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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줄

밥줄

  • 김이숙
  • |
  • 시와에세이
  • |
  • 2014-11-11 출간
  • |
  • 115페이지
  • |
  • 127 X 206 mm
  • |
  • ISBN 979118611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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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닫힌 공간, 탈주의 꿈으로서의 시

김이숙 시인의 첫 시집 『밥줄』이 ‘시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김이숙 시인은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현재 ‘느티나무시’ 동인으로 작품활동을 하며 아이들 글쓰기 지도교사로 일하고 있다.

김이숙 시인의 첫 시집 『밥줄』의 기본 공간은 닫힌 공간이다. 폐곡선의 공간이고 검은 공간이며 위험한 공간이다. 고통이 시작된 장소로 귀향하기 전에 시는 일상에 갇힌 나무를 발견한다. 다행히 나무는 뒤틀려있기보다는 견디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낭창낭창 살랑이는 바람 같던 스물셋, 선 봐서 만난 슈퍼 총각 좋아 슈퍼 안으로 들어갔어 그녀는 이제 슈퍼 아줌마 그녀를 데려가던 날도 슈퍼 문 열었던 아저씨 당최 문 닫는 일 없어 비 오고 눈 와도 명절에도 아이 둘 낳을 때도 그런 일은 없어 아줌마는 아파트와 슈퍼 사이만 왔다갔다 시부모 수발들고 참새처럼 드나드는 시누 가족 밥해주고 아들딸 키우느라 슈퍼 통로만 오락가락 미치게 바람 불어도 네모진 카운터 앞에 전화기만 붙들고 앉아있어

놀러 좀 와
―「행복슈퍼」 전문

슈퍼는 슈퍼 아줌마의 밥줄이다. 밥줄이라는 일상은 놀이를 앗아간다. 일의 장소는 여유가 없다. 일이 있어야 행복하다고 하지만, 인간은 놀이하는 인간, 호모 루덴스라는 차원에서 그녀의 삶은 놀이가 결핍되어 있으므로 절반의 구멍을 가진 삶이다. 행복슈퍼라는 간판은 역설로 읽혀진다. 행복슈퍼라는 토포스는 자유와 놀이의 삶을 억압하는 장소이다. 다만 놀러나가기를 포기하고, 누군가 놀러 와주기를 기다릴 뿐이다. 그러나 슈퍼는 일의 장소이지 놀이의 장소는 아니다. 그러므로 그녀에게 놀이는 없다. 일뿐인 삶, 놀이 없는 삶이 행복할까? 이 시에서 장소와 사람의 관계에서 의미를 발생시키는 토포스는 수동적 존재로서의 여성의 삶을 주체가 아닌 타자의 삶으로 그려낸다. 능동적으로 사람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손님 혹은 친구가 다가오기를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가게주인의 “놀러 좀 와” 라는 말이 쓸쓸하다. 또 다른 갇힌 풍경이 시인의 눈에 포착된다.

여자들은 늘 조심조심 다녔지요 잘못하여 출근하는 광부 앞질러가면 성질 불칼 같은 사람 안방에 드러누워 일당 달라 생떼 부릴지 모르거든요 뉘 집 아저씨 잠깰까 집에서건 밖에서건 아이들도 조용했지요 까마귀 울거나 흉몽을 꾸면 출근을 삼갔지요 청색홍색 보자기에 도시락 싸고 밥주걱도 네 번은 뜨지 않았지요 매사 조심하고 또 조심해도 사고는 늘 있었지요 잊을 만하면 울며 떠나는 이 있었지요 모든 길은 검은 길, 흑빛이었지요
―「광산촌」 부분

탄광촌의 삶은 다반사의 사고와 함께 진행된다. 검은 “탄가루 뒤집어쓴” 남자들은 흡사 “군인” 같고 “성질이 불칼 같”다. 그들의 성질이나 생떼는 모두 위험, 사고라는 말들과 연결된다. 까마귀, 네 번의 밥주걱질, 흉몽이 거미줄처럼 걸려있다. 아침부터 여자들이 앞서가거나 하면 그날은 재수 없는 날이 될 것이다. 안전을 위해서 “청색홍색 보자기에 도시락”을 싸고 “조심하고 또 조심”하지만 치명적인 사고는 발생한다. “검은 길, 흑빛”은 죽음으로 가는 길이다. 사고로 사람들이 죽는 길이다. 가장을 잃은 사람들이 울고 떠나는 길이다. 여자들뿐만 아니라 아이들까지도 수시로 사고와 죽음의 주변인으로 맴돈다. 마음껏 뛰고 놀아야 할 유년의 아이들이 타나토스의 검은 망토그림자 아래서 숨죽이는 것을 먼저 배운다.

