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 담기 close

장바구니에 상품을 담았습니다.

라싸로 가는 풍경소리

라싸로 가는 풍경소리

  • 박정선
  • |
  • 시와에세이
  • |
  • 2014-12-22 출간
  • |
  • 116페이지
  • |
  • 127 X 206 mm
  • |
  • ISBN 9791186111031
판매가

8,000원

즉시할인가

7,200

배송비

2,300원

(제주/도서산간 배송 추가비용:3,000원)

수량
+ -
총주문금액
7,200

※ 스프링제본 상품은 반품/교환/환불이 불가능하므로 신중하게 선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출판사서평

소멸과 기억의 형식 속에 존재를 일깨우는 시

박정선 시인의 첫 시집 『라싸로 가는 풍경소리』가 ‘시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박정선 시인은 충남 금산에서 태어났다. 공주교육대학교, 한남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2010년 『호서문학』으로 등단하였다. 현재 대전중원초등학교 수석교사로 있다.

산다는 것은 사라지는 과정이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하나도 없기에 어떤 존재도 사라질 운명을 피할 수는 없다. 우리 모두는 그 과정 속에 잠시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라짐의 의미 즉 무를 안다는 것은 나를 아는 일이기도 하지만 또 나를 지우는 일이기도 하다. 불교에서 무아의 경지를 말하는 것은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항상 망각하면서 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뭔가를 축적하려고 애를 쓰고 뭔가를 더 욕망하여 자신의 삶을 확대하려고 한다. 그래야 사라지지 않고 남을 수 있다는 착각을 하는 것이다. 이런 집착이 세상과 나를 힘들게 만든다. 문학이 그리고 특히 시가 세상의 어둠을 드러내고 거기에 처한 주체의 성찰을 담아내는 것이라면 바로 이 사라짐에 대한 번민은 피할 수 없다. 박정선 시인의 이번 시집의 시들은 바로 이 사라짐으로부터 시작한다.

한 줄/꺼내어 다급하게 읽는 소리/저만치서/흩어진 발걸음 수북하게 들려온다//가시덤불 사이로/마른 무덤가를 빠져나온 초승달이/논둑에 앉아/그 사람 이름 불태운다//다 저문 저녁/이른 봄볕에/그을린 산수유 입술만 샛노랗다
―「저만치서」 부분

이 시에서 사라지는 존재는 “그 사람”이다. 그런데 그 사라짐을 시인은 “이름을 불태”우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사라지는 순간이 가장 강렬한 존재감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시인은 그 이름을 불태워야 할까? 그것은 “마른 무덤가를 빠져나온 초승달”이라는 표현에서 찾을 수 있다. 무덤에서 나온 초승달은 죽음으로부터 탄생하는 새로운 생명력이다. 이 새로움은 결국 죽음과 소멸을 딛고 나온 것이다. 자기가 소망하는 “그 사람” 역시 자신의 마음속에서 소멸의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또 다른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지 못하는 것을 시인은 알고 있다. 우리가 욕망하는 실체 없는 그 이름을 불태워 없앴을 때 비로소 “이른 봄볕에/그을린 산수유 입술만 샛노랗다”에서처럼 새로운 존재의 강렬한 구체성을 마주할 수 있다. 이렇게 보았을 때 소멸은 가장 강력한 존재의 형식이다.

보고만 간다/밟고만 간다/어디로 가려고/제 살점 도려내고 이탈했을까/만다라 이끼가 발길을 막는다/붉은 신호등 밟고 지나간다/싱싱 활어회 차 속에서/살찐 바다 멀미소리가 역겹다/신기루에 눈먼 사이/설익은 중생의 실수인가/보리수에 긴 한숨 걸쳐있다/둘러대며 또 서둘러 떠난다/발을 헛디뎌/8차선대로에 떨어진/노란 인생 한 줌 주워 물어본다
―「파지」 전문

파지는 우리가 원하고 필요로 하는 존재들의 부속물일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것은 존재이지만 우리의 욕망을 자극하지 못하는 의미 없는 존재이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므로 그것은 존재가 아니기도 하다. 하지만 시인의 눈은 그 존재 아닌 존재를 바라보고 있다. 그 파지가 감싸 안았을 또 다른 존재들은 이미 사라지고 없다. 그것들은 “신기루”이거나 “멀미”로만 기억되는 “활어회” 같은 “살찐 바다”였을 뿐이다. 다 서둘러 떠나버린 사라지는 존재들이다. 그런데 바로 그것들이 사라지는 자리에 “노란 인생”으로 파지가 남는다. 시인은 이 파지를 보고 우리의 삶을 돌아본다. 우리의 삶이란 “붉은 신호등이 밟고 지나”가듯이 위험과 고통의 연속이고 “만다라의 이끼가 발길을 막”는 것처럼 잠시 동안의 위안에 머뭇거리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모두가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것이라는 점이다. 남는 것은 찢겨진 파지이지만 그것도 역시 찢기고 찢기다 결국 사라질 운명을 맞이할 것이다. 하지만 시인에게 포착되는 그 순간의 존재감이 바로 우리 삶의 진정한 모습이기도 하다.

