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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 언덕에 서다

그리움의 언덕에 서다

  • 김부배
  • |
  • 서영
  • |
  • 2017-04-13 출간
  • |
  • 176페이지
  • |
  • 137 X 211 X 12 mm /274g
  • |
  • ISBN 978899718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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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책소개

우선 구상과 추상의 입체화, 지각적 이미지의 입체화를 통해, 새로운 해석학에 도전하고 있고, 되도록 새로운 각도로 내면의 복잡 미묘한 감성을 바라보려고 애쓰고 있음도 알 수 있었다. 어려운 시어들을 동원하지 않고도, 일상의 흔한 언어들을 활용하여서도 얼마든지 시적 형상화를 이뤄낼 수 있다는 그 길을 확연히 보여 주고 있었고, 비교적 절제된 함축미를 통해, 길게 서술되어 풀어져 있는 시들이 흔한 이 시대의 시단에 대해 따끔한 한마디를 던져 주고 있었다. 시는 시다워야 한다고.
산문 정신에 기초한 장르가 아니라, 운문 정신과 치열한 시정신과 이미지와 낯설게 하기에 기초한 장르가 시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주고 있다 여겨진다 .
김부배 시인의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기 시작하여, 충주문학관 문학상 장원, 안양 창작시 문학상, 지구사랑 문학상, 서울지하철 문학상, 신사임당 문학상, 샘터시조 문학상 수상 등을 비롯하여 국립공원 슬로건 공모전 수상까지 손에 거머쥐었다. 이러한 수상 소식들이 김부배 시인의 시 창작 방향이 올바로 잘 설정되어 있음을 객관적으로 입증해 주고 있지 않은가.
- [김부배 시인의 제3시집 출간을 축하하며] 中에서

[김부배시인의 시집 출간을 축하하며] 中에서
- 한실 문예창작 지도 교수 박덕은

평론

김부배 시인의 시집 ‘사랑의 콩깍지’에 대하여

김부배 시인의 제3시집 출간을 축하하며

김부배 시인은 2015년에 제1시집 [첫사랑]을, 2016년에 제2시집 [사랑의 콩깍지]를 각각 펴냈다. 다시 1년 만에 제3시집 [그리움의 언덕에 서다]를 세상에 선보이고 있다. 여행사를 운영하면서도 틈틈이 시, 시조, 수필 등을 써 놓았다가, 이를 모아 작품집으로 발간해 나가는 삶, 멋지다.
김부배 시인은 바쁜 일과 중에서도 필자가 현재 2년째 진행하고 있는 아프리카tv의 “낭만대통령의 문학토크”에도 들어와 한 달에 평균 20여 편의 작품들을 발표하고 있다. 발표 장르는 시, 시조, 가사문학, 수필 등이다. 요즘은 수필 창작에 열정을 듬뿍 쏟고 있다. 머지않아 김부배 수필집도 세상에 나올 것 같다.
인생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태도, 늘 전진하는 자세, 성실성과 인내심을 바탕으로 두고 도전하는 모습 등이 줄곧 주위 문우들의 부러움을 사게 만드는 것 같다.

김부배 시인의 제1시집 [첫사랑]에서는 내면의 세계, 즉 외로움, 쓸쓸함, 적적함 등을 주로 다뤘다. 현모양처로서의 삶도 이어오고 있고, 간혹 자유롭게 해외여행도 다니고 있는 그녀에게 왜 이런 감성들이 찾아든 것일까. 내면의 외로움, 쓸쓸함, 적적함 등이 원동력이 되어 시 창작의 열정을 갖게 된 것은 아닐까 할 정도로 제1시집의 세계는 내면의 감성 토로가 시집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러한 감성으로 바라본 산과 하늘과 역사와 추억의 세계를 다루면서, 시심의 보드라움과 고요, 낭만과 자유, 진정한 행복, 삶의 가치, 진정 아름다운 삶 등등의 세계를 시적 형상화해 놓고 있다.