가슴 무너진 아들 위해 백발노모/밥해놓고 이불 깔아놓고/무나니골 소풍 가는 손자손녀 따라나선 날/석탄 더미에 하초가 깔려/나는 살아야 해 나는 절대 죽으면 안돼/울부짖던 그/싸늘한 주검이 되었다//캐빙막장이 되어버렸다
―「캐빙막장」 부분

이제 이 시집의 전편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갇힘의 이미지가 최초에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인지 짐작된다. 막장 탄광이야말로 밥줄을 쥐고 있는 장소이자 감옥이며 죽음의 장소이다. 그러므로 갇힌다는 것은 죽음과 같은 말이 된다. 시적 화자의 유년기의 원적은 캐빙막장에 한 발을 걸치고 있다. 그러므로 갇혀있는 사람들의 이미지가 시인의 눈에 포착되는 것이다.

가로수 활주로처럼 줄지어 선 강원랜드 가는 길 잭팟을 꿈꾸다 주저앉은 사람들 길에 잠들어 어쩌다 수중에 몇 푼 날삯으로 거머쥐는 날이면 취한 듯 어김없이 불야성으로 감겨들어 간다//남편 잡으러 왔던 아내도 부나비처럼 따라 들어가 옆에 눕고//카지노 문이 열리기만 목 빠지게 기다리는 읍내 장사치들 시선은 모두 한 방향//녹슨 시간, 동공을 가득 메웠던 검은 길도 가뭇없고 깊은 땅속 길고 어둔 갱도 사람마저 검어져 분진 묻은 밥숟가락 밀어 넣던 검붉은 입술 광부도 이제 없는데//칙칙한 벽돌 어깨걸이로 버티고 있는 건물 쪽에서 맞은편 한곳으로 모아진 질긴 거미줄
―「밥줄」 전문

카지노의 검은 욕망의 입은 캐빙막장이라는 검은 굴의 입구와 평행을 이룬다. 카지노의 사람들은 불온한 시대의 징후로서의 몸과 마음이 병든 사람들을 상징한다. 탄광촌이 검은 타나토스의 토포스였다면, 카지노는 붉은 욕망의 토포스이다. 욕망은 중독에 이르고, 중독의 토포스는 한발 더 나아가면 결국 타나토스의 토포스가 된다. 돈을 벌고, 먹고 살기 위해서 하는 행위들이 결국 타나토스를 부르는 토포스가 된다. 우리를 살게 하는 것도 밥줄이고, 우리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도 밥줄이라는 역설이 된다. 욕망에 갇힌 사람들이나 캐빙막장에 갇힌 사람들이나 죽음의 검은 폐곡선에 갇히기는 마찬가지다.

드디어 개명허가신청서 내러 가는 길/오래된 걸음을 부여잡는 넌,/익숙한 넌,
―「개명」 부분

시인의 이름은 언어가 전부이다. 이름을 바꿈으로써 시적 화자는 불만족과 수치로 여긴 헌옷을 벗고 희망과 기대의 새 옷을 입는다. 「행복슈퍼」에 갇힌 수동적인 존재를 발견한 시인은, 「개명」을 통해 자신을 가두고 있는 운명으로부터 능동적 탈주로를 모색하는 것이다. 이름의 탈주는 궁극적으로 언어의 탈주인 시를 향한다. 시를 쓰는 행위야말로 수동적으로 갇힌 운명에서 열린 운명의 길로 달아 빼는 능동적 탈주가 아니겠는가.
이 시집의 대표적인 토포스는 감옥이다. 언어의 감옥. 시적 화자는 이름을 개명하는 것 말고는 섣부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 타자들에게 운명으로부터의 탈주를 적극 부추기지도 않는다. 다만 스스로 갇혀있는 줄도 모르는 수인들을 발견하고 보여줄 뿐이다. 그러나 그 모든 상황들의 발견과 개명은 운명 전체를 뒤바꿀 수도 있는 탈주로를 찾는 능동적 행위의 출발점이다. 여기에서부터 그에게 전염된 많은 사물과 사람들이 탈주로를 스스로 넓혀주리라. 언어가 시작이자 전부이다. 시가 마침내 모든 감옥의 벽을 부수게 될 날이 오기를.