망초가 터전을 잡더니/올해부턴 질경이, 쑥, 민들레/제비꽃, 곰보배추, 애기똥풀까지/비집고 들어와 뿌리를 내린다/고샅길이/풀벌레들 놀이터로 시끌벅적하다/흰 고무신 발자국도 너울거린다/아버지/고샅길에 나와앉아 계신다/하얀 찔레꽃 아래로/얼큰하게 취한/꽃뱀 한 마리 지나간다/쓰윽
―「흔적」 전문

질경이, 쑥, 민들레 같은 온갖 식물들과 고샅길, 흰 고무신 같은 시인이 기억해내는 모든 사물들은 사실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시인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것들이다. 그러나 그 기억보다 더 강력하게 이 시 속에 등장하는 것은 바로 ‘흔적’이다. 시인은 그 흔적을 “꽃 뱀 한 마리 지나”가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흔적은 뱀이 지나가는 것처럼 순간적이고 점차 희미해져 가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은 “꽃뱀”이라는 용어가 주는 느낌처럼 강렬한 것이기도 하다. 기억이 우리 뇌리에 강한 느낌을 남길 때 그것은 흔적이 되고 상흔으로 남을 때 트라우마가 된다. 그런데 시인은 기억의 흔적을 꽃뱀에서 찾고 있다. 그것이 주는 섬뜩한 공포와 현란한 아름다움이 시인에게 그런 강렬함을 남겼으리라.

라싸 가는 길/좁은 문엔 빈틈이 없다/설산에 앉아 쉬어가는/누더기 걸친 구름은 누구인가/검은 독수리가 쪼아먹는/침푸 계곡 조각 햇살이 신선하다/다음 생(生) 가는 길/말은 풍경소리만 싣고 떠난다/이천백 킬로미터/티베트 창두에서/엎드려 오체투지/히말라야 라싸 가는 길
―「라싸로 가는 풍경소리」 부분

고행이 고행으로 끝나지 않고 오체투지하여 정상까지 나아갈 힘을 주는 것은 “풍경소리” 때문이다. 그것은 사라져가고 불안하고 순간적인 것이긴 하지만 우리에게 구체적인 기억의 형식을 부여하고 우리의 정신에 흔적을 남긴다. 바로 시나 예술이 그런 것이다.
박정선의 시들은 사라지는 것에 연연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욕망에 새로운 기억의 형식을 부여한다. 그것은 바로 흔적의 형식이다. 쓴다는 행위가 흔적을 만들고 그 흔적이 사라져가는 기억들에 생생한 이미지를 부여하여 일상에 매몰되어 소멸되어 가는 우리의 존재를 일깨운다.

■ 시인의 말

마침표를
서둘러 찍은 탓일까

문밖 세상 덥석 물다
오랜 시간 열병 앓았다

아직도
비릿함이 감돈다

아버지
헛기침소리 들린다

상강에
들려오는 요령소리

허옇다

2014년 초겨울
박정선

■ 박정선 시집 『라싸로 가는 풍경소리』약평
박정선 시인의 시들은 불교적 세계관에 기대어 있다. “말은 풍경소리만 싣고 떠난다”고 시인이 말할 때, 우리는 어떤 ‘공’(空)의 세계와 대면하게 된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음을 보여줌으로써 역설적으로 존재의 환한 빛을 오롯이 드러내 보여준다. “라싸로 가는 풍경소리”는 그러므로 아무것도 싣지 않은 채 모든 것을 싣고 있다는 역설을 실천하고 있는 소리라고 읽어야 한다. 그렇다면 시인은 깨달음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걸까? 박정선 시인의 시들은 불교의 사상에 기대어 있되 그 ‘사상’을 통과해서 ‘삶’의 지점으로 복귀하고 있다. “히말라야”와 “아파트단지”의 긴장 사이에 박정선 시인의 시가 놓여있다고 우리는 말해야 한다. 시는 깨달음을 향해 존재할 수 있겠지만 깨달음 자체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박정선 시인은 잘 알고 있다. “사랑 한번 진하게 했으면 됐지”라고 속으로 우는 시인아, 아무것도 깨닫지 말아라. _박진성(시인)