김부배 제2시집 [사랑의 콩깍지]에서는 자유시와 단형시조와 연시조를 오가며 펼치는 다채로운 시적 형상화, 그 오솔길을 걸으며 시적 화자의 내면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 시 세계가 참 아름답고 싱그럽다. 시적 화자는 이런 감성을 독자들에게 여러 각도로 제공해 주고 있다. 섬세한 감성의 길로 안내하는 이미지, 구상과 추상의 조화로움 속에 자리하는 긍정의 힘, 외로움을 극복하게 해주는 다채로운 감성의 배치, 아름다움을 향해 나아가게 하는 시심의 꽃, 줄기차게 펼쳐 나가는 시 창작의 열정, 독자들을 감동시킨 오솔길, 그 오솔길을 걷게 해주고 있다. 이렇듯 제2시집에서 더 한층 성숙한 시 세계를 보여주고 있어,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김부배 제3시집 [그리움의 언덕에 서다]에서는 또 어떤 시 세계를 펼치고 있는 것일까.
지금부터 김부배 시인의 시 세계로 들어가 보기로 하자.

너만을 생각하며 보내
하루종일 그렇게 보내
고비고비 치솟는 그리움 누르고 누르며
나의 하늘이 허락하는 날까지.

- [나는]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오로지 '너'만을 생각하며 보낸다고 토로한다. 하루종일 너만을 생각하며 그렇게 보낸다. 고비고비 치솟는 그리움 때문에 늘 성가시지만, 정말 참기 어렵지만, 가슴을 누르고 누르며, 열정도 누르고 누르며, 발걸음도 누르고 누르며, 헛생각도 누르고 누르며 세월을 보낸다.
시적 화자의 하늘, 즉 '너'라는 님을 만나 재회하는 그날까지, 다시는 헤어지지 않고 함께하는 삶, 그리움으로 애타하는 삶이 아닌, 가까이 함께하는 삶, 둘이 하나되는 삶이 허락하는 그날까지, 기다리며 인내하며 참고 견디며, 온갖 욕망들을 누르고 누르며 조용히 지내겠다고 토로하고 있다. 얼마나 지독한 인내심인가, 얼마나 지독한 그리움인가, 얼마나 지독한 사랑인가. 이처럼 짤막한 시 속에다 다채롭고 깊이 있는 감성들을 축약해서 집어넣는 김부배 시인의 시적 형상화 솜씨가 놀랍기만 하다.

매혹의 퍼즐처럼
오고가는 사연자락들이
연분홍 꽃비로 내리는 곳

실안개 피어오르고
아련한 추억
아스라이 잊혀진
기억의 저편으로 내리는 곳

붉디붉은 어제와
마디마디 숨결의 오늘이
침묵 지키며 고즈넉이 내리는 곳.

- [버스 정류장]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버스정류장에 서서 관찰하고 있다. 버스정류장에는 매혹의 퍼즐처럼 오고가는 사연자락들이 연분홍 꽃비가 내리고 있다. 실안개가 피어오르고 있고, 아스라이 잊혀진 기억의 저편으로 아련한 추억이 내리고 있다. 그리고, 붉디붉은 어제와 마디마디 숨결의 오늘이 침묵을 지키며 고즈넉이 내리고 있다. 시적 화자의 내면은 버스정류장에서 눈길을 떼지 않는 감성과 손잡고서 계속 머뭇거리고 있다. 뭔가 할 듯 말 듯, 뭔가 내뱉을 듯 말 듯, 그러다가 눈길을 접는 시적 화자가 안쓰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인간의 행동은 어디까지 드러내야 할까. 꼭 행동으로 옮겨야만 좋은 것인가. 감정과 느낌과 생각을 이처럼 시적 형상화 속에 담고 묵묵히 지켜보며 소중히 간직할 줄 아는 게 진정한 인간이 아닐까. 툭 하며 감정을 내뱉어 버리고, 남을 짓밟고 상처 주는 현대인들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던져 주고 있다 여겨진다.

