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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수사학

나무의 수사학

  • 손택수
  • |
  • 실천문학사
  • |
  • 2010-06-30 출간
  • |
  • 140페이지
  • |
  • 150 X 210 X 20 mm /248g
  • |
  • ISBN 9788939221857
★★★★★ 평점(10/10) | 리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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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손택수 시인이 세 번째 시집 ‘나무의 수사학’을 펴냈다. 19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지 올해로 12년째인 시인은 앞서 두 권의 시집을 상재했다. “오랜만의 생동하는 민중서사적 시인”이라는 문단 안팎의 호평 속에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첫 시집 『호랑이 발자국』과 “감성적 전통을 회복하는 실감의 언어”로 대변되는 『목련 전차』가 그것이다. “70년대산 서정시의 젊은 본령”(신형철)의 한 축으로 문단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아온 그가 5년 만에 펴내는 신작 시집 『나무의 수사학』은 농경문화적 상상 인자가 지배적이었던 전작들과 달리 도시인으로서 일상을 수락하며 살아가야 하는 이들의 애수가 유독 눈의 띈다. 녹녹잖은 일상적 삶을 끌어안고 하강함으로써 ‘민중’과 ‘전통’의 음계 속에서 다르게, 새롭게 공명하는 이번 시집을 통해 우리는 시의 진경과 삶의 진경이 연출해내는 독자적 음역을 경험하게 된다.

소멸과 모순의 현실을 관통하는 역동적 상상력

파악된 것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시인은 공들여 쌓은 성채를 무너뜨리고 끝없이 황무지를 향해 스스로를 추방하는 존재이다. 동어반복에 대한 두려움이 신생의 꿈을 호출한다. 손택수의 이번 시집은 앞선 시집들의 시풍을 견지하면서 그동안 획득한 ‘색채’를 애써 흩뜨린 흔적이 역력하다. 마치 “어딘가로 번지기 위해선 색을 흐릴 줄 알아야”(「수채」) 하는 것처럼 스스로의 문법을 지우면서 새로운 말들을 견인하는 고투의 흔적들이 돋을새김되어 있다. 거기에는 “쓸모없어진 부리를 탓하며 굶어 죽는 대신 스스로 부리를 부숴버린 독수리”(「얼음의 문장」)와 같은 어떤 결연함마저 느껴진다.
시인은 그 결연함으로 ‘나란한 것’들의 사이를 걸어간다. ‘나란한’의 의미가 삶과 죽음, 지상과 지하, 수평과 수직과 같은 대척점에 위치한 것들의 병치를 가리킨다면, 작품에 등장하는 제가끔의 사물은 시적 공간에서 아프게 존재하는 삶의 구체적 세목들이다. 시인은 일상적으로 고정되어 있는 사물들을 흩트리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냄으로써 거부할 수 없는 소멸의 운명을 길들이고자 한다. 여기서 ‘은유’로 대변되는 전통적 동일성의 미학은 타자에 대한 억압으로 나아가지 않고 오히려 저마다의 가치를 긍정하는 열린 미학의 지평으로 확대된다. ‘꽃과 단추’(「꽃단추」), ‘망치와 붕어’(「망치」), ‘아파트와 모내기’(「아파트 모내기」)처럼 전혀 다른 사물들이 새로운 질서 속에서 만날 때 일상적 풍경 속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낯선 역동적 이미지들이 탄생한다.
박수연 평론가는 “(이번) 시집은 ‘죽음’의 터전 위에서 펼쳐지는 의미들의 집산지”라며 새로운 ‘서정’의 근거로 시집을 관통하는 ‘죽음’을 읽어내고 있다. 사물의 죽음과 태어남, 시인의 개인적 죽음 체험, 도시적 삶의 불모성 등을 경험하면서 시인은 사물들과 새로운 관계의 은유를 형성했다. 구체적 삶으로부터 육화된 은유들은 전통 서정 미학을 갱신하면서 강한 현실성을 띤다. 그의 상상력은 추천사를 쓴 최두석의 말대로 “돌들이 모래알을 품고 있는 강으로부터 광고 문구를 애무하며 미끄러져내리는 빗방울로 힘차게 거슬러오른다”. 24시 싸우나에 베이스 캠프를 차리고 설산을 꿈꾸는 일상인의 비애(「얼음 신발」)와 도시적 삶의 불모성이 내면화된「나무의 수사학」 연작을 포함한 2부의 시편들은 그 실물적 이미저리다.
이와 같은 상상력은 농경문화적 상상력을 축으로 한 3부의 시편들과 부딪치면서 생명력 넘치는 카오스를 선물한다. 설화적 시간과 근대적 시간이 충돌하며 길항하는「백년 동안의 바느질」이나 땅 아래로 지하철이 지나가는 주말농장 체험을 드러낸(「구름 농장에서」) 시편들에서 우리는 문명과 자연이 팽팽하게 맞서며 뿜어내는 긴장미를 읽을 수 있다. ‘가계-민중-전통’의 관성을 안고 도시의 일상을 사는 시적 ‘카오스’의 세계가 “모순의 현실”(「표4」)을 만나 “자신의 중심을 물들”이며 “추락”할 때 “얼얼한 꽃빛이 땅땅 쇠종 소리”(「동백 사원」)를 내는 공명음이 들려온다. 시인은 얼음처럼 단단히 그 세계 속으로 들어가 그곳의 사물과 함께 물로 녹고, 번지고, 지워짐으로써 그 “관계에 바치는 언어구성체”(「해설」)를 잉태하였다.

