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를 살아가는 불안한 존재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감싸다!
김진완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모른다』. 1993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한 저자는 이번 시집에서 육성 언어를 기반으로 정제된 시어가 표현하기 힘든 우리 고유의 질박한 정서를 정성스럽게 그려내고 있다.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서사, 서서히 사라져가는 가족과 전통을 육성의 언어로 되살린다. 한결 거친 날것 그대로의 언어로 우리의 정서를 표현하며, 전통 속에 내재된 우리의 해학을 선보이는 ‘환한 꿈자리’, ‘절값’, ‘실업자 고만석’, ‘나는 환청 통조림이 가득 든 냉장고다’ 등 모두 51편의 시가 총 4부로 나뉘어 수록되어 있다.
☞ 이 책에 담긴 시 한 편!
환한 꿈자리
진주 남강 다리 위로 푸른 물 넘는데
배추 실은 짐자전거 강을 건넜네
-배추고 자전거고 다 떠내려 보내고 몸만 어여 와!
저의 아낙은 고무신 벗어 땅을 치거나 말거나
넘실넘실 물의 장단에 맞춰 다리를 건넌 사내
희고 환한 배추 속잎 빛 웃음 한 쌈 싸 던졌네
아버지
언젠가 이승 다리 다 건너시어
저승 햇살 아래서 부신 웃음 또 웃으면
이승 꿈자리 배추 속잎보다 환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