한 그릇의 미역국에
고향 바다가 환하게 출렁인다
바지락 따라온 하얀 파도 소리
미역귀에 담긴 인어 이야기
수평선에서 갯벌 꺼내 굴을 따
마주앉은 밥상이
차르르 차르르 넘쳐난다
물때에 맞춰 숨쉬는
어머니의 기도가
달빛으로 번져 올라오자
소금처럼 따가운 하루가
순해지기 시작한다.

- [생일날 출근]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생일날인데도 출근하고 있다. 자기 생일날에는 하루 쉬게 해주는 직장은 어디 없나? 생일날 식탁에 놓은 미역국 한 그릇에 고향 바다가 환하게 출렁이고 있다. 바지락도 들어 있다. 바지락 따라온 하얀 파도 소리, 미역귀에 담긴 인어 이야기도 함께 앉아 있다. 수평선에서 갯벌 꺼내 굴을 따 마주앉은 밥상이 정겹다. 차르르 차르르 파도 소리와 인어 이야기가 넘쳐나는 밥상이 앙증맞다. 덩달아 물때에 맞춰 숨쉬는 어머니의 기도가 달빛으로 번져 올라온다. 그러자 따가운 하루가 갑자기 순해지기 시작한다. 시적 화자의 삶은 고달프지만, 생일날 잠시나마 어머니가 떠오르고 어머니의 기도가 다가와 시적 화자의 내면을 어루만져 주자, 힘겨운 삶이 갑자기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이 시에서 만나는 시적 형상화가 매력적이다. 고향 바다가 환하게 출렁인다, 미역귀에 인어 이야기가 담긴다, 수평선에서 갯벌 꺼내 굴을 따 마주앉은 밥상, 물때에 맞춰 숨쉬는 어머니의 기도, 그 기도가 달빛으로 번져 올라온다, 소금처럼 따가운 하루가 순해진다 등등의 표현에 눈길이 머문다. 시적 형상화, 시적 표현이 아주 세련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어느덧 김부배 시인이 이미지의 그릇을 이루는 시적 형상화의 기초가 보다 더 튼실해졌음을 보여 주고 있다.

너는
한순간 부푼 바람이었나

정갈한 아침
맑고 깊은 소리
들려온다

뒤뜰에 붉게 핀
홍매화 가지마다
새로운 사랑이 되어
고웁고도 잔잔히 밀려든다

꽃샘추위에도
너의 어깨엔 여전히
그리움이 웅크리고 있다

나를 읽고 있는 추억들
톡톡 터지면
유난히 깨끗한 숨결로 피어나는 너.

- [봄.1]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봄을 의인화하고 있다. 마치 연인인 것처럼 속삭인다. 어쩌면 봄은 한순간 부푼 바람이었는지 모른다. 갑자기 찾아와 모든 걸 부풀게 했으니까. 봄 때문에 모든 게 변했다. 정갈한 아침에는 맑고 깊은 소리가 들려오고, 뒤뜰에는 홍매화가 붉게 피어 가지마다 새로운 사랑이 되어 곱게도 잔잔히 밀려든다. 그리고 꽃샘추위인데도 봄의 어깨엔 여전히 그리움이 웅크리고 있음도 발견한다. 추억들이 시적 화자를 읽다가 톡톡 터지면, 유난히 깨끗한 숨결로 피어나는 봄을 유려한 솜씨로 그려 놓고 있다. 군데 군데 보이는 상큼한 시적 표현들이 감칠맛을 선물하고 있다. 봄의 어깨에 웅크리고 있는 그리움, 시적 화자를 읽고 있는 추억들, 추억들이 톡톡 터지면 유난히 깨끗한 숨결로 피어나는 봄, 봄은 한순간 부푼 바람 등등의 표현이 그렇다. 시 한 편 한 편 시적 형상화에 정성을 다하는 김부배 시인의 자세가 한결 멋스러워 보인다.