목차

제1부
상사화ㆍ11
라싸로 가는 풍경소리ㆍ12
실선을 밟다ㆍ14
찔레꽃 다비식ㆍ16
삼월 스무아흐레ㆍ18
하롱베이에 갇히다ㆍ19
공옥진 아리랑ㆍ20
저만치서ㆍ22
장마ㆍ24
빈집ㆍ25
쉴 곳 어디 없소ㆍ26
살풀이ㆍ27
좌판 아리랑ㆍ28
경계선ㆍ29
침묵ㆍ30
또 언제ㆍ31
이십오 시ㆍ32
몽타주ㆍ34
다르마ㆍ36
탁본ㆍ38
달맞이꽃ㆍ39
동행ㆍ40
흔들지 마세요ㆍ41
섯소리ㆍ42
시름을 사다ㆍ44
파지ㆍ46
3월ㆍ47
상강(霜降)ㆍ48

제2부
회심가ㆍ51
소서(小暑) 아리랑ㆍ52
그곳엔 엄마가 있다ㆍ53
초복(初伏)ㆍ54
상아치과엔 코끼리만 있다ㆍ56
물 한잔ㆍ58
흔적ㆍ59
뒤풀이ㆍ60
서해 푸른 들은 짜다ㆍ61
낙과(落菓)ㆍ62
세탁기 팝니다ㆍ63
입추ㆍ64
삼칠일(三七日)ㆍ65
참 좋은 시절ㆍ66
너를 읽는다ㆍ68

제3부
장터 풍경ㆍ71
베스트셀러ㆍ72
마음 빨래ㆍ74
빙판ㆍ76
8월ㆍ77
설레임ㆍ78
불혹ㆍ79
독백ㆍ80
쉿ㆍ81
탈춤ㆍ82
후진ㆍ84
백로ㆍ85
곰삭아 구른다ㆍ86
A4용지ㆍ88
추신ㆍ90
아테네 침묵ㆍ92
파묵칼레 추억ㆍ94
안딸랴ㆍ96
지하 박물관ㆍ98
댔을 뿐인데ㆍ99
덫ㆍ100

해설ㆍ101
시인의 말ㆍ115

저자소개

저자 박정선은 남 금산에서 태어났다. 공주교육대학교, 한남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2010년 『호서문학』으로 등단하였다. 현재 대전중원초등학교 수석교사로 있다.

도서소개

박정선 시인의 첫 시집 『라싸로 가는 풍경소리』. 아무것도 싣지 않은 채 모든 것을 싣고 있다는 역설을 실천하고 있는 소리라고 읽어야 한다. 그렇다면 시인은 깨달음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걸까? 박정선 시인의 시들은 불교의 사상에 기대어 있되 그 ‘사상’을 통과해서 ‘삶’의 지점으로 복귀하고 있다. “히말라야”와 “아파트단지”의 긴장 사이에 박정선 시인의 시가 놓여있다고 우리는 말해야 한다. 시는 깨달음을 향해 존재할 수 있겠지만 깨달음 자체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박정선 시인은 잘 알고 있다.

교환 및 환불안내

도서교환 및 환불
  • ㆍ배송기간은 평일 기준 1~3일 정도 소요됩니다.(스프링 분철은 1일 정도 시간이 더 소요됩니다.)
  • ㆍ상품불량 및 오배송등의 이유로 반품하실 경우, 반품배송비는 무료입니다.
  • ㆍ고객님의 변심에 의한 반품,환불,교환시 택배비는 본인 부담입니다.
  • ㆍ상담원과의 상담없이 교환 및 반품으로 반송된 물품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 ㆍ이미 발송된 상품의 취소 및 반품, 교환요청시 배송비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ㆍ반품신청시 반송된 상품의 수령후 환불처리됩니다.(카드사 사정에 따라 카드취소는 시일이 3~5일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 ㆍ주문하신 상품의 반품,교환은 상품수령일로 부터 7일이내에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 ㆍ상품이 훼손된 경우 반품 및 교환,환불이 불가능합니다.
  • ㆍ반품/교환시 고객님 귀책사유로 인해 수거가 지연될 경우에는 반품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 ㆍ스프링제본 상품은 교환 및 환불이 불가능 합니다.
  • ㆍ군부대(사서함) 및 해외배송은 불가능합니다.
  • ㆍ오후 3시 이후 상담원과 통화되지 않은 취소건에 대해서는 고객 반품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반품안내
  • 마이페이지 > 나의상담 > 1 : 1 문의하기 게시판 또는 고객센터 : 070-4821-5101
교환/반품주소
  •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중앙대로 856 303호 / (주)스터디채널 / 전화 : 070-4821-5101
  • 택배안내 : CJ대한통운(1588-1255)
  • 고객님 변심으로 인한 교환 또는 반품시 왕복 배송비 5,000원을 부담하셔야 하며, 제품 불량 또는 오 배송시에는 전액을 당사에서부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