 아닐테지만
대체 레닌이라니

실패한 건 레닌뿐이 아니다
한인혁명가들의 꿈도 물거품이 된 지 오래다
이동휘 홍범도 박진순 김아파나시 홍도 김규식 여운형
이 역을 지나 뻬쩨르부르그에 당도했을 이름들
동방피압박민족대회가 열린 1902년
피압박이라는 단어에서 구시대의 유물처럼 녹냄새가 난다

[중략]

열차자 처자를 싣고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할 때
이끼 낀 급수탑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지금은 어떤 열차도 급수탑 아래 정차하지 않지만
급수탑은 알고 있을 것 같았다
외로운 급수탑 하나가 모든 이야기의 중심으로 서 있던
해 지기 십분 전
열차는 식당칸의 접시들을 달그락거리며 미끄러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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