열정의 설렘으로
붉게 타오르는 숨결

지울수록 더 그리워지는
내 전부가 되어 버린 행복

여유롭고 찬란한 울림의 현 타는
어여쁜 마음

깊은 고요의 품안에
은은하게 흐르는 음률

빛살처럼 휘감는
향기로운 웃음꽃

새롭게 담아낼 기쁨의 그릇에
열병 앓듯 채워지는 미소.

- [그리움.1]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그리움이라는 추상의 세계를 구체화시켜 놓고 있다. 열정의 설렘으로 붉게 타오르는 숨결, 지울수록 더 그리워지는 행복, 여유롭게 찬란한 울림의 현 타는 어여쁜 마음, 깊은 고요의 품안에 은은하게 흐르는 음률, 빛살처럼 휘감는 향기로운 웃음꽃, 기쁨의 그릇에 열병 앓듯 채워지는 미소가 그리움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리움의 세계를 다양한 각도에서 해석해 내고 있는 시적 화자가 갖추어야 할 시인의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오랜 세월, 독자들이 시를 사랑하는 이유가 이게 아니겠는가. 한 사물이나 추상의 세계를 다양한 각도로 바라보고 여러 각도로 해석하고, 그 해석학을 통해 비전의 확대를 시켜가는 시, 그러기에 독자들이 시를 사랑해 왔던 건 아닐까. 확실히 시 창작에서 새로운 해석학, 낯설게 하기는 필수품이 되고 있다고 여겨진다. 새로운 해석학이 담겨 있고, 낯설게 하기에 기초한 시가 오래도록 독자들의 사랑을 받게 되리라는 예감이 든다. 김부배 시인의 시들이 이러한 독자의 예감 위에 구현된 것인 듯하다.

보고픔이 습관처럼 바라보니
새들은 날아들어 인사하고
날갯짓 한창이네

너를 향해 울려 퍼지는 함성
찬란히 솟아올라
빛을 발하니

여명을 헹궈내는 가슴마다
웃음꽃이 열리네

먼 훗날까지
결코 지워지지 않을 그대
핏줄 속에 머물러 내 품에 있네

사색 위에 걸터앉아
향기롭고도 아름답게
지켜 보고 있네.

- [일출]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일출이 마치 연인인 것처럼, 그리움인 것처럼 그려져 있다. 보고픔이 습관처럼 바라보는 날 새벽, 새들이 날아들어 날갯짓 한창일 때, 함성이 찬란히 솟아올라 빛을 발한다. 여명을 헹궈내는 가슴마다 웃음꽃이 열리고, 먼 훗날까지 결코 지워지지 않을 그대가 시적 화자의 품안, 핏줄에 머물러 있다. 그 모든 감성들이 시적 화자와 함께, 그대와 함께 사색 위에 걸터앉아 향기롭고도 아름답게 일출을 지켜보고 있다. 일출의 모습을 바라보며, 시적 화자의 감성을 아름답게 빚어내는 솜씨가 남다르다. 차분하면서도 섬세하게 일출의 정경을 시적 형상화로 빚어 놓고 있다. 그 어떠한 소재도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아는 김부배 시인의 다른 작품들이 기대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추상과 구상의 입체화, 추상과 구상의 서로 보완 작업을 통해, 안정된 이미지, 일상의 가구들을 만난 듯한 편안함을 제공해 주고 있다. 시상의 흐름이 자연스러운 점도 눈에 띈다.

한겨울 해거름의 뒷걸음질이
여울져 사라지고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은
붉은 시름 여전히 밀어내고 있다

보내는 눈빛의 고요함은
착하고 속 깨끗한 숨결처럼
천년 하늘빛 통째로 마시고 있다

고즈넉한 상념은 소리 없이
그리움 되어 깊어만 가는데.