[ 책속으로 추가 ]

동백 사원


동백이 무슨 쇠종이라도 된다는 듯이 눈보라가 꽃망울
을 치고 간다 겹겹이 뭉친 망울 속엔 동박새 울음이 들었
고, 가지를 쥐고 흔들던 시월의 서리 묻은 바람이 들었고,
한 방울 머릿기름을 얻기 위해 눈보라 속을 걸어오던 발
소리가 들었다

묵언에 든 동백을 찾아 기억에도 없는 무슨 인연인가에
이끌려 땅끝까지 내달려온 길 둘 데 없는 마음은 미황사
처마처럼 벌어지는 꽃송이와 함께 얼어붙은 대기라도 살
짝 밀어젖혀보고 싶은데

멀리 꽃향기를 날리는 대신 다리에 쇳덩이 추를 달고
떨어지는 독한 것, 동백은 죽어 제 그늘 위에서 다시 피어
나는 꽃이다 산문을 닫아건 채 자신의 중심을 물들이며
추락하는 저 얼얼한 꽃빛이 땅땅 쇠종 소리를 낸다

새의 부족

새들의 노래로 지도를 만드는 부족이 있었다지
새들의 방언에 따라 국경선과 도계를 긋고 살았다는
사라진 부족의 이야기를 어디에서 들었더라
아마도 새들은 모든 뻣뻣한 경계선을 수시로 넘나들었을 거야
수백 킬로쯤 끌고 온 국경선을 강물에 풍덩 빠뜨리고
산정에서 끝난 도계를
노을 지는 지평선까지 끌고 가 잇기도 했을 테지
그런 선들이 악보가 아니라면 무엇일까
끝없이 출렁이는, 새로 그려지는
풍경들은 아마 음표를 닮아 있었겠지
악보를 읽는 일이 지도를 보는 일과 같았을 때
그들의 귓속으론 별자리가 흘러들었을 거야
어느 부족의 방울새는 도라지멍울이나 개암열매가 터지듯이 울고
어느 부족의 방울새는 나뭇잎에 빗방울 부딪는 소리를 내며 울다가
수면 위로 막 뛰어오른 물고기 비늘이
햇빛과 부딪칠 때의 순간처럼 반짝였겠지
노래의 장단과 고저를 따라 해발이 시작되고
강의 시원과 하구를 측량하던 그때
측량할 수 없음을 측량하던 그때
저 부신 부리 끝 좀 봐, 나침반처럼
사라진 지도의 한쪽을 콕 찍으며 날아가는

목차

제1부
꽃단추 | 육친 | 감 항아리 | 모과 | 얼음 물고기 | 얼음의 문장 | 얼음 이파리 | 수직 파문 | 새 | 길이 나를 들어올린다 | 수채 | 수정동 물소리 | 흰둥이 생각 | 송아지 | 바늘구멍 사진기 |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 | 구만리 바다 | 눈 내리는 밤의 日記 | 숨거울 | 松韻

제2부
빛의 감옥 | 나무의 수사학 | 나무의 수사학 2 | 나무의 수사학 3 | 나무의 수사학 4 | 나무의 수사학 5 | 나무의 수사학 6 | 광화문 네거리엔 전광판이 많다 | 햇볕 한 장 | 서울에서 1시간 50분 | 두만강 검은 물에 | 망치 | 스프링 | 강철 거미 | 63빌딩 수족관 | 쓰레기왕 | 풍선인형 | 곰을 위한 진혼곡 | 쥐수염붓 | 귀머거리 개들이 사는 산 | 얼음 신발

제3부
동백 사원 | 굴참나무 술병 | 은유 | 감자꽃을 따다 | 바위를 쪼다 | 구름 농장에서 | 물통 | 푸른 밧줄 | 아파트 모내기 | 죽은 양귀비를 곡함 | 초승달 기차 | 자전거 안장 | 시골 버스 | 남해 밥집 | 가슴에 묻은 김칫국물 | 빙어 해장 | 물고기 입술을 기다림 | 백 년 동안의 바느질 | 새의 부족 | 내 시의 저작권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 지리산과 나의 불편한 관계

해설 박수연 | 시인의 말

저자소개

1970년 전남 담양에서 태어난 뒤 부산에서 성장기를 보냈다. 19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언덕 위의 붉은 벽돌집」이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 시집으로『호랑이 발자국』과『목련 전차』가 있다. 신동엽 창작상, 이수문학상, 오늘의젊은예술가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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