시인의 말

자판 두드리는 소리만 간간 들리는
한적한 우체국에 앉아
한낱 꿈인 듯
익숙한 손놀림 바라본다
줄지어 선 마음에 선명하게 찍히는 소인
바람이 분다
네게 이르지 못해
나는 아직 사막이다

걸어도 걸어도 머나먼


2014년 가을
김이숙

김이숙 시집 『납작한 풍경』약평

태풍이 다녀간 당사포 누옥에서 그녀를 읽는다. 시편 속속 ‘밥줄’에 매달린 무수한 것들을 불러내는 활자들. 김이숙 시인은 아직 꽃피지 않은 처녀다. 그녀는 행복슈퍼로 든 아낙도, 채탄광부도, 한겨울 눈발같이 달려온 모든 생의 율동을 밥으로 꽃으로 읽는다. 따사로이 달궈진 너럭바위 위 한 마리 뱀도, 길바닥에 쓰러져 물컹한 배 위로 지나는 자동차의 질주를 받아내는 슬픈 노루도 꽃으로 밥으로 받아쓴다. 그녀의 시들은 곤궁한 생의 골짜기를 주섬주섬 모아 한상 따뜻하게 차려낸 밥상이다. 관념의 깃발을 흔들지 않고도 잘 가꾼 꽃밭이다. 허파꽈리처럼 오종종 매달려 갖가지로 피고 지는 삶의 노래다. 시를 읽고 나서니 앞바다가 순정한 사내 눈매처럼 깊어지고 있다. 그대 때문이고, 덕분이다. _권선희(시인)

할미꽃, 맨드라미, 매발톱, 분꽃, 백일홍……. 이런 꽃들을 좋아하는 걸 보며 시인이 될 줄 알았다. 꽃을 보듯 부드럽고 행복한 얼굴로 세상을 만끽하다가 간혹 캄캄한 막장을 만나도 결코 그 웃음을 잃지 않는 무한 긍정의 힘이 그녀를 살찌게 하고 살지게 영글게 하는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미소로 다져진 삶은 힘들수록 보듬어 산다. 부족할수록 나누며 산다. 황량한 곳일수록 따뜻한 시의 씨를 정성스럽게 뿌리는 모습이 예쁘다. 그 시의 씨가 할미꽃 씨앗으로, 때로는 맨드라미 씨앗으로 영글어 세상이 활짝 피는데 한몫을 하리라. 세상이 아름답고 알차게 영글게 하는 고갱이로 서서 드디어는 땀 냄새 나는 막장까지도 향기로운 꽃밭이 되리라. _이상훈(시인)

목차

제1부
행복슈퍼ㆍ11
할미꽃ㆍ12
비를 부르는 사내ㆍ14
부재 중 전화ㆍ15
맨드라미ㆍ16
집중호우ㆍ17
MAID IN CHINAㆍ18
무화과ㆍ20
벌침을 맞다ㆍ21
캄보디아 어느 마을에는ㆍ22
가늠할 수 없다ㆍ24
하필ㆍ26
나른한 오후ㆍ27
매발톱꽃ㆍ28

제2부
광산촌ㆍ31
캐빙막장ㆍ32
문디 가시나ㆍ34
밥줄ㆍ36
각인되다ㆍ37
거미ㆍ38
호사도요ㆍ40
저 할머니 길을 밀고 가신다ㆍ42
탱자나무에만 사는 벌레가 있다ㆍ43
약장수ㆍ44
귀향ㆍ46
하루 일당ㆍ47
분꽃ㆍ48
연(戀)ㆍ49

제3부
목련ㆍ53
붕어빵ㆍ54
밤낚시ㆍ55
벌집ㆍ56
백일홍ㆍ58
만항ㆍ59
회색 하늘ㆍ60
폭염ㆍ61
녹슨 골목ㆍ62
곶감ㆍ64
밤차ㆍ65
웅덩이ㆍ66
생손앓이ㆍ68
낮잠ㆍ69
풍도ㆍ70

제4부
자화상ㆍ73
턴르아 감는 여자ㆍ74
개명ㆍ76
새치ㆍ78
실연ㆍ79
꽃은 그리 핀다ㆍ80
발을 삐치다ㆍ82
밤, 벚꽃나무 아래ㆍ83
둥지ㆍ84
불시개화ㆍ86
봄ㆍ87
느티나무ㆍ88
길을 열다ㆍ90

해설ㆍ93
시인의 말ㆍ115

저자소개

저자 김이숙은 경북 상주에서 태어났다. 현재 ‘느티나무시’ 동인으로 작품활동을 하며 아이들 글쓰기 지도교사로 일하고 있다.

도서소개

김이숙의 첫 번째 시집 [밥줄]. 김이숙 시인의 첫 시집 『밥줄』의 기본 공간은 닫힌 공간이다. 폐곡선의 공간이고 검은 공간이며 위험한 공간이다. 고통이 시작된 장소로 귀향하기 전에 시는 일상에 갇힌 나무를 발견한다. 다행히 나무는 뒤틀려있기보다는 견디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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