- [저무는 창가]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저무는 창가에 서서 상념에 잠겨 있다. 한겨울 해거름의 뒷걸음질이 여울져 사라지는 것도 바라보고,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이 붉은 시름 여전히 밀어내고 있는 것도 목격한다. 그리고 보내는 눈빛의 고요함이 천년 하늘빛을 통째로 마시고 있는 모습도 지켜보고 있다. 그러면서 아쉬움 가득, 뭔가 모를 안타까움에 젖어 있다. 어느덧 찾아온 고즈넉한 상념은 소리 없이 그리움 되어 깊어만 가고 있음도 감지한다. 나이가 들어가다 보니, 여울져 사라지는 것들, 밀려오는 시름 등이 마음 아프게 한다. 그런데도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은 여전히 옛 흐름을 지켜가고자 한다. 그래서 붉은 시름도 밀어내고, 착하고 속 깊은 숨결을 지켜내고자 한다. 하지만, 해는 저물고 있고, 나이도 저물고 있고, 상념은 쓸쓸함과 고요함에 휩싸여 묵묵히 그리움이 되어 시적 화자의 내면을 휘감고 놓아 주지 않고 있다. 시를 통해 보여 주고 싶은 세계, 나이 먹어감을 순순히 받아들여, 여생을 조용히 갈무리하고자 하지만, 여전히 꿈틀대는 열정의 속삭임을 만나는 시적 화자를 우리는 보게 된다. 시라는 장르를 통해서만 만날 수 있는 감성의 미묘한 세계, 그 세계로 김부배 시인은 독자들을 끊임없이 안내하고 있다.

오늘 같은 날
널 바라보고만 있어도
설렘이 말갛게 피어나 싱그럽다

그리움의 속살로 꿈틀대는
보드란 날개 온통 두르고 싶다

붉디붉은 마음결 너울거리면
그대와 하나이고 싶어라

진한 향내 스민
달콤하고 느낌 좋은 감성들
모조리 심장에 담아

계절의 쓸쓸한 빛으로
조금씩 조금씩 내려 놓으려 해도
마냥 안겨 오는 미소여.

- [인연]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있다. 어느 날, 인연을 바라보고만 있어도 설렘이 말갛게 피어나 싱그럽다. 그 인연이 누구일까. 사랑하는 님일까. 운명일까, 아니면 잊혀져 간 그 모든 것들일까. 아니면 아직도 달라붙은 추억들일까. 아니면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는 사랑일까. 시적 화자는 그리움의 속살로 꿈틀대는 보드란 날개로 온통 인연을 두르고 싶다고 한다. 붉은 마음결 너울거리면 사랑하는 그대와 하나이고 싶어한다. 진한 향내 스며 달콤하고 느낌 좋은 감성들을 모조리 심장에 담고 싶어한다. 아무리 계절의 쓸쓸한 빛으로 조금씩 조금씩 내려놓으려 하지만, 마냥 안겨 오는 미소를 어쩔 수 없듯, 내게 이미 주어져 버린 인연을 어찌할 수 없다. 이럴 바엔 차라리 인연을 안고 살아가는 게 좋지 않겠는가. 이런 말을 외치고 싶은 것일까. 시적 화자의 가녀린 외침 속에는 인연의 소중함에 대한 존중심이 짙게 깔려 있다.
여기서도 추상과 구상의 입체화, 지각적 이미지의 입체화, 즉 시각 이미지(말갛게, 피어나, 두르고, 붉디붉은, 너울거리면, 심장, 쓸쓸한 빛, 미소), 후각 이미지(진한 향내), 촉각 이미지(보드란 날개, 느낌 좋은, 스민, 안겨 오는), 미각 이미지(달콤하고)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이미지 구현을 이뤄 놓고 있다. 단순한 서술과 묘사보다는 이처럼 이미지의 입체화, 구상과 추상의 입체화가 낯설게 하기와 손잡게 되면, 시의 맛이 훨씬 깊고 좋아짐을 알게 된다. 이런 점에서 김부배 시인의 시적 형상화에 대한 지속적인 성장이 반갑기만 하다.

나목의 가지 끝에 핀
꽃송이 눈물겹다

뚝뚝 흘린 그리움
홀로 흥얼흥얼 읊조리니

외로움이 파란 마음에 물결치면
다시 새겨지는 너와 나

더 애타게 그려 보는 사랑
새벽 맞으며 노래 부를 수 있을까

번져 가는
저 고요한 외침 따라.

- [첫눈]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첫눈을 매개로 하여 사랑을 떠올리고 있다. 나목의 가지 끝에 꽃송이처럼 핀 첫눈을 바라보는 시적 화자는 눈물겹다. 거기서 뚝뚝 흘리는 그리움을 본다. 그래서 홀로 흥얼흥얼 읊조리며 추억 속으로 빨려든다. 추억 속에는 외로움이 기다리고 있다. 외로움이 파란 마음에 물결치면, 다시 새겨지는 너와 나, 과거의 사랑, 온몸에 감겨 온다. 그럴수록 더 애타게 그려 보는 사랑이지만, 이 사랑도 새벽 맞으며 다가오는 현실 속에서 노래 부를 수 있을까. 지금은 모든 게 변해 버린 현실뿐, 아무도 과거의 사랑을 기억해 주지 못하고, 인정해 주지도 않는다. 그래서인가. 번져 가는 저 고요한 외침이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아무리 부인하려 하지만, 이미 멀어져 간 추억이고, 잊혀져 가는 사랑일 뿐. 그 어떤 길이 있겠는가. 이제라도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어 다행인 듯하다. 과거에만 안주하여 살아갈 수 없는 현실, 현실을 무시하고 허공에 떠서 살아갈 수 없는 마음, 이 시를 통해 정리하고 가다듬고자 한 것일까.
시는 이처럼 내면의 복잡미묘한 감성들을 이미지로 정리해 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시가 오래도록 인류의 사랑을 받으며, 존재해 오고 있는 것도 이러한 복잡 미묘한 감성들을 대변해 주기 때문이 아닐까. 김부배 시인도 인류의 다채로운 감성의 대변자 노릇을 해가고 있지 아니한가.

돌풍에 이리 저리 비틀거리면서도
서로 부둥켜안고 뒹구는 음률

상흔을 삼키며 읽혀지는
그리움 속에서도 목마름 딛고 서서

차르르 차르르
무지갯빛 피워낸다

숨결 쓸쓸한 냇가에서도
일렁이는 물소리에 애잔함 곧추세운 채

미소 잃지 않고
그 자리 고집하며

진종일 아픔을 느끼면서도
뜨겁게 마주하며 좀처럼 떠나지 않는다.

- [조약돌]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조약돌에 시선을 두고 있다. 조약돌은 돌풍에 이리저리 비틀거리면서도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 부둥켜안고 뒹구는 음률로 살아 존재한다. 물론 상흔이 없을 수 없다. 그리움에 찌들리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도 목마름을 딛고 서서 차르르 차르르 무지갯빛을 피워내는 억척스러움을 보여 준다. 숨결 쓸쓸한 냇가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렁이는 물소리에 애잔함 곧추세운 채 자세를 추스른다. 미소 잃지 않고 그 자리 고집하며 물러서지 않는다. 물론 진종일 아픔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하거나 도망가지 않고 뜨겁게 마주하며 좀처럼 떠나지 않고 맞선다. 이러한 조약돌이 곧 시적 화자이고 나아가 시인 자신이 아닐까. 이 조약돌을 통하여, 시적 화자는 앞으로 여생의 방향을 요약해 주고 있다. 앞으로도 좀처럼 꺾이지 않는 시인의 길을 걸어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누가 뭐라고 해도, 시인의 길을 고집하며, 한 발 한 발 내디디며 살아가는 꿋꿋한 시인, 그 어떤 세파가 몰아닥친다 해도 묵묵히 시를 쓰며 살아갈 것 같은 의지가 엿보인다.

지금까지 우리는 김부배 시인의 제3시집에 실린 시들을 통해, 김부배 시인의 시 세계를 살펴보았다. 우선 구상과 추상의 입체화, 지각적 이미지의 입체화를 통해, 새로운 해석학에 도전하고 있고, 되도록 새로운 각도로 내면의 복잡 미묘한 감성을 바라보려고 애쓰고 있음도 알 수 있었다. 어려운 시어들을 동원하지 않고도, 일상의 흔한 언어들을 활용하여서도 얼마든지 시적 형상화를 이뤄낼 수 있다는 그 길을 확연히 보여 주고 있었고, 비교적 절제된 함축미를 통해, 길게 서술되어 풀어져 있는 시들이 흔한 이 시대의 시단에 대해 따끔한 한마디를 던져 주고 있었다. 시는 시다워야 한다고. 산문 정신에 기초한 장르가 아니라, 운문 정신과 치열한 시정신과 이미지와 낯설게 하기에 기초한 장르가 시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주고 있다 여겨진다.
김부배 시인의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기 시작하여, 충주문학관 문학상 장원, 안양 창작시 문학상, 지구사랑 문학상, 서울지하철 문학상, 신사임당 문학상, 샘터 시조 문학상 수상 등을 비롯하여 국립공원 슬로건 공모전 수상까지 손에 거머쥐었다. 이러한 수상 소식들이 김부배 시인의 시 창작 방향이 올바로 잘 설정되어 있음을 객관적으로 입증해 주고 있지 않은가.

앞으로 제4시집도 이러한 방향으로 한결같이 걸어가리라 믿는다. 지금 정성을 쏟고 있는 수필들도 얼마 가지 않아 한자리에 모아져 김부배 수필집으로 발간될 것이다. 이러한 인생이 아름답게 여겨진다.
뚜벅 뚜벅 올곧게 작가의 길을 걸어가다 보면, '인생이 참 아름다웠다', '참 잘 살았다', '참 멋스럽다' 등의 찬사를 받게 되리라. 그런 길을 걸어가는 김부배 시인에게 다시 한 번 봄꽃 같은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 여기 저기 화사한 봄빛이 너울대는 박덕은 문학관에서

한실문예창작 지도 교수 박덕은
(전 전남대 교수,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시인, 시조시인, 소설가, 동화작가, 화가)

목차

1장 - 보름달
2장 - 꿈빛
3장 - 멈춰 선 자리
4장 - 님이 그리운 날에

저자소개

저자 김부배는 충남 당진 출생
제1시집 [첫사랑] 출간 (2015 서영)
제2시집 [사랑의 콩깍지] (2016 서영)
제3시집 [그리움의 언덕에 서다] (2017 서영)

[문학공간] 신인문학상 시 당선
[문학공간] 신인문학상 시조 당선
충주문학관 문학상 장원 수상
안양 창작시 문학상 수상
지구사랑 문학상 수상
서울지하철 문학상 수상
신사임당 문학상 수상
샘터 시조 문학상 수상
국립공원 슬로건 공모전 수상

파아란 하늘 여행사 대표이사
한실 문예창작 회원
한꿈 문학회 회장
포시런 문학회 회원

도서소개

김부배 시집 [그리움의 언덕에 서다]. 이 시집을 통해 김부배 시인은 구상과 추상의 입체화, 지각적 이미지의 입체화를 통해, 새로운 해석학에 도전하고 있고, 되도록 새로운 각도로 내면의 복잡 미묘한 감성을 바라보려고 애쓰고 있음도 알 수 있다. 어려운 시어들을 동원하지 않고도, 일상의 흔한 언어들을 활용하여서도 얼마든지 시적 형상화를 이뤄낼 수 있다는 그 길을 확연히 보여 주고, 비교적 절제된 함축미를 통해, 길게 서술되어 풀어져 있는 시들이 흔한 이 시대의 시단에 대해 따끔한 한마디를 던져 주고 있다. 시는 시다워야 한다고. 산문 정신에 기초한 장르가 아니라, 운문 정신과 치열한 시정신과 이미지와 낯설게 하기에 기초한 장르가 시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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